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회생절차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는 채권자라 할 수 있다.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으면 채권의 행사가 일체 금지되고 회생계획안이 가결되고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회생채권자의 경우 채권액 중 상당 비율만큼 감액을 당하며 변제기가 길어지는 분할변제로 권리가 변하기 때문에 채권자들은 채무자에게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회생절차에서 큰 피해를 입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특히 담보가 없는 채권자인 회생채권자의 경우 채무자의 히생절차가 진행되지 아니하고 파산절차로 가거나 폐업 등 사실상의 도산으로 갈 경우에 회생절차에 의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회생절차가 채권자 일반, 특히 회생채권자에게 일률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제도라 볼 수는 없다. 채무자의 회생을 위한 결정적절차인 회생계획 인가는 거의 전적으로 회생계획안 가결 혹은 부결이라는 채권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는 점에서 채권자들의 의사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다만 회생계획이 부결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법원이 강제인가의 방법으로 회생절차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자들의 헤게모니는 제한적으로만 보장된다.
통합도산법은 회생절차의 최대 이해관계인 집단인 채권자들의 이해를 회생절차에 적절히 반영하기 위하여 채권자협의회의 구성과 회생절차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1998년 회사정리법의 개정 당시 채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채권자들의 의견을 개진할 창구로 활용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아래에서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채권자 협의회의 구성
채권자 협의회는 통합도산법의 제정에 의한 회생법의 주요한 변화인 기존경영자 관리인제도에 대응하여 기존 경영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를 위하여 기능과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다.
관리위원회는 회생절차개시신청이 있은 후 채무자의 주요채권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규칙(이하 “규칙”이라 약칭함)에 의하면 관리위원회는 회생절차개시신청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통지 받은 후 1주일 이내에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를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원들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통지하고 법원에 보고하여야 한다. (규칙 제34조 1항) 다만 채무자가 개인 또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중소기업자인 경우에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지 아니할 수 있다.(법 제20조) 실무상 중소기업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되지 아니하는 경우도 많다. 실무에서는 채무자가 개인인 경우에는 구성하지 않지만, 법인인 경우에는 사업이나 자산, 부채의 규모나 채권자 수와 관계없이 모두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비중이 있는 채권자들 중심으로 10인 이내로 구성하며 주거래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 채권자가 참가하며, 상거래채권자들의 경우에 큰 규모의 채권액을 가진 채권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된다. 다만 필요에 따라서 소액채권자를 참가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통합도산법은 “관리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소액채권자를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다.” 고 규정하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법 제20조 3항)
3. 채권자협의회의 권한과 역할
(1) 채권자협의회는 주로 회생절차에서 채권자 간의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회생절차의 주요한 쟁점에 대하여 법원에 의견을 제시한다. 법원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채권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채권자협의회가 법원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법률이 명시하고 있는 것은 1)관리인 및 보전관리인의 선임 또는 해임에 관한 의견, 2)법인의 감사 선임에 대한 의견, 3)회사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영업 양도 등의 사항에 대한 의견, 4)영업상 필요한 소액 회생채권자에 대한 변제에 대한 의견, 5)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견, 6)회생절차의 폐지나 종결에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법률은 채권자협의회의 역할로 “회생절차에 관한 의견의 제시”를 규정하여 협의회가 회생절차의 진행 전반에 있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의견제시 외에 채권자협의회의 권한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회사의 경영상태에 관한 실사 청구가 있다.(법 제21조 1항) 특히 금융기관 채권자의 경우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하여 관여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인가 전후를 막론하고 M&A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법률은 관리인으로 하여금 영업 또는 사업의 양도 등에 관하여 매각주간사, 채무자의 재산 및 영업상태를 실사할 법인 또는 우선협상대상자 등을 선정하는 때에는 미리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여 이를 보장하고 있다.(제49조) 채권자의 숫자가 많고 채무가 많은 회사의 경우에는 채권자협의회가 활동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법원은 변호사, 회계사 등을 선임하여 용역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할 수 있다. 전문가를 선임할 경우 법원은 채무자 회사에게 전문가의 선임비용을 부담하도록 명령한다. 법률은 법원이 채권자협의회의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채무자에게 부담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보장하고 있다.(제21조 3항)
(2) 통합도산법이 “채권자협의회의 기능”이라는 제목으로 채권자협의회가 채권자간 의견을 조정하여 할수 있는 행위로 열거하고 있는 것은 1)회생절차 및 파산절차에 관한 의견의 제시, 2)관리인및 보전관리인의 선임 또는 해임에 관한 의견의 제시, 3)법인인 채무자의 감사선임에 대한 의견의 제시, 4)회생계획인가 후 회사의 경영상태에 관한 실사의 청구, 5)그 밖에 법원이 요구하는 회생절차 및 파산절차에 관한 사항, 6)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 등 6가지 항목이다. (제21조 제1항 1호부터 6호)
법 시행령은 제6호의 대통령령에 위임한 취지를 받아서 6가지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차례대로 보면, 1)관리위원회의 회생계획안ㆍ변제계획안 심사 시 의견제시, 2)법원의 지정에 따라 관리인이 채권자협의회에 분기별로 제출하는 주요서류 및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협의회가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에게 제공을 청구한 주요서류에 관하여 관리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권리, 3)법률 제30조, 31조에 따라 회생회사의 관리인이나 조사위원과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관리위원, 주주나 채권자 등에게 법원이 특별보상금,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에 그에 대한 의견제시, 4)법제 62조에 3항에 규정한 회생계획인가 전 채무자의 회생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시행하는 채무자의 영업 또는 사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있어서 법원이 정하는 양도대가의 사용방법에 대한 의견 제시, 5)조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에 관한 의견 제시, 6)회생절차의 종결 및 회생절차의 폐지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이다.
2017년 개정된 법률에서는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에 권한 주요채권자의 발언권, 제3자 관리인 선임 시 관리인 후보자 추천권, 신규자금 차입 허가에 있어서 채권자의회의 발언권이 신설되었다.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에 있어서 채무자의 주요채권자는 관리위원회에 채권자협의회 구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제20조 4항)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법원은 개인채무자 혹은 법인 채무자의 대표자 외의 사람을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법 제74조 2항 2호) 관리인은 법원이 허가를 얻어 회생절차개시 후에 자금의 차입이나 채무자의 채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할 수 있고, 채무자 또는 보전관리인은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개시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행한 자금의 차입, 자재의 구입 그 밖에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는 데에 불가결한 행위를 하여 채무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제 179조 1항 5호, 12호), 위 규정에 의한 자금의 차입을 허가함에 있어 법원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제179조 2항)
4. 결어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법원에 대하여 회생절차의 수행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관리인이 채권자들의 이익에 반한 행동을 하는 것을 제어하고 회생절차의 전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이다. 특히 관리인에 대한 선임과 해임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회생절차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채권자협의회는 법률상 중요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고 한편으로는 관계인집회에서 찬반 의견 표명을 통하여 회생인가의 결정적 열쇠를 지니고 있는 채권자들의 결합체라는 점에서 회생절차에 있어서 관리인 다음으로 중요한 행위주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고려할 때 회생절차를 고려하는 기업은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에 대하여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고, 이후 회생절차 과정에서도 채권자협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회생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한편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권자협의회의 구성을 통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회생절차에서 적절히 낼 수 있어야 하고, 협의회의 구성원이 되기 어려운 소액채권자라면 협의회와 유기적으로 연락하면서 회생절차의 흐름을 파악해야 할 것이고, 다수의 소액채권자들이 연합을 하여 협의회에 대표를 파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법무법인우리하나로 변호사 성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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