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P~59P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가슴을 파헤쳐 보았는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석연하게 그 광맥을 파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수천 갈래의 길에 서 보았고,
매길목마다에서 정신과 힘을 보았다.
그러나 단 한순간도, 우리 본연의 길에 서 보지도,
본연의 자아를 만난 적도 없다.
우리의 가슴을 통해 흐르는 그 숱한 이름 모를 감정 중에
단 한 가닥도 표현해 낼 능력이 없었다.
하여, 그 감정들은 표현을 찾지 못한 채 영원히 흐르고 있다.
간 세월 헛되이 우리는 숨겨진 자아를 좇아
말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우리의 말과 행동은 웅변이며 그럴싸 하지만 ------ 아, 그건 진실은 아닌 것이다!
하여 우리는 이같은 내면의 투쟁에
더 이상 시달리고자 하지 않는다.
속절없는 순간을 향해 요청한다. 수천 가지 무위한 행위를,
그것을 망각하고 마비시킬 힘을.
아, 그러면 그 순간 즉각 응해 와서 우리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때로는, 몽롱하게 그림자처럼,
끝없이 아득한 어느 왕국에서 오듯
영혼의 깊은 현실로부터
미풍과 부유하는 메아리가 찾아와
우리의 날들에 우울을 더해 준다.
다만-----아주 드물게-------
사랑하는 이의 손길이 우리의 손에 놓일 때,
무한한 시간이 광채를 띠고 몰려와
녹초가 되어
우리의 눈이 상대의 눈의 말을 읽어 낼 수 있을 때,
세상사에 귀 막은 우리의 귀에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애무하듯 울려 올 때 -----
그때에는 우리 가슴속 어디멘가 빗장이 열리고,
오랫동안 잊었던 감정의 맥박이 고동을 치게 된다.
눈은 내면을 향하고, 가슴은 평온해지며,
이제 우리는 우리가 뜻하는 것을 말하게 되고
우리의 소망을 알게 되는 것이다.
굽이치는 생의 속삭임을 듣게 되며, 생의 강물이 흘러가는
초원을, 태양과 미풍을 느낀다.
날아 도망치는 그림자 같은 휴식을 잡으려고
영원한 추격을 벌이는 인간의 치열한 경주에,
마침내 휴식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제 서늘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미문의 고요가 그의 가슴을 덮는다.
그때 그는 생각하리라------
자신의 생명을 잉태한 언덕과
그 생명이 흘러갈 태양을 이제 알고 있노라고.
첫댓글 아..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네요
고등학교 때 이런 깊은 감수성을~~
"우리의 눈이 상대의 눈의 말을 읽어 낼 수 있을 때"... 눈의 말을 읽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