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빚진 우리 동포와 우리 학교의 이야기, 책을 선전합니다! 어렵게 출판했는데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 빚을 갚는 심정으로 책을 사주시기 바랍니다!!!"
합정역에 있는 '몽당연필' 사무실에 겨우 시간을 맞춰 들어갔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를 꽉 메우고 있다. 그래서 한참 서있다가 앞에 빈 자리에 앉았다.
김명준감독의 사회로 권해효대표가 인사를 하고, 저자인 나카무라 일성씨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취재하며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동시통역으로 길게 들었다. 동시통역이라 이야기가 가끔 끊어지기도 했지만 다들 통역기를 귀에 걸고 집중에 집중, 이렇게 1부는 끝났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부가 시작되었는데, 저자와 번역자인 정미영씨, 조선학교를 변호하는 도요후쿠 세이지변호사, 그 당시 직접 사건을 겪은 학부모회장인 박정임씨 등이 패널로 나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일본에서 박정임씨를 응원하기 위해 네 분의 학부형도 사비를 들여 같이 오셨는데 사진은 찍지 못했다. SNS로 사진이 퍼질 경우 일본에서의 부당한 압력이 걱정된다고 한다. ㅜㅜ
2부는 눈물겨운 이야기다. 조선제1초급학교(초등학교) 앞에서 3차례에 걸친 일본 극우세력의 시위, 이로부터 받은 트라우마가 10년이 지났음에도 계속 진행 중이란다. 예전에는 야쿠자나 깡패들로부터 해코지는 있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일본의 시민들로부터 직접 혐오를 당하니 충격을 넘어 공포와 당황, 절망 등 일상생활을 하기도 두렵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꽤나 흘렸다.
도요후쿠 세이지변호사는 일본 사람이다. 그가 이 사건의 변호를 맡고 변호인단을 꾸려 싸우는 이유를 들으면서 희망을 본다. 세상에는 차별을 싫어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이 일본다운 나라가 되려면 차별받는 제일 조선인들을 사람답게 대접할 때 비로소 일본이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소외된 사람들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 것, 우리도 이제 시야를 돌려 소외받는 이들이 없는 사회, 국가를 꿈꿔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올 것이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만 부를 뿐이다.
3부는 노래패 우리나라 박일규씨의 노래와 학부모회장 박정임씨의 듀엣, 아 박정임씨는 조선학교 가무단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공연을 왔었다는데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흥이 뒤풀이로 이어진다. 수고하신 분들과 새로 회원이 되신 분들의 한 마디들, 정원장이 가져온 석탄주와 막걸리, 푸짐한 안주, 아쉽게도 인천으로 돌아와야 하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들어올려 정원장과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저자인 나카무라 일성씨가 인용한 말이 계속 맴돈다. 먼 미래를 꿈꾸는 것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 미래를 꿈꾸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떠한 현실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잠시 잠시 나태해지는 나를 때리는 말이다. 미래를 내가 바꿀 힘이 과연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미래를 꿈꾸지 않으면 현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먼 미래의 상황을 꿈꾼다.
천영기 선생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하면서 저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혹은 이렇게 함께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학부모님, 변호사님, 자리를 만들어주신 분들, 찾아와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첫댓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가 차별없고 평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천영기 선생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하면서 저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혹은 이렇게 함께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학부모님, 변호사님, 자리를 만들어주신 분들, 찾아와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