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청년 CEO들의 이구동성
“기업하기 참 어렵습니다”
열정, 도전, 창의, 혁신으로 시작한 그들의 고민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청춘들의 스산한 삶을 상징하는 신조어 ‘N포 세대’. 이제는 생소하지도 않은 것이 서글프다. 꿈과 도전, 열정으로 상징되어야 할 우 리 청년들이 결혼, 연애, 출산을 넘어 내 집 마련, 인간 관계, 꿈, 희망,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가짓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한편 이러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의 일환으 로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쏟아 붓는 정책자금의 규모 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하다. 문제는 그 성과를 체감하 기 어렵다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회의가 항상 뒤따른다.
현재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고용지원, 장려금 정책들 과 함께 청년층 노동시장정책의 또 한 축으로 창업지 원 정책 제도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창업이 취업 의 대안으로 섣불리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청년 창업자 의 도전과 성장을 지원한다는 정책 목표로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는 창업의 초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 원 예산 규모만도 한 해 2~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청년기업 창업 우수사례 발굴 사업을 진행한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 준 부천시 관내에 대표자 45세 이하의 청년기업은 9,492개 사업장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부천시의 청년기업의 업종 분포는 도소매업 30.4%로 가장 많고 , 제조업 18.9%, 음식점 및 주점업이 18.7%로 청년기업의 절반가량 49.3%가 도소매업, 음식점 및 주점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부천시 전체 도소매업, 음식점 및 주점업 비율(38.2%) 수준을 훌쩍 넘는다. 사업체 규모 면에서도 5인 이하 종사자 사업장의 비 율이 87.5%로 부천시 전체 5인 이하 사업장 비율 79.0%보다 규모의 영세성이 두드러진다. 이와 같이 부천시 관내 청년 창업의 상당수가 혁신 적인 기술이나 도전보다는 생계형, 저부가치 창업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은 N포의 한계 상황에 몰린 청년 들이 드높은 취업문턱, 고학력 청년의 기대치에는 턱 없이 낮은 일자리 수준에 취업의 대안으로 비교적 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레드오션 창업을 선택한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1월 20일 「청년 주도형 기업ㆍ창업 생태 계 조성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청년기업ㆍ창업 우 수사례로 선정 기업, 부천상공회의소 청년협의회 회원 기업, 부천시 관계 공무원 등 40여명이 함께 청년 기업을 창업, 경영하는 당사자로서 현장에서 부딪히는 애 로사항과 정책 제언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참석자들은 부천 안에서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을 기 대하면서도 대부분 우려와 회의, 정부 및 지자체의 정 책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8년 전 처음 창업할 당시에 비하면 청년지원제도가 많이 확 대 강화되었습니다. 그만큼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제도는 사라지 거나 축소된 것 같습니다. 청년 기업이라고 청년만 고용하고 있지 는 않습니다. 중장년층의 경험과 연륜, 책임감도 높고 현장에 바 로 투입 가능하신 분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청년에 지원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편향되기 마련입니다. 청년들은 월급 2~30만에도 쉽게 움직입니다. 결국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나가고 기업들의 구인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플라스틱 사출 제조업 정 대표〉
청년들이 이직하는 이유? 급여와 처우개선입니다. 신규 입사자를 숙 련시키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청년들의 이직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지원제도는 주로 신규 인력을 채 용하면서 받을 수 있는 것들인데, 고용을 유지하려면 신입이 아니라 기존 직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원이 늘어야 합니다. 재직자 채움공제라고 있지만 업체의 부담이 더 추가되어야 하거든요. 〈전자부품 제조업 이 대표〉
부천에서 굳이 기업해야 하나 회의가 듭니다. 많은 기업이 부천을 떠나고 있다는데 솔직히 저도 부천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 니다. 인력수급이 너무 안 됩니다. 부천의 입지상 인천과 서울의 인 재도 부천에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서울 젊 은이가 절대로 부천으로 오려하지 않습니다. 20대는 급여도 급여지 만 워라밸을 추구합니다. 멋지고 폼나는 공간이 조성되어야 합니 다. 청년들이 부천에서 왜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해결되 어야 합니다. 〈사업지원서비스업 조 대표〉
직업교육훈련이 현장의 요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요. 중소기업의 직원은 대기업과 달리 멀티플레이어로 다양한 업무를 겸해야 합 니다. 신입이 들어와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반도체 주변기기 제조업체 김 대표〉
훈련 커리큘럼에 필드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관내 기능인 력 양성기관과 MOU 체결하여 직원 채용하고 있는데 실제 업무 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업지원서비스업 조 대표〉
자금조달도 청년창업자에게는 가장 큰 난관입니다.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고 인큐베이팅하는 것 중요합니다. 청년이라고 해서 리스 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내수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창업아이템을 평가하여 훌륭하다 고 하면 대폭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금형 사출 제조업 이 대표〉
정부 지원제도의 혜택 대부분의 수혜자입니다. 청년취업성공패 키지로 대학졸업 후 취업에 성공했고 창업을 준비하면서 역시 국 가 지원을 받고 창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창업하고 나니 세 무부터 해서 모르는 분야가 너무 많았습니다. 소모임 어플을 통해 정 년퇴직하신 시니어분들로부터 서로 윈윈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 다. 그분으로부터는 세무 정보를, 저는 유튜브 활용법을 알려드립니 다. 노트북 하나 들고 와서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가 필요합니다. 부천IOT 혁신센터 등 스페이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 지만 춘의역 쪽 접근성,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플라스틱 사출 제조업 정 대표〉
정부 및 지자체의 많은 취창업 지원정책이 활용도와 접근성 측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부천시 청년 CEO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 일자 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국가, 지자체 등 공공부문 이 아니라 기업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공공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결국 단기적 고용 부양 효과만 있을 뿐 장기 지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청년 고용창출을 위해 가장 약효 빠른 취창업 지 원금 제도를 비롯한 공공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프로 그램의 두 축은 효과적인 결합을 통해 그 역할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그들은 강조한다. 그들은 서비스 접근성, 활용도에 대해서도 비교적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상 공공부문 고용서비 스와 직업훈련의 또 다른 수요자인 구직자들의 평가도 그리 높을 것 갖지는 않다. 요컨대 각 서비스와 프로그 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데 수요자인 기업과 청년의 참 여와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은 또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20년의 힘찬 시작. 일할 맛 나는 괜찮은 일자리. 기 업하기 좋은 환경.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부천지역 공동체의 선순환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체감도 높은 정책 결정능력을 우리 지역사회 리더들에게 다시한번 기대해본다.
글_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