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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인간의 감정을 소재로 다룬 한 애니매이션 영화가 개봉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미국의 픽사(Pixar)가 제작한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이었다. 11세 소녀 라일리가 가족의 장거리 이사라는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며 겪는 상실감과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는,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두려움(fear), 혐오(disgust)의 다섯 가지 감정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주인공의 내면의 감정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Pixar, 2015년)
이 영화는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시켰다는 점에서도 매우 특별하지만,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기쁨’이 항상 라일리의 감정을 주관하려 하고 ‘슬픔’을 통제하며 그 활동을 억제하려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라일리의 고통은 슬픔을 통제하려고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결국, 상실의 슬픔에 빠져 있는 라일리가 회복되도록 해 준 것은 라일리의 슬픔을 공감해 주며 따듯하게 위로해 주는 부모님의 노력, 그리고 라일리가 흘린 눈물이었다.
본 칼럼에서는 인사이드 아웃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러한 메시지와 더불어, 교사와 부모들이 학생들과 혹은 자녀들과 나누어 보면 좋을 감성교육의 아이디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감정에 따른 얼굴표정과 신체 반응
‘인사이드 아웃’ 영화 제작에 주요 자문단으로 참여한 폴 에크먼(Paul Ekman)1) 박사는, 시대와 문화, 인종, 지역을 불문하고 인간에게 공통적인 내재되어 있는 감정이자, 얼굴 표정으로 구분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으로 기쁨, 슬픔, 혐오, 두려움, 분노, 놀람의 6가지 감정을 지적한다. 아이들과 감정 수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먼저 다양한 감정에 따른 얼굴 표정을 살펴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눈과 눈썹의 모양은 어떻게 되는지, 입모양은 어떤지를 살펴보며, 각각의 감정을 느낄 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몸 전체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 함께 나누고 살펴 보자. 감정에 따른 얼굴 표정을 아는 것은, 타인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감정에 따른 신체반응에 대해 아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인식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 감정에 따른 얼굴 표정 >
(일러스트레이션, 류주리)
< 감정에 따른 표정 및 신체의 반응의 예 >
화날 때 | 슬플 때 |
몸에서 열이 난다. 눈썹이 찌푸려진다. 목소리가 커진다. 몸이 긴장되고 굳어진다.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이를 꽉 물게 된다. | 입가가 처진다 눈물이 난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몸의 온도가 내려간다 목소리가 작아진다 어깨가 처진다 |
(출처: ‘아주 친절한 감정수업’, 함규정 저, 글담어린이)
감정을 진정시키는 눈물의 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무조건 억압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각각의 다양한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알려준다. 분노와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라 할 지라도, 내 몸의 반응을 살피며 ‘내가 지금 분노하고 있구나, 슬픈 상태구나’ 하는 것을 먼저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안전한 방법으로 분출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가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행동은 일종의 감정의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인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매사에 눈물을 흘리며 우는 행동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의 강한 감정이 일어날 때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은 감정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아이가 상실을 경험하고 슬퍼하고 있다면, 그 아이에겐 지금 “그만 울어!” “뭐 그런 걸 가지고 울어?”가 아니라 “많이 슬프구나” 라고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중고등학생의 자녀나 학생이라면, ‘인사이드 아웃’ 영화를 함께 본 후 많은 대화를 이끌어 낼 수 것이다. 한편, 유〮초등학생 아이들이라면 그림 동화를 활용해 보자. 아이들의 눈높이로 재치있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표현한 동화, “눈물바다”(서현 글〮그림)를 활용해 아이들과 다양한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아이들에게 울고 싶었던 적은 언제였는지 질문해 보고, 또는 언제 어떤 이유로 울었는지를 나누어 보자. 또한, 눈물을 흘리는 데에는 슬픔이나 분노만이 아닌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경험을 나누어 보게 하자.
(서현 글 · 그림, 사계절)
(사진 제공, 신길초 최영일 교사)
맺으며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 주면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더 잘 나눌 수 있듯이, 감정을 존중받아본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존중할 수 있는 법이다. 아이가 지닌 감정이 두려움이건, 슬픔이건 그 감정들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의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해 주면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실생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깊어지고,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감소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학교 폭력도 줄어들 것이다.
기쁠 때 마음껏 기뻐하고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 인성교육 이전에,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감성 교육’이 먼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을 맺으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포용하여야 함을 이미 오래 전에 우리에게 알려준 13세기 이슬람 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젤랄루딘 루미(Jelaluddin Rumi)의 시를 음미해 보자.
1) 폴 에크먼 (2003)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 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