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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자존감
인간이 느끼는 행복과 자존감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자존감은 행복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자존감의 결과물이 행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 없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서점에 가보면 자존감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인에게뿐만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아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모여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결핍되거나 현저히 줄어들면서, 우리의 자존감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자존감과 공동체 속에서의 상호작용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모와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논하고자 합니다.
자존감의 정의와 구성 요소
자존감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심리학자이자 이 분야의 대가인 너새니얼 브랜든(Nathaniel Branden)1은 《자존감의 여섯기둥》에서 자존감(Self-Esteem)을 ‘자신이 삶에서 마주하는 기본적인 도전에 맞서 대처할 능력이 있으며,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내적 경향’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 개념으로 ‘자아존중감(self-respect)’과 ‘자기유능감(self-efficacy)’을 언급하며, 이 두 가지의 요소가 모두 있어야 진정한 자존감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브랜든 박사에 의하면, 자아존중감은 ‘자신이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태도, 즉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말합니다. 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입니다. 한편, 자기유능감(자기효능감으로 번역하기도 함)은 ‘스스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즉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기유능감은 성취의 경험을 통해 키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자존감은 무조건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스스로 주거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듣는 것뿐 아니라, 작고 큰 성공의 경험을 통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과 자녀의 자존감을 키우고자 한다면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공동체와 자존감의 관계
이러한 자아존중감과 자기유능감을 혼자의 노력만으로 키워갈 수 있을까요? 타인과의 상호작용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혼자의 노력만으로 자존감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자존감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이며,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자존감은 높아지기도 하고 또한 상처받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중에는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 직장 동료 등을 통해 듣게 되는 인정의 말과 실수나 실패에 대한 격려의 말과 행동은 우리의 자존감이 상승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말과 행동에 우리의 자존감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 동아리, 교회 등과 같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공동체는 개개인의 자존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자존감이 끊임없는 타인의 인정과 존중만으로 키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비교, 평가에 연연해 하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도록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특히 어린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자존감은 부모, 교사, 또래 친구로부터 존중과 인정을 받는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따라서, 이 또래에게 가장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가정과 학교라는 공동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공동체의 분위기, 실수를 비난하지 않고 허용해 주며 실패를 통해 배우며 성장해 가도록 도와주는 공동체의 분위기는 자아존중감과 자기유능감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필수적입니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의 실수나 약한 부분을 격려하거나 도와주는 말과 행동, 서로의 장점을 인정해 주거나 작고 큰 성공을 함께 축하하며 기뻐해 주는 일 등을 통한 상호작용은 개개인에게 친밀한 소속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자존감이 형성된 학생은 공동체를 편안하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체 내에서 자립적이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동료(또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브랜든, 2015)
이러한 공동체와 자존감의 밀접하고 상호 보완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반영하여, 필자가 개발한 ‘마음트리’(사회성· 감성 향상 프로그램)2에서는 ‘공동체’와 ‘자존감’ 단원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실 속 자존감 높이기
학생들이 학급,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건강한 자존감을 갖도록 돕는 것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에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싶은 교사는 먼저 자신의 자존감을 키우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교사가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본보기가 된다면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일이 훨씬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3에서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박사는 인간이 완벽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타인에게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아차리더라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고 불완전하지 않은 척을 합니다. 따라서, 교사는 먼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학생들의 불완전함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의 불완전함을 채워주며 서로 돕고 함께 살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천 사항들에 대해 제안하고자 합니다.
• 학생들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을 수용하고 존중하기
• 학생들의 약점보다 강점에 주목하며 긍정적 피드백 주기
•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 실수를 허용하며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분위기 조성하기
•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격려하고, 이로 인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지지하기
끝으로, 우리가 각자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팩 초프라의 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드러내 보일 때
당신은 망가지는 게 아니라 온전해진다.
자기 그늘을 불편해하지 않고 태연히 끌어안을 때
당신은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 되고
당신 인생은 굉장한 모험으로 된다.
자신의 모호함과 어수룩함을 불편해하지 않을 때
당신은 자연스러워진다.
세상에는 자연스러움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강함과 약함을 불편해하지 않을 때
당신의 단순하고 소박한 인간성이 빛난다.
디팩 초프라4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