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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원불교사상과종교문화 제72집, 2017.6, 131-156 (26 pages) |
-〈요약문〉
『대념처경』은 사띠(sati)를 소재로 마음공부 수행방법을 제시한 경전이라는
점에서 초기불교 혹은 테라와다 전통에서 그 위상이 매우 높다. 그러나 사띠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수행에 적용하느냐 하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
태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띠를 ‘깨어 바라봄’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대승불교를 계승한 원불교
에서 불성을 정의한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원불교의 불성을 근본심과 분별심
의 결합으로 볼 때, 사띠란 근본심의 작용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깨어 바라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나는 ‘몸 안에 등불 켜기,
빛의 몸 만들기’라는 수행 방법을 제안하였다. 사띠의 영어표기인 mindfulness
는 body lightfulness 상태에서 긍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몸 안에 등불
켜기’마음공부 수행법은 불성이 스스로를 일깨워 주시함으로써 그 작용을 ‘일
상적 바라봄’이 아닌 ‘깨어 바라봄’이 장악하도록 하는 공부법이다. 이 공부법
은 초기불교와 원불교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주제어: 대념처경, 사띠, 원불교, 마음공부, 초기불교
차례
Ⅰ. 머리말
Ⅱ. 사띠 개념의 대승적 접근
Ⅲ. 사띠의 원불교적 적용
Ⅳ. 몸 안에 등불 켜기 행법의 효능
Ⅴ. 맺음말
Ⅰ. 머리말
『대념처경』은 비교적 작은 경전이기는 하지만 사띠를 소재로 구체적
인 수행방법을 제시한 경전이라는 점에서 초기불교 혹은 테라와다 전통에
서 그 위상이 거의 절대적이다. ‘바른 사띠(samā-sati)’는 ‘바른 사마디(samāsamadhi)
와 더불어 붓다 수행방법의 핵심인 팔정도의 가르침인데, 오늘날에
는 서양에서 행해지고 있는 마음공부의 상당부분이 사띠와 깊은 관련이 있
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사띠 수행에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첫째, 사띠의 개념문제이다. 사띠를 소재로 삼고 있는 것으로『 대념처경』
을 비롯한 몇몇 경전들이 있고, 그 주석서 역할을 하는 논서도 적지 않다. 또
한 21세기 초반 한국불교학계에서는 소위 사띠논쟁이 많은 학자들을 동원
하였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논쟁이 매듭 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1 오늘에 이르러서 사띠는 의학적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널리 적용되면서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
는 마음공부 방법이 되고 있다
2 자세한 내용은 김준호의 「( 사띠 논쟁의 공과」 『( 불교학 리뷰』4호, 2008)와 정준영의「 사띠논쟁」
『( 불교평론』62호, 2015)을 참조할 것.
『대념처경』과 원불교의 수행 | 133
사띠의 개념에 대한 쓸 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둘째, 사띠의 주체문제이다. 무아를 교법의 핵심으로 삼는 초기불교의 속
성상 무엇인가의 주체를 상정하는 순간 무아의 교의에 어긋날 것이라는 우
려에 직면한다. 그래서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수행자나 학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기피하거나 ‘주체’혹은 ‘무아’에 저촉되지 않는 방안을 제
시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수행 시 이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셋째, 사띠의 수행 적용의 문제이다. 이것은 이상의 두 가지와 연결되는
것이며, 수행자에게 가장 큰 문제이다. 사띠를 수행의 중심으로 삼으려 하
는 수행자는 사띠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방법의 면에서 난관을 맞게
된다.
이상의 세 가지 문제들은 서로 맞물리면서 풀리지 않은 채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정리하고 나름의 해결방안을
대승불교적 사유를 동원하여 그 방향을 찾고자 한다. 그 길은 대승불교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는 원불교적 사유와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한편, 원
불교의 경우 수행에 관한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대념처경』의 사띠 개념을
적용할 경우 원불교의 수행법을 정돈하고 하나로 수렴할 수 있는 방향이 드
러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몸 안에 등불 켜기’라는 수행법3을 제
시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대승적으로 사띠를 재해석하여『 대념처경』이 지
닌 한계를 해소하는 동시에, 원불교가 지닌 수행의 다양함을 수렴하는 고리
로써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본 연구자는「 몸 안에 등불 켜기 혹은 빛의 몸 만들기」 『(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65집, 2015. 9.)
라는 논문에서 그 시도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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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띠에 대한 정의 혹은 그 적용에 관한 것으로 최근 한국 불교학계의 쟁
점이 되었던 소위 ‘사띠논쟁’이 있다. 본 연구자는 그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
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본 연구의 진행상 부분적인 검토는 필요하다.
사띠에 대하여는 학자에 따라 기억 ·생각 ·주시 ·관찰 ·각성 ·마음집
중 ·알아차림 ·마음 챙김 ·주의 깊음 ·수동적 주의집중 ·마음지킴4·
알아챔과 대상에의 주목5 ·지켜보기6 등 수많은 정의가 시도되고 있다. 이
처럼 다양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띠’라는 빨리어가 ‘알
아차림’과 ‘기억’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지닌 독특한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본 연구자는 앞서 사띠에 대하여 ‘깨어 바라봄’이라는 정의를 시도한 바
있는데, 이 경우 ‘깨어있음’과 ‘바라봄’은 둘이 아닌 개념이어야 한다고 생각
된다.7 왜냐하면 사띠는 수행의 방법이므로 실제 적용 시 간단명료하지 않
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띠를 핵심으로 하는 마음공부는, ‘수행하는 당사자’라는 주체의 문
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기불교를 중심으로 사띠를 다루려는 학자는 이 부분
에 대한 접근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사띠한다’라는 논의
에 대하여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4 임승택「, 사띠의 의미와 쓰임새에 관한 고찰」,『 보조사상』 16집, 2001.
5 인경「, 초기불교에서의 止觀과 四禪」,『 보조사상』16집, 2001.
6 박태원「, 정념의 의미에 관한 고찰」,『 철학논총』41집, 2005.
7 사띠의 개념에 대하여 종래 학자들의 견해나 경전이나 주석서 등의 용례를 찾아서 자신의 정당
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본 연구자의 관심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깨어 바라봄’이『 대념처
경』을 비롯하여 사띠를 대상으로 하는 초기 경전의 근본 의지에 어긋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실
제 마음공부 수행 상에서 그러한 양면적 성격이 동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서는 거의 모든 연구자가 대체로 동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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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념처경』을 비롯한 원시불교의 사띠에 대한 개념만으로는 ‘윤회 혹은
수행의 주체’라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넘어서기가 어렵다. 하지만 부파의
교학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을 목표로 대승이 출현하였다는 시각을
수용한다면, 사띠에 관한 정의도 대승의 성과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뿐
만 아니라 사띠는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심리적 요인이며 무한히 응용될
수 있어야 하는 것8이기 때문에 대승의 입장에서도 논의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특히 대승의 입장은 “무엇이 깨어있고 무엇이 바라보는가?”9 할
때의 주어에 관한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주체의 문제는 초기 불교사상에서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왜냐하면 그 상
자를 여는 순간 자아와 무아, 그리고 업과 그 전승의 문제 등 초기불교가 지
니고 있는 태생적 문제들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화는 문제
만 제공하지 않는다. 판도라의 신화에서 얻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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