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해저해변에서 축산항을 걷다가
동해의 바닷길은 걷는 곳곳마다 경이롭고 눈이 번득인다.
태초에 인간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 왔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 번 바닷길에서는 바위 돌의 형태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초록빛 바닷물의 깊이는 가늠 하기 힘들어도 파도가 바윗돌에 부닺혀 내는 소리며 바위를 치고 하늘로 날랐다가 바위 위에 퍼지는 터터림에 따라 바위의 골이 만들어져 있다.
태초 때부터 파도는 이 일을 계속 해 왔다.
마치 비 온후 땅 위의 지렁이가 지나간 흔적처럼 파도가 바위에 흔적을 남긴 바위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파도가 밀려와 물러 나기도 전에 또 다른 파도가 파도를 밀치면 그 순간의 물보라는 하얀 거품 속에서 나는 난간을 잡았던 손목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 진다.
또 다른 곳은 큰 몽돌의 형태가 공룡들의 알처럼 해안가 지천에 널려 있다. 저 큰몽돌 들이 공룡의 화석 일지도 모른다.
손등으로 통통 져보면 파도가 신발 속으로 물이 밀려와 이내 도망 가기가 바쁘다.
수평선엔 여유로운 조각배 서너 척이 파도의 물결 따라 움직이고 밀려온 백사장 한 모퉁이에 미역 줄기가 한 가득 이다.
가파른 언덕 아랫길에서는 개 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산물과 바닷물이 만나서 바다는 산물의 시원한 기운들을 단숨에 받아 들인다.
또 어떤 자리에는 햇빛 반사된 은모래 빛이 실려 갔다. 실려오는 소리도 아름답다.
자연은 자연 그 대로 있을 때가 더욱 아름다운 것인데 인간은 콘크리트로 파도 길을 막아 옹벽 성을 쌓아 놓았다.
파도야 바위야 그리고 땅 위에서 바람 따라 자란 해송나무야
내 이 길을 걸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길 때면 무한한 공상과 상상이 날개 짓하고 너희들을 찬미 하고 싶다.
어느 것 하나도 필요 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없으니 내 걸어가는 걸음 거리에 이 대자연과 함께 하고 싶구나.
갈매기 끼륵 끼륵 소리는 분명히 방기는 노래 소리로 들리고 파도의 철적 소리는 방기는 웃음소리로 들린다.
잘못 걸어 발이 헛디디면 조심하란 충고로 받아 들이고 싶다.
바위틈에 해송 한 그루가 파릇이 자라고 있어도 내 너의 생명력이 사라질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햇빛 쨍쨍하니 쫴여 너의 생명을 잃을 것 처럼 보이지만 내일이면 단숨에 빗줄기가 널 적시여 줄 것이고 운무 속의 촉촉한 물 기운도 어린 해송을 버려 두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
찔레 잎이 벌써 봄 밝히고 해안가 논과 밭에는 보리며 심어둔 정구지가 어린 해송과 봄소식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