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덕분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다 모였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아내가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해서 IPTV를 뒤지다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써드 스타'를 발견했습니다. 29세 남자
네 명이 그들 중 한 말기암 환자를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였습니다.
도입부를 조금 지나서 남자 둘이 들판에서 소변을 보다가 서로 신체를 보며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큰딸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에이, 별로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흔히 하는 농담이야."
"나는 이해가 안 돼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지."
"아빠는 저게 나쁘지 않다는 거예요?"
"악의는 없는 거야."
"불쾌하잖아요."
"집단과 시대에 따른 독특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고전 문학도 받아들이기 어렵지."
"내 생각에 옳지 않는 정서나 행동을 비판할 수 있잖아요."
논쟁이 지속되니까 옆에서 아내와 작은딸이 끼어들었습니다. 영화 보는데 방해도 되었겠죠.
그런데 둘 다 제 편을 들었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큰딸이 눈물을 흘렸고 영화를 계속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가족 친지들이 모이면 별 것 아닌 일로 기분 상하고 마는 일이 많죠. 조금 더 상대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면 될 텐데 그게 쉽지 않네요. 제가 배려해야 했는데 잘못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저처럼 서툴러서 다투지 마시고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 ^^
첫댓글 계절이 참 빠릅니다. 겉보살님의 소소한 일상이 그리운 저녘 입니다.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