3월 몽당데이 "혐오범죄, 저항의 목소리를 듣다" 참여 후기
한지윤
(왼쪽 사진) 서울행사에서 동시통역하는 한지윤 동포 (오른쪽 사진) 대구행사 뒤풀이에서 왼쪽에서 두번째 한지윤 동포
서울에서나 대구에서나 통역자체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주어졌을때도 말이 잘 안나와서 아쉬움을 가득 안아온 느낌이다. 행사직후 소감을 말할 때에는 많은 감정들이 큰 소용돌이가 되어 어떻게 말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 끝났던 것 같다.느낀 것도 많았고 말하고 싶은것도 정말 많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그럴 정신도 아니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고 뛰지도 않았는데 숨도 가빴다. 어떤 일이 끝나면 늘 긴장도 풀리고 막힌 숨 몰아쉴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란 느낌때문일까.
부끄럽지만 이번 행사덕분에 <교토조선학교 습격사건>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읽으면서 처음 한 생각은 그 당시 나의 일상이었다. 습격사건이 있었던 당시 나는 오사까의 조선학교를 다니는 중급부생이었다. 학교에서 동무들이랑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고 있었을 내 모습은 사건당시 학생들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되는것이었다. 아무것도 몰랐음에 눈물이 났다. 하급생들을 안아준 그 동생들을,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미안함이 계속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읽는 내내 나의 무지와 마주쳐야돼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한것은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어른들의 모습은 이제는 학생이 아닌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시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투쟁의 모습은 민족교육을 지키는 수많은 투쟁들과 이어지면서 그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디에 서야할까, 어떻게 서야할까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과 생각을 채 정리도 못한 속에서 행사는 끝나갔다. 통역이 어려운 일이란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또 달랐다. 마음이 정말 소중했기에 그만큼 부담감도 컸고 긴장도 했다. 입에 심장이 달려있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었고 물은 마시면 마실 수록 더 입이 말랐다ㅋㅋ.막상 시작하니 긴장이고 불안이고 느낄 틈도 없이 다 날아갔고 다음 말을 듣느라 정작 내가 내뱉는 말은 전혀 의식을 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려보니 끝나있었고 조금도 안움직였는데 그렇게 더울 수가 없었다. 다 끝나고나서야 여러 생각이 돌아왔는데 처음 드는 생각은 역시 고마움이었다(그 다음은 도망이었지만ㅋㅋ).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이 정말 고마웠다. 민족교육을 지켜온 역사의 현장을 고향땅에서 목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역사의 길이 내앞에서 문을 열고 기다리고있다는게 느껴졌기때문에. 그 속에 여러 얼굴이 보이고 마음이 보였기때문에. 조선학교를 나온 재일동포로서 그 길을, 역사를 절대 외면할 수 없고 하고싶지도 않다고 그 때 생각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과거에 있던 사실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 사실에 부여되는 의미는 바꿀 수 있다". 작가님이 하신 말씀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한 번 일상을 빼앗기면 그 전으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좋은 일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민족교육을 지켜온 역사가 그것을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이번에 제 눈으로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았고 또 함께 만드는 길을 보았다. 그 길을 꼭 함께 하고싶다. 행사에서 한가득 안아온 마음들이 그 길에서 나를 일어서게 할것이고 만난 사람들이 나를 살게 할것이라 믿는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아주 멋졌지요 한지윤!! 자주 얼굴 보여줘~~~
보람있는 일에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