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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신경의 의의와 실태 분석
Ⅰ. 들어가며 다져두고 싶은 말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 가운데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므로, 자신이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행할 것인가를 바로 아는 것이다. 이를 신조화한 것이 사도신경(使徒信經)인 바, 이는 열두 사도들이 전도하러 떠날 때에 모여서 저마다 지은 신조(信條)를 경문(經文)으로 만들었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각 시대의 신조들은 당대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구체적 표현으로써 종교적인 논쟁 속에서 얻어진 값진 부산물이다. 그 개념은 “공적 사용을 위한 신앙고백, 또는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여 만든 신앙내용의 언어 형태적 표현으로 기독교회를 유지하고 구원에 꼭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발표자는 이 개념적 정리에 비추어보아 우리말 ‘사도신경’은 영어의 “The Apostles’ Creed”를 번역한 것으로써, 그 번역상, 또 국어학적 측면에서 몇 가지 명백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바로 잡아 보고자 시도한다. 다만 필자의 학문적 한계상 사도신경의 원본과 외국의 다양한 번역본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지는 못 하였다. 또한 그 실태분석을 통하여 필자 스스로 작성한 새로운 “성도신경”도 “사도신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울러 밝혀 둔다.
Ⅱ. 사도신경의 역사 및 가치
사도신경의 기원은 시몬 베드로의 신앙고백(마16:16)이다. 사도신경은 역대 교회의 산물이로써 저자는 미상이다. 내용적으로는 예수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신앙고백이므로 신약성경을 그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사도신경의 12개 항목에 관한 유래는 오순절날 성령의 강림으로 12사도가 한 마디씩 고백한 데서 기인했다는 전설에 근거해서 “사도신경”이라 불리어 온 것이다.
신조는 교회가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해 올린 사람의 말로써, 본래는 세례를 위해 사용되다가 초대교회 신자의 내적 생활과 실천적 요구를 위해서도 사용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사도신경의 본문은 5세기말까지는 없었던 것이 분명하고, 8세기 이후 서방교회를 로마교회화 하려는 기도가 있었을 때 전체형태가 확고해진 것이다.
최초의 사도신경은 처음부터 있었던 고백과 기본개념에 몇 가지의 항목 또는 수식어가 부가됨으로서 더욱 발전된다. 예컨대, 거룩한 교회가 “거룩한 공(교)회”로 바뀐 것은 4세기였고, “천지를 만드신”의 구절은 7세기에 첨가되었으며, “전능하신 하나님, 잉태하사, 고난을 받으사, 죽으사, 음부에 내려가사,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는 후에 첨가된다. 이는 신앙고백의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상술함으로써 그 심도를 더 깊이 한다는 점에서 사도신경의 한 발전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서 하나 주목되는 사실은 선교 초창기에 실렸다가(1894년, 언더우드역 / 찬양가) 이후 우리말 번역에서 빠진 “음부에 내려가사”라는 구절이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되어’ 다음에 이어지는 이 부분을 무슨 의도로 생략했겠는가의 문제다. 아쉽게도 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때문에 정확한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다음의 두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첫째는 일면 소극적 이유이긴 하지만 카톨릭에 의해서 주장되는 연옥설의 근거(벧전3:19)를 제거하자는 의도로 보여진다. 처음 사도신경의 번역이 시도될 당시 개신교에서 이 부분을 생략한 것으로 보는 견해다.
