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광제
– 정의라는 것도 이상의 세 가지 요소가 이성의 계도에 따라 서로 화합된 상태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국가가 감당해야 할 임무는 출신성분이 어떠하든 간에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 기회 균등이나 또는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출발지점에서부터 균등한 조건이 주어진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특징을 이룬다면 실로 이보다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개개의 인간에게도 욕망, 의지 및 이성이 주어져 있으며 또한 바로 이 세 가지가 서로 균형을 유지할 때 정의도 구현될 수 있듯이, 원래 국가 생활의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상이한 세 가지 과제 : 즉 그 근본이 되는 양식과 생업, 외부에 대한 방어, 그리고 이성을 통한 계도 등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다시 이 세 가지 과제에는 바로 여기에 일치하는 세 가지의 자연적 계층, 즉 상공업자와 (플라톤이 칭하듯이) 감시자나 전사 그리고 지배자가 있게 마련이며, 정의라는 것도 이상의 세 가지 요소가 이성의 계도에 따라 서로 화합된 상태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마치 개개의 인간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경우에도 역시 특정한 지배자에게서 구현되게 마련인 이성이 통치해야만 하되, 다만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업무를 감당할 자를 과연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이다.
마치 개개의 인간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경우에도 역시 특정한 지배자에게서 구현되게 마련인 이성이 통치해야만 하되, 다만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업무를 감당할 자를 과연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이다. 여기서 플라톤은 취사 선택의 원칙을 활용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국가가 감당해야 할 임무는 출신성분이 어떠하든 간에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체육과 음악이 유년교육의 근본요소가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체육은 신체를 단련하고 용기와 인내심을 길러주는가 하면, 음악은 심성을 함양하고 온유하고 유연한 성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체육과 음악이 융합됨으로써 인간의 성품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요구되는 것으로는 계산법, 수학 그리고 올바른 사유를 위한 변증법에의 초보 연습 등이 있고 다시 이밖에도 지구력을 시험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하여 유혹이 곁들인 고통, 긴장을 이겨내게끔 강요하는 일 등이 있다.
20세에 달한 후에도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자는 결국 엄격하고 공정한 시험을 거쳐야만 하는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후보자로서의 자격조차도 박탈당한다.
그러나 여기서 선발된 자는 이때부터 다시 10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나서 또 한번의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이것을 거쳐 나온 자는 다시 5년간을 철학(哲學)을 중심으로 한 지적훈련을 쌓아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나서 나이 35세가 된 그들이 국가를 영도해 나가고자 할 때 여전히 그 무엇인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즉 실제 생활면에서의 경험과 예민성, 다시 말하면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되겠다.
그러므로 결국 이들은 여기서 다시 15년간에 달하는 실생활 면에서의 경험을 쌓기 위하여 이념의 세계가 아닌 냉혹한 현실문제와의 대결 속에서 자기 시련을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비로소 그들은 감미로운 꿈의 세계와는 다른 그 어떤 비바람도 이겨 낼 만한 생존경쟁을 키울 수 있게 됨은 물론, 이론과 실천 면에서도 다 같이 완벽한 수양을 쌓는 가운데 어느덧 50세에 달하게 된다.
여기서 처음으로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주저도 할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지도자로서의 공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되는 바, 다시 말해서 이제서야 비로소 그들은 가장 우수한 나라의 일꾼으로 선발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야말로 플라톤이 꿈꾸던 다름 아닌 철인 (철학자)정치가 혹은 제왕 철학자로서, 실로 그들은 권력과 지덕을 겸비한 것이 된다.
