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념의 좌우 편향에 따르는 문제
좌우의 이념은 인간사회를 판단하려는 접근법의 차이이고 양쪽이 다 추구해야 할 목적은 되도록 인간사회의 발전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좌우 접근법의 어느 한 쪽에 대한 믿음이 강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좌 혹은 우의 이념을 구현하려 하면 극좌 혹은 극우의 상황이 되어 현실과의 차이가 커져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사회를 동물계와 다를 바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간주할 위험이 있는 극우 그리고 인간사회를 천국과 같이 생각하여 각자의 태어난 신분과 환경 등 모든 지상적 가치를 부정하는 극좌 모두 - 인간이 영적성장을 통해 향상하여 동물계로부터 멀어지고 천상의 나라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 인간의 존재목적을 이루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좌편향에 따른 문제
좌파적 성향에 따라 우리의 사회가 이미 충분히 성숙된 사회라고 가정해본다. 정말로 사회가 성숙하여 사람들의 인격수준이 높다면, 이를테면 과거 신라가 君子國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사람들이 모두가 義를 추구하는 군자의 인격을 가졌다면, 모두에게 생활을 위한 필수품을 균등히 배급하며 경쟁이나 감시가 없이 일을 맡겨도 사람들은 양심껏 자기의 수양을 겸하여 생업에 전념할 것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넘어서 더 높은 자기실현을 위한 수양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니 이상적인 사회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대체적인 인격수준이 아직은 생업의 긴장을 통하여 정신을 수양해야 할 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만을 널리 분배한다면 여러 문제들이 생겨나게 된다.
- 이제까지 삶에서 들이는 노력의 목적이 생계의 유지에 있었는데 생계가 보장되고 나니 더 이상 재화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나태하고 방종한 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
- 사람들의 가치관은 비록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다 하여도, 아직은 더 많은 재화를 얻어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목적을 따를 단계에 있는데, 열심히 일하여도 그만큼의 보상이 되지 않으면 근로의욕이 꺾여 역시 나태한 생활태도를 가져올 수 있다.
- 아직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은 재화의 획득에 사회적 가치관이 집중해 있는 상황에서, 관대한 사회보장의 허점을 이용하여 거짓과 부정으로 재화를 얻으려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 아직 사회 전반의 균등한 복지가 충분히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의 좌파정책은 경쟁이 없는 사회가 되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계층은 그대로 부를 누리고 그렇지 않은 계층은 발전의 희망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國民全般의 소양(素養) 수준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좌편향 사회제도를 적용하면, 비록 기본적인 衣食住의 생활이 보장된다 하여도, 국민이 그런 환경에서 더 높은 차원의 인격수양을 할 능력이 되지 않으니 무료해진 국민은 나태하거나 부정(不淨)하게 되어 결국 생업이라는 기본수양도 게을리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완전에 이르지 않은 사회에서 이러한 좌편향의 무경쟁 사회가 되면 사람들은 기왕에 얻은 자리를 지키려고만 하게 되어 계층이동은 경색되고 오히려 불평등한 신분사회가 된다.
우편향에 따른 문제
우파적 성향에 의거하여 우리의 사회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가정해본다.
사람들은 삶을 위한 재화를 얻는 경쟁을 통해 노력과 절제를 하게 되어 각자의 인격을 닦고 영적인 성장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 오르지 않았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유경쟁을 통한 富의 창출은 물론이고 각자의 생계도 각자가 책임짐으로써 재화 획득을 위한 노력을 모든 이가 빠짐없이 하도록 한다.
그런데 재물획득의 동기가 없으면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고 나태해진다는 우파적인 관점이 비약하여 재화의 다량획득을 위한 경쟁만을 최우선으로 하고 재화의 소유를 인간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 상황이 되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인도해야 할 잠재력을 가진 자들도 재화추구에 몰입하게 되어 인간사회의 발전은 정지하게 된다.
인간사회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사람들의 인격수준은 생업 그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미 와 있는데 계속해서 재화획득의 경쟁만을 조장하는 사회라면, 사람들은 인생에서 생업을 위한 노동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어려워 자아실현 부재 등 경제 외적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며, 이 와중에 재화에만 가치관을 두는 자들이 득세하여 사회가치관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또한 인간의 영적 성장을 정체시키는 타락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재화획득 이외의 것에 가치를 둘 사람들에게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 제도가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용의 길
이와 같은 양극단의 타락된 결과를 막기 위해 동시대의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격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 수준에 맞는 제도를 취하는 것이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사회적 중용의 길이다.
유교에서는 자기의 본분에 맞춰 사는 것을 강조했는데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아니함은 곧 자신의 본분에 맞춰 과분하지도 비굴하지도 않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하겠다. 국가사회와 인류 전체에 있어서도 이러한 중용이 필요하다.
다만 인간이 그 정확한 수준을 맞추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현실보다 높게 바라보는 것이 오류에 의한 위험이 적다고 여기는 것이 좌파적인 태도이고 현실보다 낮게 바라보는 것이 오류에 의한 위험이 적다고 여기는 것이 우파적인 태도이다.
간혹 정치인 등 중에 자기는 중도로서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기가 神처럼 정확히 이 세상의 발전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이것은 현실성 없는 교만이요 위선일 뿐이다. 인간으로서는 인간사회의 현 수준을 파악하고 접근할 때 좌우 둘 중 하나의 접근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진정 이념을 좇는 좌파와 우파가 정책토론을 하면 서로 마주 오는 접근방식이 중도에 수렴하여 정책 등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른바 좌파라는 사람과 우파라는 사람이 토론할 때 합의점을 못 찾고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이들의 목적이 理念 즉 인간사회의 발전정도의 정확한 측정과 그에 맞는 정책의 개발이 아니고, 저들이 속한 파벌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보는 곧 손해일 뿐이어서 합의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자료출처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