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종자전쟁… 일본 종자의 끝없는 ‘침범’
적어도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면 뇌 어디 한 구석에 ‘신토불이’라는 글자가 각인돼 있을 확률이 높다. 1989 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을 앞두고 농협이 우리농산물을 이용하자는 취지로 ‘신토불이’를 캐치프레이즈 로 사용하면서 전국 각지마다 대대적으로 신토불이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대 후반 이후의 소비자들은 농축산물의 경우 같은 가격이면 국내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 다. 내가 오늘 차린 저녁에 사용된 농축산물의 대부분도 국내산이었다. 원산지 표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국내산 두부와 국내산 브로콜리, 국내산 양배추를 사용해 반찬을 만들었다. 쌀 역시 맛이 좋다는 국내산 쌀 로 밥을 지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참 안심하게 만드는 단어 ‘국내산’ 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국내 산’ 브로콜리는 100%가 외국 종자로 키운 것이다. 종자를 사용한 만큼 해당 국가에 로열티가 지불된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양배추의 약 90%가 일본 종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파 역시 일본산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에 달한다. 일본 품종 사용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불하고 있는 로열티는 한 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고시히카리 쌀과 요즘 쌀 계의 떠 오르는 샛별인 히토메보레 품종도 일본산이다. 그것뿐인가, 퍽퍽하지 않고 꿀맛이 난다고 해 꿀고구마로 불리는 ‘베니하루카’ 품종도 일본산이다. 현재 국내 재배 면적의 40%까지 늘어난 베니하루카는 심지어 밀수로 들어온 품종이어서 국내에선 방제가 어려운 병해충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수 분야는 일본 종자 의존도가 더욱 높다. 겨울철 최고 간식인 감귤은 90%이상이 일본 품종이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샤인머스캣’도 일본 품종이다. 고시히카리나 감귤 품종처럼 개발된지 25년이 지나면 로 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그 뿌리가 일 본에서 건너온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 종자들이 이미 한 자리 차지고 있으니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외국 종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종자를 개발해도 우리 식탁에는 끼어들 자리조차 없다. 우리가 아무리 원산지 ‘국내산’을 확인 해보고 식재료를 구입한다 해도 그 종자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소비자들은 알 수 없다. 당장 마트에 가서 국 내산 브로콜리를 하나 들고 직원에게 어떤 종자로 재 배된 것인지 묻는다 해도 대답을 듣기 힘들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일본의 기대처럼 금방 사그 라들지 않고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 종자도 포함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국내 연구진 들이 힘들게 개발한 더 좋은 품질의 국내산 종자로 재 배된 진짜 국내산 식재료를 가까운 마트에서 손쉽게 만나는 날을 기대해 보는바다.
* 글 : 전빛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