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네시반쯤 일어나
현관문 열고 대문간 위에 걸쳐진 신문을 들고 들어와서
한시간쯤 들여다 보았다.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 그리도 없는지
특권과시용 금뱃지를 4월부터 바꾸기로 한다고
누군가 바꿀 필요가 없다는 글이었다.
단지 바꾸자는 이유가
디자인이 한문 국(國)자가 우리나라 고유글자가 아니라
외국글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리 의혹을 떠올리게 하는 혹(或)자처럼 보여
바꾸려 한다니 무식의 점입가경이라 했다.
나라국(國)자가 혹(或)자 처럼 보이는 것은
國의 본자가 或자이기 때문이고
본래 혹은 창(戈)을 가지고 백성을 지킨다는 뜻에서 만들어져
뒤에 국자의 자형으로 변천된 것인데
O도 모르면서 면장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말의 약70%가 한자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자도 오랫동안 우리글로 이미 많이 통용돼 왔다.
한글만으로 우리말의 뜻을 완전히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병행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어리석은 백성이 제뜻을 닐어펼수 있도록
굽어살피신 거룩한 취지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신문을 거의 다 보고난 후
카페에 들어와 이상과 같은 취지의 글을 적은 후
나의 일상을 장황하게 늘어 놓고서
마지막으로 아래에 있는 '확인'을 누르니
아! 이게 무슨 변고인고!
스팸 우려가 있어 카페 홈 페이지로 되돌아간다는 창이 떠면서
한참동안 작업했던 내용들이 한꺼번 다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황당했으나 길게 숨을 들이키고 생각해 보니
"지 자랑 그만해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졌다.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크루즈 부두에 콩코드 크루즈 한 척이 계류해 있었다.
춘삼월 호시절에 싱거러운 봄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항해도
배를 타 보지 않은 사람은 가히 그 기분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선미의 펄럭이는 깃발 아래로 아스라히 멀어져 가는 부두에 선 여인
벌써 40년도 넘은 로망스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