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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의 김기현정형외과 원장님이 충남의사회보 (2020.3.20)에 투고한 수필입니다. 읽어 내려가다가 웃음이 절로 나서 옮겨왔습니다.
Image source: starfeel.kr 공군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겠지만 사병들이 군대에 와서 포경수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전공은 정형외과지만 비뇨기과 인턴 돌 때 나름 노력해서 양방 포경수술도 하며 내공이 있던 차에 무료하던 내가 써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비릿한 피냄새도 느낄 수 있어 손을 풀기 시작했다. (나중엔 위생병들이 자신들을 통해서 수술 스케줄을 잡아달란다. 그래야 위생병 자신의 가오가 선다나) 가끔 회식 자리에서 포경수술을 누가 집도하느냐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과 군의관: "우린 제너널 써전이라 칼로 하는 건 다하지!" 신경외과 군의관: "그 물건을 흔히 X대가리라고 하니 우리가 하는게 당연하지. 암!" 정형외과 군의관: "그 놈도 다섯 번째 다리니 우리가 해야겠죠." 가정의학과 군의관: "그 물건으로 가정을 만들고 지켜나가니 우리 꺼죠." 아마도 비뇨기과 군의관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통곡했을거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고 당직때 꼴리는대로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큰 사건이 터질 줄을 꿈에도 몰랐다. 그날도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이병장의 물건을 집도하게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런 가을 밤. 수술은 순조롭게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수술 후 한 잔의 커피와 담배 한 모금을 음미했다 (써젼들만 아는 맛!). 하지만 일이 새벽에 터졌다. '따르릉~ 따르릉~ ' 고막을 찢는 응급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잠을 자고 있는데 당직 위생병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김 대위님, 큰일 났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음~ 뭐? 뭔데? 전쟁이라도 났냐?" "아까 수술했던 이병장 거시기가, 거시기가..." 급히 가서 봤더니 그놈 거시기가 띵띵 부어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말의 그것이라고 할까? 아마도 출혈이 원인인듯... 당황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하여튼 날이 밝을 때까지 그 놈 거시기를 부여잡고 킵! 이 병장은 자기가 독자인데 잘 못 되면 X 된다고 울고불고.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뒤 날이 밝자 원장님께 응급 후송을 부탁하고 사이렌 요란하게 울리며 앰블런스를 타고 인근 군병원으로 눈썹 휘날리게 후송을 갔다. 아마 모르는 이가 봤다면 군부대에서 큰 사고가 났나 했을거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이미 응급실 입구엔 의료진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드라마에선 앰블런스에서 내리면서 CPR을 하며 급박하게 이동하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연출되던데...) 걱정하지 말라던 비뇨기과 군의관이 얼마나 구세주 같았는지 몰랐다. 난 나름 안도를 하며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천년만년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2-3주가 지난 어느 날, 이 병장이 음료수를 사 가지고 온게 아닌가. 난 반가움과 미안함에 손을 덥썩 잡으며 고생 많았다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런데 그 놈 왈, "김 대위님,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제 거시기가 '맛동산'으로 거듭났지 말입니다. 필~승~"
* 재미있는 수필을 올려주신 김기현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