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순교역사에는 세상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순교자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에는 순교성인이 벌써 103위가 시성되었다.
이와 더불어 순교자 124위가 시복되어 머지않아서 성인으로 시성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 4대 박해 기간 동안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여 곳곳에서 순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보다도 무명의 순교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낮은 곳을 찾아오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복음이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증거이다.
항간에 웃지 못 할 이야기가 공공연히 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순교하지 않으면 성인이 될 수 없다’ 라는 거다.
자생적으로 시작된 복음의 씨앗은 민들레 홀씨처럼
조선민중들의 가슴속에 담아져 헤아릴 수 없는 복음의 꽃을 피웠던 거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는 성가정성지이다.
마재는 말을 타고 넘던 고갯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지명이다.
그러나 능내리 마재는 이런 의미로는 설명력이 부족하다.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한 가족 모두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였으며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가정은 전부가 순교한 성가정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정약종순교자 아들 정하상 바오로, 딸 정정혜 엘리사벳, 부인 유조이 체칠리아는
103위 순교성인품에 올랐으며 정약종과 아들 정철상 가를로는 복자품에 올랐다.
한 가족 전체가 순교함으로서 믿음의 사표가 된 성가정을 이루었다.
마재는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4형제의 고향마을이다.
현 마재성지는 이들이 생가 터로서 성 토마스성당이 한옥으로 자리 잡고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약현의 부인은 이벽의 누이이며, 딸 정난주 마리아는 황사영 알렉시오의 부인이고,
이승훈베드로는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의 매형이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 가계도를 보면 당대 학문 깊이가 깊은 실학자의 집안이며 한국 가톨릭사의 기둥이 되었다.
성토마스 성당에 조용히 앉아 마재성지에서 만든 손에 쥐는 십자가를 손아귀에 잡고 묵상기도를 바쳤다.
내 삶 속에 주어진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고 짊어지고 가겠노라고 말이다.
하느님과 나를 이어주는 고통의 십자가는 훗날 나를 자유롭게 할 거다.
그 십자가를 부여잡고 나의 길을 다 가고나면 예수님이 나를 맞아주실 거다.
오늘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나만의 성채로 가졌으니 말입니다.
늘 주님의 은총가운데 머물도록 이끄소서.
<2018.10.21. 마재성지에서>
첫댓글 가브리엘형제님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성인 호칭기도를 하면서 늘 느끼는 의문점이 있어요.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가족 모두가 순교한 절절한 믿음가족의 그리스도인 인데, 정하상, 정정혜, 어머니 유조이체칠리아는 성인품에 올랐고, 왜 정약종, 정철상은 뒤늦게 복자품에 올랐으며, 정약종의 형제들은 성인,복자품에 오르지 못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부가 부족한 저가 가브리엘형제님의 순례후기담을 보며 많이 배우고 또 여쭤보며 믿음을 키워갑니다.
아는 것 만큼 밖에 보지 못하는 제가 형제님의 글을 보며 깨우침이 많고, 깨우치는 만큼 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고 자시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봉사자님이 순례자들에게 좋은 사표가 될 것입니다.
순례는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