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질문에 외면한 나를 본다
명례성지성당 미사는 오래된 한옥성당에서 봉헌하였다.
낙동강이 활처럼 휘감아 돌아가는 강변언덕에 자리 잡은 작은 성당이 살갑게 다가온다.
의자가 아니라 마룻바닥에 앉아서 봉헌하는 작은 미사가 분심을 날려버리고 복음말씀에만 집중하도록 이끌고 들어갔다.
제대는 라틴식 미사를 봉헌하도록 되어있다.
오늘날에는 회중을 바라보는 미사로 바꾸어 마룻바닥에 앉아봉헌하였다.
마태오복음 5장의 말씀은 온 종일 순례길에 등불이 되어주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모세5경으로 구성된 구약의 말씀을 최종적으로 보완하여 완성하는 말씀이다.
신약성경의 핵심 말씀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처럼 완전한 사람 되라고 알려주고 있다.
미사를 마치고 진영 가톨릭공원묘지로 향했다.
이곳에 복자 신석복 마르코의 묘가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진영성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묘소를 준비 중에 있었다.
성당으로 들어가 유해공경기도를 바쳤다.
진영성당 제대 뒤편은 돌로 쌓아서 십자가 고상을 세웠다.
예루살렘 무덤성당의 돌무덤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곳은 동굴형 무덤이었지만 여기는 둥근 강돌을 쌓아서 만들었다.
무덤을 기억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묵상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진영성당에 들어오는 자 모두 세상의 소금, 그리스도빛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실 거다.
복자 박대식 빅토리노는 오랫동안 세례명을 알 수 없었다.
순교 후에도 시신을 선산에 장사 지내지 못하였단다.
마을사람들과 문중에서 반대하여 마을 뒷산에 몰래 평장으로 모시었다가
120년이 지난 뒤 현재의 위치에 봉분을 올리고 부부묘로 이장을 완료하였단다.
당시에는 죽어서도 시신을 거두기조차 두려웠던 시대였다.
사학을 믿었다는 죄로 3대를 멸하는 공포로 문중에서 조차도 장례가 거부되는 혹독한 시대였다.
이러한 세상에서도 세상의 빛으로, 세상의 소금으로 살아왔던 순교자들에게 깊은 공경과 경의를 드린다.
성지순례는 십자가 수난 없이는 부활의 영광에 이를수 없음을 깨우쳐준다.
너는 그 길을 정말로 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다가온다.
수없이 다가오는 물음에 그저 고개를 떨어트릴 뿐이었다.
<2019. 3. 16 마산교구 복자 김대식 빅토리노 무덤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