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사회성/감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스토리텔링’이 있다. 아동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일방적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유익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장점이 강조되어 왔다. 나아가, 동화를 읽어주는 것보다 더욱 생생하게 스토리텔러의 목소리와 표정의 연기로 학생들의 몰입을 유도하며, 학생들이 텔러의 얼굴표정과 목소리 톤의 민감한 차이를 분별하며 보고 듣는다는 점에서 사회성/감성교육의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게다가 그 스토리가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친숙한 소재나 장면, 감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필자와 한 초등학교 교사(남부초 강미영 교사)가 함께 고안한 스토리텔링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 수업의 예
어느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교사 주위로 원 모양으로 의자를 놓고 둘러앉은 아이들은 교사의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교사는 하트 모양으로 자른 빨간 색 종이를 가슴 앞 쪽에 두 손으로 들고, 아이들에게 이 하트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지를 묻는다. 아이들의 대답이 끝나면 교사는 이 하트 모양의 빨간 종이가 지금 들려줄 이야기에 등장할 한 아이의 마음이라고 얘기한 뒤, 아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 수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수진이는 어젯밤, 무서운 꿈을 꾸느라, 잠을 잘 못 잤어요. 아침이 되어서, 아빠가 일어나라고 수진이를 불렀지만, 너무 피곤해서 수진이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계속 누워 있었어요. 조금 후, 아빠가 방에 들어오시더니, “어서 일어나서 밥 먹어! 아직도 안 일어나면 어떻게 해? 학교 늦을 텐데!” 하고 짜증을 내시며 크게 소리를 치시는 거예요. (교사는 들고 있던 하트의 한 귀퉁이를 찢어 바닥에 떨어뜨린다.)
# 피곤한 수진이는 눈을 비비며 억지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어요. 아침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수진이가 항상 아침으로 즐겨 먹던 계란반찬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수진이는 자신보다 앞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은 오빠를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오빠는 수진이에게 “늦잠 자니까 그렇지! 늦잠 잔 사람이 손해야, 내 잘못 아니야!” 하며 놀렸어요. (하트의 일부분을 또 찢어 바닥에 떨어뜨린다.)
# 그렇게 억지로 아침을 먹고, 옷을 입었어요. 수진이의 언니가 수진이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옷이 그게 뭐야? 진짜 웃긴다” 하며 깔깔대고 웃는 거예요! (남은 하트의 일부분을 또 찢어 버린다.)
# 그래서 수진이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가방을 급히 집어 들고, 학교로 뛰어갔어요. 부랴부랴 교실에 들어가니, 담임 선생님이 화가 난 얼굴로 수진이를 쳐다보시면서, “또 지각이야?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 무섭게 얘기하시면서 칠판에 ‘지각, 김수진’이라고 쓰셨어요. 그리고는 수진이에게 그것을 큰 소리로 학급 친구들 앞에서 읽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남은 하트의 큰 부분을 찢어 버린다.)
# 그렇게 오전이 지나갔어요. 점심시간이 되어 수진이는 식당으로 향했어요. 급식을 받아서,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같이 앉으려고 하는데, 몇 몇이 “여기 자리 없어!” 다른 데 가서 찾아봐!” 하고 말하는 거예요. (남은 하트의 일부분을 또 찢어 버린다.)
# 학교가 끝나자 마자, 수진이는 집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뛰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너무 아파서 살펴보니 바지에는 구멍이 크게 나 있고, 다리에는 피가 나고 있는 것이었어요. (남은 하트의 일부분을 찢는다.)
# 아픈 것을 참으며, 다리를 절룩거리며 집에 간신히 도착했어요. 엄마가 수진이를 보시자마자, “바지가 그게 뭐야? 으이구! 네가 늘 그렇지!” 하며 짜증을 내셨어요. (남은 하트를 마지막으로 찢어 버린다.)
스토리텔링을 마친 후,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금 수진이의 마음이 어떨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수진이처럼, 속상한 일들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나요?”라고 물은 뒤, 학생들이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도록 이끈다.
곧이어, 교사는 또 다른 하트모양의 종이를 하나 꺼내어 들고서, “이건 여러분의 예쁜 마음이에요.”라고 말하며, 각 학생에게 다가가 가슴 앞에 하트를 대어준다. 그리고, “그런데, 우리는 이 마음이 찢어질 때가 있지요. 우리가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질문한다.
학생들이 대답을 마치고 나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세 단어를 칠판에 쓰고는 이 말들은 우리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마법의 언어’ (매직워드)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하트 모양의 붙임종이를 나누어 주며, “그동안 학급에서 선생님이나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써 보세요. 그리고,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생각나지 않거나 없다면, 지금 혹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염려되는 친구에게 써 주고 싶은 말을 써 보세요.”라고 말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노래를 잔잔하게 틀어준다. 학생들이 쓴 하트를 미리 준비한 큰 하트에 붙이도록 하고,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쓴 쪽지를 다 붙이고 나면, 자신이 쓴 내용을 한 사람씩 읽도록 한다. 그리고, 학급 전체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노래의 동영상을 보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도록 이끈다.
스토리텔링 수업의 가치
이 수업은 실제로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급에서 진행한 것이다. 이 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이 활동을 통해, 교사 자신에게는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학생들의 문제와 학생간의 갈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사회성 및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이러한 수업을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사용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교사는 한 학기나 일 년 동안 아이들의 생활을 눈여겨본 뒤에, 학기나 학년을 마무리할 때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학생들이 1년동안 친구들에게 고마웠던 일, 미안했던 일 등을 생각해 보고 표현하게 하며 우정을 다지는 기회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고마움, 미안함,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마법의 언어를 교사와 아이들이 자주 자연스럽게 나누며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야말로, 인성교육의 본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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