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패)'는 불어로 영어의 'Fact-사실'과 의미가 유사하다.
그러나 상황적 '사실'이 아니고 실제 액션이 있었던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건'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다.
프랑스에 있을 때 이 단어를 많이 썼다.
'au fait(오 패) 사실은... 말하자면...'
'tout
à fait(뚜따패) 진짜로...'
그리고 동사로 쓰이는 'faites(패뜨)'라는 단어는
영어의 make처럼 정말 다양하게 사용된다.
동사인 Faites도 실제적 액션을 의미한다.
성남훈 작가가 전시 제목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 의도는
'실제적으로 존재했던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는
다큐 사진의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라는 진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왜 굳이 이 표현을 했을까?
다큐 사진은 실제 사실을 기록한다는 것을 모두 다 아는데?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 모두가
사실 그대로를 촬영하지는 않는다는데 그들의 고민이 있다.
스티브 맥커리의 '포토샵 짜집기와 보정' 사건 이후, 아니
그 훨씬 이전 미국의 유명한 다큐 사진 잡지의
포토샵으로 짜집기한 표지 사진 사건 이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Fait' 즉 'Fact'를 강조할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각설하고,
오늘 오후 다른 스케줄을 취소하고 지인과 함께 전시장으로 달려갔다.
작가를 만나기 위해 토요일 가고 싶었는데 바꿀 수 없는 약속이 잡혀있어서 오늘을 택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시장에 성남훈 작가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다행히 그가 첫 눈에 날 알아봤다. 한번 만나서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기억을 했다.
작은 감동이...
전시장은 두 곳으로 나눠져 전시되고 있었다.
처음엔 알고 있던 류의 프린트가 전시된 공간만 사용하는 줄로 알고
찬찬히 두번 정도 돌아보고 나가려고 했더니
작가가 건너편 공간도 패 전시장이라고 안내를 했다.
어? 어 이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가 그곳에 전시되고 있었다.
담긴 사진 내용은 먼저 본 사진들과 같은 다큐사진인데
종이 프린트가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옻한지에 프린트를 하고,
철판 위에 부착한 후, 철분으로 후처리까지 했다.
6여년 전에 본인이 만든 '한지 프린트 옻 칠'작업과 깊은 관련이 있어서
유심히 살폈다. 손으로 만져보면서......
멋지다. 나와는 컨셉과 스케일이 달랐다.
나의 옻칠 작업은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를 칼라 톤으로 표현하기 위해
옻으로 된장색을 만든 것에 불과하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리얼리티와 휴머니티가 무겁고 강하게 묻어났다.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진하게 들어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설명, 그리고 지리산 작업실 주변에 있는 큰 바위 전체를
사진으로 도배해보려고 한다는 포부도 알려주었다.
말이 너무 많았군요.
그럼 작품 감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