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패하게 한 나무 '마취목'
지난 주말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바닷가에 조성되어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 희귀한 꽃과 나무들을 관상하다가 이름이 좀 생소하고 특이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어서 관심있게 살펴보았다.
'마취목'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나무였는데 마취를 전공한 탓이어서 그런지 더욱 친근감이 가고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나무였다. 돌아와서 마취목을 검색해보니 한자 표기가 馬醉木 (말~마)로 표기되어 있어서 임상 마취에서 표기하는 한자 麻醉 (삼~마)와 달라서 혹시 잘못 표기된 것이 아닌가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나무 아래에 박혀 있는 팻말에 '마취목'이란 이름이 부쳐진 내력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잎에 독이 있어 말이나 소가 섭취하면 마비증상을 일으켜 마취목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일본에서 전쟁 중 기마대의 말들을 마취목 근처에 묶어 놓았는데 지치고 배가 고픈 말들이 이 나무의 잎을 뜯어 먹은 후 마비증상을 보이던 중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전쟁에서 패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고 팻말에 적혀 있는 걸로 봐서 독성이 있는 이 나뭇잎을 무심코 뜯어 먹은 '말들이 취한 상태에 빠졌다'고 해서 말~마 자를 써서 마취목으로 표기하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수의과대학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 Biomedical Sciences Colorado State University)의 연구팀이 마취목의 독성에 관해서 연구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영향을 받는 동물들
소, 말, 양, 염소, 낙타, 개, 고양이 및 인간
2. 독성 원리
진달래속 식물 (rhododendrons)처럼 심장 및 골격근과 신경세포의 나트륨채널에 결합하는 grayanotoxins I, II, III (polyhydroxylated diterpenes)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 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세포가 탈분극 상태가 되어 근무력증이 일어나게 된다. 소와 염소에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이 식물의 양은 동물 체중의 0.2-0.6%에 해당된다.
3. 위장계에 미치는 영향
과도한 침 분비, 구토, 복통 등이 식물 섭취 후 6-8 시간 후에 나타난다.
4.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
무력감
5.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
심박동수 상승, 심실성빠른맥, 부정맥
6. 호흡기계에 미치는 영향
호흡수 상승. 흡입폐렴은 흔히 사망 원인이 된다.
7.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
심하게 중독이 된 동물에서 발작과 경련을 볼 수 있다.
8. 생식기관에 미치는 영향
Pieris japonica를 섭취한 염소에서 태아미라변성 (mummification of fetus)이 보고된 바 있다.
9. 치료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흡입폐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회복된다. Activated charcoal과 하제 (cathartics)를 중독 초기에 투여할 수 있고 개나 고양이가 2시간 이내에 식물을 섭취하였다면 구토제도 효과가있다. 다른 보조요법을 시행하면서 수액요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나무의 학술명 'pieris japonica'에서 보듯이 마취목은 일본이 원산지이며 식물의 속명 pieris를 따서 피어리스 또는 피에리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예술을 관장하는 아홉 여신 무사이 (또는 뮤즈)의 출생지인 피에리데스(Pierides)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마취목은 진달래 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키는 2-3m까지 자라며 꽃은 이른 봄에 작은 방울 같은 하얀 꽃들이 촘촘히 매달려 아래로 축 늘어져 피고 꽃이 많이 매달린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용으로 심기도 한다는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잎을 만지거나 물면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농원에서 구매하여 분재한 2년생 마취목
마취목은 4-5월에 꽃이 피며 꽃말은 '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 (출처 : 한국화재식물도감)
첫댓글 '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 ... 같이 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