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Slow Food)는?
단순히 오랜 시간 숙성된 '실체적 음식'이나 천천히 조리된 음식을 천천히 '먹는 행위', 또는 특정한 '식생활 지침'을 슬로푸드라고 하지 않습니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출발했지만 오랜 실천활동과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음식문화를 보호하고, 재발견하고, 널리 알리며 더 나아가 지역농업과 생물종다양성 보호를 주장합니다. 식재료를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재배했는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공되었는지, 농업방식과 조리법에 많은 관심을 갖고 교육과 각종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슬로푸드는 음식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먹는 즐거움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시간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자란 친환경 먹을거리를 말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 자연의 속도에 따르는 것입니다. 땅과 물, 동물, 식물이나 농민, 소비자 어느 누구에게도 해로운 농약이나 성장호르몬은 사용하지 않고 오래된 농부의 지혜를 배워 작물을 재배하고 과실을 가꾸고 동물을 기르는 것입니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농산물로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은 깨끗하고 신선한 농산물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재료가 가까운 곳, 살아있는 곳에서 재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놓이고 재배된 곳과의 유대감, 공동체 의식이 생기게 됩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먹던 그대로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오랜 시간 묵혀 그 깊은 맛을 느끼면서 먹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 삭힌 음식인 젓갈, 익혀먹는 김치, 달여먹는 엿, 발효과정을 거친 술이 대표적인 우리나라 슬로푸드 음식입니다.
슬로푸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다듬고 손질해 요리하는 음식으로 서로 도와 음식준비를 함께 하면서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느리게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푸드입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며 생활 습관의 완전한 변화를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표준화하고 전통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운동을 넘어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영농방식, 소농과 지역농업 보호, 뭇 생명 보호, 느리게 살기 운동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역사
슬로푸드(Slow Food)는 1986년, 이탈리아 북쪽의 작은 마을 브라(Bra) 출신의 언론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시작한 음식운동이면서 1989년 파리에서 결성된 국제민간기구의 이름입니다.
이 운동의 초기 목적은 좋은 음식과 미식적 즐거움, 그리고 느린 삶을 지향하고 지키는데 있었습니다.
오늘날 슬로푸드 운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범위까지 발전하였고, 위험에 빠진 우리 지구의 생존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친환경 미식(eco-gastronomy)에서 신개념 미식(neo-gastronomy)으로
슬로푸드는 '새로운 미식'을 주장합니다. 그것은 개인의 음식 선택의 자유, 교육의 권리, 음식에 대한 다방면의 접근에 관한 권리를 말합니다.
로컬(local)에서 글로벌(global)까지
슬로푸드는 현재 160여 개국, 십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합니다. 국가단위의 사무소는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미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와 한국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질(quality of food)에서 삶의 질(quality of life)까지
슬로푸드는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운동으로 출발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식재료 생산의 환경에서부터 생산방식과 유통, 조리와 외식, 식문화와 교육, 음식소비자의 태도와 권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변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철학
슬로푸드는 전통적이며 지속 가능한 음식과 식재료를 지키며, 경작법과 가공법을 보존하고 가축과 야생 동물의 생물종다양성을 보호합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과 농업 방식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사회(local community)의 오랜 지혜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슬로푸드는 우리의 식문화 유산을 형성하는 역사적, 미적,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합니다. 식사는 농경적 행위이며, 충분한 정보를 가진 분별력 있는 소비자들은 '공동생산자(Co-Producer)'가 됩니다. 음식은 좋고(Good), 깨끗하며(Clean), 공정(Fair)하여야 합니다.
좋음(Good) - 맛있고 풍미있으며, 신선하고 감각을 자극하며 만족시키는 음식
깨끗함(Clean) - 지구의 자원을 축내지 않고, 생태계와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생산된 음식
공정함(Fair) -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음식. 생산, 상품화, 소비의 모든 단계에서 공정한 임금과 조건을 갖춘 음식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이해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도록 감각을 훈련하면, 세계를 바라보는 눈 또한 열리게 됩니다.
사명
음식은 즐거움을, 즐거움은 자각을, 자각은 책임을 뜻합니다.
