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골의 밤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벚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꽃잎이 하나 둘 살포시 떨어졌지요. 바람이 좀 더 강하게 불자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하얗게 날리는 벚꽃들. 문득 함박눈이 생각났어요. 활짝 핀 벚꽃에 취하여 내 고향 논 가운데 떨어지던 함박눈을 생각했지요. 우리 동네 눈이 오면 동네 길가에 눈을 쓸어 모아서 눈 더미를 만들었지요. 그리고는 그 위를 비료부대 타고서 훨훨 지나다니며 썰매를 탔습니다. 논둑에서 논바닥으로 들어올수록 약간 경사가 져서 썰매 타기에 좋았거든요. 밤새아 하하하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썰매를 타고 놀다가 지치면 논 한가운데 털썩 누웠습니다.
그때 나는 신비한 경험을 했어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밤하늘에서 흰 눈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하얀 추억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네요.
그 땅 이름이 지금은 원주시 반곡동 인데 옛날 이름은 달랐습니다. 큰 부자가 세집이 있었다며 삼 보 동. 그래서 늘 삼부자 꿈을 그렸었지요. 설 때나 추석 때엔 옛날 부잣집 기와장이라며 주워다 놋 식기를 닦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발음 나오는 대로 삼보골이 되었답니다.
하얀 눈. 하얀 등잔. 하얀 지붕 추억 하나 하나가 모여 그리움이 되었네요. 새소리와 함께 마당에서, 철길 너머에서 뛰어 놀며「누구누구 땅」하며 기차가 비춰 주는 불빛에서 내 몸 감추며 놀던 산골을 향한 내 고향의 그리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마음속에 쌓이는 모양입니다. 고향에 대한 강한 향수를 그리고 좋은 추억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