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시오 성인은 시리아의 안티오키아(현재 튀르키예의 안타키아)에서
태어나 그곳의 주교가 되었다. 요한 사도의 제자였다고도 하는
그는 초대 교회의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안티오키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110년 무렵 로마에서 순교하였다.
이냐시오 주교는 안티오키아에서 로마로 압송되는 동안 들르는 곳마다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들은 지금까지
보존되어 초대 교회의 신앙생활에 관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시고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2,1-10
형제 여러분, 1 여러분도 전에는
잘못과 죄를 저질러 죽었던 사람입니다.
2 그 안에서 여러분은 한때 이 세상의 풍조에 따라,
공중을 다스리는 지배자, 곧 지금도 순종하지 않는 자들 안에서
작용하는 영을 따라 살았습니다.
3 우리도 다 한때 그들 가운데에서 우리 육의
욕망에 이끌려 살면서, 육과 감각이 원하는 것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본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4 그러나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5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
─ 여러분은 이렇게 은총으로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
6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일으키시고 그분과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7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호의로,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엄청나게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시대에 보여 주려고 하셨습니다.
8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9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10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21
그때에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세상에 ‘돈’보다 더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돈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사실 오늘 복음 말씀도 가족 간에 벌어진 재산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지는 돈의 마력을 우리 모두 경험합니다.
그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돈 많이 주는 직장을 최고로 칩니다.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이나 큰 이익을 거두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칭송받습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분하고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루카 복음은 다른 어떤 복음서보다도
부와 재산에 대한 탐욕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 마태오 복음은 산상 설교에서 행복에 대한
선언들만 쭉 나열하고 있다면(5,3-12 참조),
루카 복음은 부자들을 향한 불행 선언들도 함께 소개합니다(6,24-26 참조).
우리가 잘 아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이야기도
루카 복음에만 나옵니다(16,19-31 참조).
그리고 오늘 복음 말씀도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이어지는 비유에 등장하는 부유한 사람은 자기가 거두어들인
많은 소출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쌓아 놓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합니다.
그저 모아 둘 생각만 하는 그의 고민은, 기존의 곳간을 허물고
더 큰 곳간을 짓겠다는 결심으로 끝나 버립니다.
혹시 우리에게도 비슷한 모습이 있지는 않습니까?
가진 재산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모으고 보자는 마음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데만
급급하여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통장에 찍힌 잔고에 흐뭇해하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해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될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출처 매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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