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목 자해 상처 SNS에 올려 관심받으려는 청소년들
“패션우울증”이라며 “관심가져달라”…“부모·상담기관 등과 편안한 대화 시급”
춘천시 한 중학교에 다니는 A(14)양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패션 자해해요. 손목 그었는데 관심 좀 주세요’라는 글과 피가 흥건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또 페이스북의 한 계정에는 ‘내가 자해해서 상처 난다면??’, ‘기분 풀 겸 자해하는 거로 해야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처럼 최근 소셜네트워크(SNS) 상에는 ‘우울증’을 패션처럼 여기며 스스로 자해한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는 청소년들이 등장, 확산성이 강한 SNS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패션 우울증’이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패션 수단처럼 여기고 그 관심을 끌기 위해 팔뚝 상처내기 등 자해한 모습을 우울증의 징표로 사진으로 SNS에 업로드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우울증을 패션처럼 몸에 두른다는 것이고 그를 위해 자해를 한다는 말이다. SNS(트위터)에 ‘패션 우울증’만 검색해봐도 많은 게시글과 자해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그들의 계정에는 “패션 우울증”, “패션 자해”라는 단어들이 통용되고 있다.
SNS(트위터)에서 자해한 팔들을 모아 사진을 찍고 게시글로 올리고 있다.
“패션우울증” 운운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트위터에 “패션 자해”글을 올린 A양은 스스로 생각해봐도 “부모님이 딸을 위해 헌신해주시지만 계속 우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여중생이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지금 현실이 불일치해 생긴 불만족에 늘 우울감이 계속된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그녀는 “제 자신이 가끔씩 패션 우울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그녀는 어떤 사회관계 속에 살고 있을까. 부모님에 우울하다고 하면 “부모님은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을 데려다 주세요”라고 A양은 전한다. 그러나 친구들의 경우에는 반응이 다르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나도 죽고싶다. 씨XX . 자해하자”라며 그들만의 위로 방법으로 “서로를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춘천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김미영센터장은 “요즘 초등학생 조차 팔이나 다리에 자해 흔적을 남기고 빈번하게 SNS에 업로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행동은 외롭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표현은 단계가 있는데 청소년들은 그 단계적 조절이 서툴러 극단적인 표현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센터장에 따르면 이들은 극단적인 글이나 자해 사진을 올릴 경우 부정적인 댓글이 달려도 묘하게 관심을 받는 기분이 들고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계속된 관심을 받기 위해서 우울해야 하는데 이러한 우울을 증명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하고 자칫하다보면 무리속에서의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김센터장은 “말리는 사람 없이 하나의 놀이라 생각하고 서로를 부추기고 흉내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위험 상황”이고 말했다.
“진짜 힘든 아이가 SNS에 글을 올렸을 경우 관심받는 것을 놀리듯 따라하고 흉내내는 모습이 양극단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김센터장은 “누군가로부터 빨리 발견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문제를 키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책과 관련 김센터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편하고 즐겁게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사춘기에 일탈의 시기가 와도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일탈을 극복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족 안에서도 해결이 어려울 경우에는 “주변의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들이 편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서연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