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임제할, 덕산방
臨濟喝과 德山棒이 皆徹澄無生하여
透頂透底 大機大用이 自在無方하여 全身出沒하며
全身擔荷하여 退守文殊普賢大人境界나,
然이나 據實而論컨대 此二師도 亦不免偸心鬼子로다.
임제의 할(喝)과 덕산의 방(棒)은 모두 무생(無生)의 이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증명해 보인 것으로 ‘근본적인 기틀을 남김없이 활용할 뿐’[大機大用] 정해진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발휘된다.
온몸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본분사를 궁구하다가* 물러나서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과 같은 대인(大人)의 경계를 지킨다.
그러나 진실에 따라 말하자면, 임제와 덕산 이 두 선사도 도적질하는 마음을 가진 귀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 담하(擔荷). ‘짐을 지다’ 또는 ‘본분사를 공부하다’는 뜻.
“이 일(본분사)을 짊어지려면 다만 확고한 뜻을 갖추어 몽둥이로 때려도 고개조차 돌려보지 말고 한결같이 매진하는 자라야 한다.”
(『大慧語錄』 권20 「示空慧道人」
擔荷此事, 直是具決定志, 一棒打不回頭底.)
* 투심귀자(偸心鬼子). 도적질하는 마음을 가진 귀신이라는 말로서 학인의 숨은 마음을 잘 밝혀내는 뛰어난 안목을 지닌 스승을 일컫기도 한다.
“어떤 학인이 물었다. ‘제가 오늘밤 대중들의 위세를 대신하여 질문 하나를 특별히 내놓아도 되겠습니까?’ ‘도적질하는 마음을 가진 귀신은 남들의 미움을 산다.’
그 학인이 할을 하자 허당이 ‘예상했던 대로군’이라 대답했고, 그 학인은 절을 올렸다.”
(『虛堂語錄』
僧云, ‘學人今夜, 借大衆威光, 別置一問, 得??’
答云, ‘偸心鬼子, 得人憎.’
僧便喝, 答云, ‘果然.’ 僧禮拜.)
*** 방과 할 자체도 그때마다 상대의 마음을 잘 읽어내어 발휘되는 작용이었다는 뜻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評
凜凜吹毛여 不犯鋒鋩이로다.
시퍼렇게 날선 취모검이로다. 그 칼날 범하지 마라.*
* 칼을 써도 칼날은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대상에 응하여 활발하게 작용을 펼치면서도
그것에 얽매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자유자재한 것을 가리킨다.
頌
數數寒光은 珠媚水하고
寥寥雲散月行天이어라.
반짝반짝 맑게 빛나는 구슬 물속에서 아른거리고,
드넓은 허공 흩어진 구름 사이로 달이 떠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