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五章
我檀裔有史以來 最慘之庚寅十二月大小寒之間 余率眷離京 乘無蓋車 費半月而僅抵蔚山之避難所 眷率殆至於死境 喫極風雲之苦難 驗知末世之虛妄 乃發表自存原理之實在 仍以繼續考證之業 一年有半 幾整三十餘年之業 壬辰夏 始沈潛回憶而起筆此稿 終於癸巳夏 其爲事也 於暗記之中故 勞神焦思 纔得斷片則因之以會通傍系而後乃綴 如是一年之間 晝以繼夜 頓忘病侵而臥 其爲難事 可以推知也
우리 단씨의 후예가 유사 이래로 가장 처참했던 것은 경인년 12월 대한과 소한의 사이일 것이다. 나는 권속을 이끌고 서울을 떠났는데, 무개차를 타고 보름을 허비하면서 겨우 울산의 피난소에 도착하였다. 식구들은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풍운의 고난을 지독하게 맛보고, 말세의 허망함을 경험하고 알게 된 것이다. 이에 자존원리의 실재, 즉 스스로 존재함과 그 참된 이치를 발표하고, 거듭하여 이를 고증하는 일을 계속하였다. 1년하고도 반을 지나는 동안, 삼십여 년의 일을 거의 정리할 수 있었다. 임진년 여름 비로소 깊이 회고하고 기억함에 몰두하여 붓을 들어 이 글을 쓰기 시작하여, 계사년 여름에 이를 마쳤다. 그 일이라고 하는 것이 암기해 둔 것들 가운데서 찾고 구하는 까닭에, 노신초사, 즉 정신은 수고롭고 생각은 애가 타는 가운데, 겨우 단편들을 얻어낸 즉, 이를 근거로 하여 모아서 통하게 하고 이후에 다시 이어 나아갔다. 이와 같이 한 지 일 년 사이 낮으로 밤을 이어 문득 침식을 잊기도 하니, 병이 침입하여 드러눕게 되었다. 그 일의 어려움이야, 이로써 가히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