그의 출신성분이나 소크라테스와의 밀접한 교분 등에 비추어 보아서 플라톤이 귀족주의적 국가관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것은 쉬이 짐작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여하간에 문자 그대로의 귀족주의 헌법을 희구하였던 그는 통치권은 가장 우수한 시민이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다른 면으로 볼 때 이것은 완전한 민주주의를 갈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그 어떤 특권의 상속도 인정되지 않는 까닭에 결국 최고위에까지 승진할 수 있는 균등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회 균등이나 또는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출발지점에서부터 균등한 조건이 주어진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특징을 이룬다면 실로 이보다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여하한 난관을 무릅쓰고서도 일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귀족주의적 국가가 성립되었다고 가정할 때, 반드시 여기에는 엄청난 내부로부터의 위험이 따를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와 같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엄선된 자는 허약한 성격의 소유자와는 판이한 극히 억센 사나이들 뿐이므로 결국 이들도 역시 그 밖의 일반 시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면 누구나가 지니게 마련인 충동이나 욕망을 지니고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아무리 엄청난 시련과 단련을 받은 자들이라 할지라도 일단 무제한의 국가권력을 소유한 이상은 전체를 위한 선행보다도 자기 개인의 이익만을 쫓으려는 유혹에 물들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혹의 손길은 (인간의 두 가지 근본 충동이 배고픔과 사랑인 것과 마찬가지로) 금전욕과 소유욕, 그리고 처자와 가족으로 뻗쳐나갈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두 갈래의 유혹에는 제동이 걸리게 마련이어서, 이를테면 전사(戰士)라든가 혹은 이들 전사 중에서 차출되는 앞으로의 통치자(이 두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플라톤은 감시자의 부류에 포함시킨다)는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지켜야만 한다:
“피할 수 있는 한에 있어서 그들은 결코 재산을 소유해서는 안되며 또한 누구든 자기 집에 들어서려고 할 때 그의 출입을 저지하기 위한 고리가 채워져 있는 개인 가옥을 소유해서도 안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들은 절도를 지킬 줄 아는 용감한 사나이로서의 강인한 전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 이외의 것은 추호도 수령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비록 이들에게 시민들로부터 일정한 액수의 보수가 지급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년 치의 지출액에 충당될 정도에 그칠 뿐, 결코 다음 연도에 가서 사용될 여분까지 책정되는 법이라곤 없으며, 또한 이들은 마치 병영 생활을 하는 병사와도 같이 공동식사를 하거나 합숙 생활을 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에게는 스스로 만족을 누리기에 충분할 정도의 금과 은이 신으로부터 하사되어 있으며, 또한 극히 값진 금속이 그들 자신의 내부에 담겨져 있으므로, 그들은 현세에서 통용되는 더 이상의 보화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스스로가 지닌 그와 같이 신성한 보화를 값싼 현세의 재물과 혼합시킴으로써 그 거룩함을 욕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직 그들만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금이나 은에 손을 댄다거나 혹은 이 금속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해서도 안되며, 그러한 금속을 한 지붕 밑에 간직한 채 살아가서도 안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자기 옷 속에 그것을 넣고 다닌다거나 혹은 그것을 재료로 하여 만든 잔으로 물 또는 술을 마셔서도 안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그들은 자신은 물론이요. 나아가서는 국가를 구제할 수 있는 길마저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에 하나라도 자기의 개인 가옥이나 토지 또는 금을 벌어들인다면, 필경 그들은 감시자와는 다른 집주인이나 지주가 될 것이며 또한 모든 시민의 동맹자가 아닌 난폭한 명령자로 둔갑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그들 자신이 타인을 증오하거나 경계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그를 자신이 타인의 증오를 받거나 경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마침내 외부의 적보다도 내부에 도사린 적을 더욱 두려워하는 나날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마침내 그들 자신이나 또는 국가 자체에까지 밀어닥칠 멸망의 시간을 눈앞에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빚어지고야 말 것이다”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되어 있는 감시자로서는 심지어 부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까지도 예외를 이룰 수는 없는 바, 즉 그들은 아내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하여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들의 공유물이어야만 하는 이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어떤 여자도 특정한 남자와의 동거가 허용되지 않는 까닭에, 결국 여기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도 자기의 친아버지를 알 수 없음은 물론, 또한 아버지로서도 자기의 친자식을 알아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여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적용되는 어떤 일반적 기준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즉 “가장 우수한 남성일수록 역시 그에게 가장 알맞는 우수한 여인들과 가급적 번번이 동거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에, 열등한 남성일 경우에는 바로 자기와 같이 열등한 여인들과의 동거조차도 가급적이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종족 자체의 우량한 상태가 보존되도록 하기 위하여 역시 우수한 남녀의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들은 훌륭하게 양육되는 반면에, 열등한 측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는 만족할 만한 양육의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만한 수의 남녀가 쌍을 이루어야 하는가 하는 것만은 통치자에게 일임되어야 한다고 보는바, 왜냐하면 전쟁이나 질병으로 인하여 인구가 감소되는 경우까지도 감안하여 이들 통치자들은 언제나 일정수의 남자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써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상공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백성들로서는 사유재산을 소유하거나 자기의 가족을 거느릴 수는 있는 대신에 그들은 하등의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언급해 둘 것은 노후의 플라톤이 저술한 법치론(法治論)에서는 전에 그가 저술했던 국가론에 담겨 있던 바와 같은 여러 가지 편파성이 줄어든 듯이 보일 뿐만 아니라 그의 전체적 관점도 또한 훨씬 현실감각을 지니게 됨으로써, 결국 여기서는 그도 다양한 학설이 혼용되어 있는 헌법을 권장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