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첫 번째 성지순례로 삼랑진읍 김범우 토마스 순교성지를 찾았다.
김범우 토마스는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서울 명동성당 자리의 명례방이다.
천주교를 처음으로 받아들여 자생적으로 신앙의 못자리을 만들었던
이벽을 중심으로 한 조선의 대학자들이 여기에서 정기적으로 신앙집회를 가졌던 곳이다.
1785년 형조의 포졸들이 비밀신앙집회를 하던 것을 발견하고 물의를 일으켰다.
정조는 가톨릭 신봉자들이 자멸할 것으로 보고 양반들은 봐주고 김범우만을 밀양으로 유배 보냈다.
이를 ‘을사추조적발사건’ 이라고 부르고 있다.
김범우 토마스 순교성지에 가면 2011년 봉헌된 동굴성당에서 미사를 하면 참 좋다.
제대 뒤편 벽에 걸린 돌 십자가가 눈길을 끈다.
돌 십자가는 김범우 토마스 순교자 묘역에서 두상부분에 놓여있었던 것이 발견되었다.
당시 가톨릭신자들의 장묘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신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생전에 사용했던 묵주, 십자가 등 성물을 함께 매장하는 신상중심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돌 십자가를 형상화 한 십자가가 ‘돌 십자가 영성’으로 다가온다.
묘에서 발견된 돌 십자가는 돌 세 개를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 머리맡에 두어 천주교신자임을 표시하는 거다.
터키 에페소 지역을 여행할 때 보았던 물고기 모양의 표식과 유사한 거다.
돌굴성당의 돌 십자가도 세 개의 돌로 구성하였으며 예수님의 고상이 담겨있다.
제대 계단을 3개로 만들어 삼위일체 하느님을 상징하고 일곱 개의 물결 모양은 칠성사를 형상화 하였다.
파도모양의 물결은 부산의 바다를 상징한단다.
6각 감실도 특이하다.
독일 에센지역의 한인공동체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동방박사들이 손으로 성체를 받쳐 들고 있는 형상이다.
세계 6개국 말로 기록하였고 한국어로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라는 내용이다.
조선시대 혹독한 박해를 겪으면서도 스스로 가톨릭신자임을 밝히고
순교를 선택했던 순교자들의 굳건한 믿음이 무늬만 신자로 살아가는 순례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죽어서도 신자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돌로 십자가 형태를 만들어 매장한 것은 신앙선조들이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의탁했던 징표이다.
우린 예수님에게 기적만을 요구하던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느님을 믿는 신앙을 현세의 이익과 결탁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할 거다.
마태오복음 16장에서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았던 기록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성지순례를 통해서 참 신앙인으로 바로 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거다.
<2019.3.16. 부산교구 김범우 토마스 순교자 성지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