슬로푸드는 미식과 정치, 농업, 환경이 불가분한 관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슬로푸드가 세계의 농업과 환경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슬로푸드는 현대 식량 시스템 속에서 생물종다양성을 보호하며, 미각 교육을 실행하고 음식행사와 프로젝트를 개최하여 고품질 식품 생산자를 공동생산자에게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 생산자와 공동생산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연결
- 모든 연령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 생물종다양성의 보호
활동
뭇 생명의 보호(Defence of Biodiversity)
산업화된 농업과 세계 식량 체계의 확산으로 점점 사라지는 수많은 전통 곡물, 채소, 과일, 동물 등을 지키기 위하여 2003년 슬로푸드생물종다양성보호재단(Slow Food Foundation for Biodiversity)을 설립하고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다양한 요리법을 구사했던 전통 농업과 음식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맛의 방주(Ark of Taste)
잊혀져 가는 맛과 음식들을 발굴하고 훌륭한 요리법들을 기록하는 슬로푸드의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1996년에 시작되어 전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1,000여 가지 이상의 동물 품종, 과일과 채소, 조리된 음식과 구체적인 요리들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어 등 6개 언어로 번역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부터 발굴과 기록, 등재 작업을 시작합니다.
프레시디아(Presidia)
먹을거리 생산 명인들을 직접 도울 목적으로 2000년도에 시작하여, '토종' 생산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모임과 시장을 연결해주어 전통 생산 방식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슬로푸드의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생산품들은 슬로푸드 행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떼라 마드레(Terra Madre)
전세계 각지에서 대안적인 먹을거리 문화를 찾는 수천명의 생산자들과 먹을거리 공동체들이 지속가능한 농법, 생태계 보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네트워킹 하는 모임이자 축제입니다. 생산자, 요리사, 연구자, 학자들이 고루 참석하는데, 연구자들은 생산자들이 가진 실용적이고 전통적인 지혜에 과학적 지식을 덧붙여주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요리사에게도 부족한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2010년 행사 때는 전세계 160여개국의 1천557개의 먹을거리 공동체, 2,634명의 농부와 어부, 560명의 요리사, 283명의 학자와 그 밖에 다양한 음식 생산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떼라 마드레(Terra Madre)는 “어머니 땅 지구”라는 뜻입니다.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
세계 각국에서 모인 먹을거리 장터입니다. 닷새 동안 열리는데 먹음직스런 디저트에서부터, 곡식, 채소, 고기, 치즈, 잼, 맥주, 샴페인까지, 거의 모든 음식들이 차려집니다. 참가자들은 수백여개의 맛 워크숍(Taste Workshop)에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양심적인 생산자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줌으로써 그들이 생산한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게 하고, 진정으로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끔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짝수해 10월에 개최되며 2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 10월에 아시아·오세아니아 먹을거리 장터를 '아시오 구스토(AsiO Gusto)'라는 이름으로 개최합니다. '아시오 구스토'는 '살로네 델 구스토', 프랑스 뚜르에서 열리는 '유로 구스토(Euro Gusto)'와 함께 슬로푸드의 3대 국제행사입니다.
생산자와 공동생산자 잇기(Linking producers and co-producers)
공동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의 수동적인 역할을 넘어,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산방식,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소비자들이 먹을거리 생산자들을 능동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생산과정에 참여하도록 박람회, 관련 행사, 시장 등을 열고 있습니다.
음식시민모임(Convivium activities)
"부침개를 찢어 나누고 소금을 함께 쓰며 한 그릇에서 국자로 덜어 먹는 흔한 일이
단순한 식욕 충족 이상의 것을 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무나 드물어 보인다."
- 위안 메이/Yuan Mei, 중국 시인
지역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조직하여, 전통적인 먹을거리를 보호하는 캠페인, 시식회, 세미나 등의 활동으로 밥상을 살립니다.
미식과학대학교 (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
지속가능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세운 음식문화 종합대학입니다. 세계 최초로 요리와 농업을 연결시켜 학문적으로 생물종다양성, 지속가능한 소규모 농업 생산방식, 지구의 생태, 환경, 농업, 식품문화, 요리 등을 두루 연구하고, 전통과 관습이 깃든 음식의 고향을 찾아가는 음식탐방(Food Trip)을 가서 직접 맛보고 배웁니다.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