둘째는 적극적 이유로써 종교개혁가 칼빈의 신학사상에 크게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1970년 독일교회에서도 사도신경 현대어 개정작업시 이 부분인 “지옥에 내려가셨다”라는 구절을 삭제하였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의 속성 중에는 신념이나 믿음을 입으로 표현하고픈 욕망이 있다. 신앙을 전제로 생겨난 신조는 점차 확대되어 그 분량이 늘어났으며 신학적 논리와 체계도 갖추게 되었다. 사도신경도 이러한 고백을 토대로 하여 예수의 출생, 수난, 죽으심, 장사되심, 부활, 승천, 재림 등을 열거하고, 하나님, 성령, 교회, 성도의 사죄, 부활, 영생 등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서건 신조가 성경을 앞설 수는 없다. 사도신경의 의의는 역사적 사실이나 교리적 내용을 시인하는 고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기초한 신학적 의미를 신자들이 수용하는 고백이라는 데 있다. 신조의 가치는 성경과의 일치 정도에 비례한다. 성경은 신자들의 모든 믿음과 행위들을 지배하는 절대 가치를 지닌 경전이기 때문에, 신조우위사상은 명백한 오류이고 자칫 우상숭배가 된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신조는 성경에 근거할 때만 가치가 있다. 신조는 원래 세상 또는 이교사상과의 구분에 목적이 있었으나, 후에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고 끝내는 교파를 결정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 아픔을 갖고 있다. 신조는 어디까지나 신앙 양심을 지켜나가는 데 선하게 사용해야 한다. 신조의 권위를 무조건 배격하거나 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신봉하는 태도 또한 과오와 부패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조목들을 성경적 용어로 기술하고 있는 신조 중의 신조가 바로 사도신경이다. 이것은 생동감 넘치는 사실에 근거한 진리를 향한 신앙고백을 시의 형태를 빌어 표현하고 있어서, 단순하고 간결한 선포적 고백만으로도 믿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복음은 언제 어디서나 영원한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Ⅲ. 사도신경의 구조 분석
사도신경의 최상위 구조는 순서적으로 성삼위(하나님), 교회, 성도(인간)의 차례로 이루어져 있다. 교회를 중간에 위치시킨 것은, 그것이 성령 강림에 의한 인간의 모임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서 논리상 잘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밑의 구조를 보면 5개의 큰 주제로써 성부, 성자, 성령, 교회, 성도가 있다. 큰 주제에 걸쳐 있는 전체 항목이 총 12개인데, 성자에 관한 출생, 고난과 죽음, 장사됨, 부활, 승천, 재림 등 6개와 성도에 관한 사죄, 부활, 영생 등 3개 항목 및 성부, 성령, 교회에 대해 각각 하나씩 진술되고 있어 사도신경은 양적인 부분에서도 그리스도 중심인 것을 알 수 있다.
사도신경 고백의 순서배열은 신구약 성경의 구성적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합당하다. 이는 대체적으로 성경상의 기록 순서를 따르고 있는 바, 즉 성부에 대한 고백은 구약에, 성자에 대한 고백은 공관복음서에, 성령에 대한 고백은 요한복음과 사도행전에, 교회와 성도에 대한 고백은 서신서에, 마지막 영생에 대한 고백은 요한계시록에 기초를 두고 있어 성경 전체를 따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제 1항의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는 창세기 1장 1절에 대한 고백으로써 확대 해석하면 구약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고, 다음 항목부터는 신약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예수의 생애에 관한 6개항의 중대한 내용,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는 복음서에 나온 서술이고,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는 교회의 탄생과 발전을 기록한 사도행전에 해당되며,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는 성도의 구원에 관한 것으로써 신약의 21개 서신 내용과 일치하고, 마지막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영원한 삶을 예언하는 요한계시록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사도신경의 5주제는 그 존재론적인 인과관계에서 실질적인 선후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천지의 창조주이신 성부하나님이 계시고, 그 분의 보내심으로 성자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고, 구세주 사역을 마치고 승천하시므로 성령을 보내 주시며, 보혜사의 성령으로 교회를 탄생케 하시므로 그 곳에서 성도를 가르치고 지켜 가는 연계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도신경의 12개 항목은 그 시제로 보면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포함한다. 즉, 성부의 천지창조와 성자의 신분으로부터 출생, 고난, 부활, 승천, 성령 강림 등은 과거의 사실이요, 교회 및 성도의 사죄는 현재의 사실이며, 성자의 재림과 성도의 부활 및 영생은 미래의 사실에 속하는 것이다.
이를 좀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사도신경의 3대 구분
1)성삼위
*하나님으로서의 성부, 성자, 성령
*구원의 주체
2)교회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의 장
*구원의 기관
3)성도
*신앙고백의 주체
*구원의 객체
2.사도신경의 5대 주제
1)성부(1개 항목)
2)성자(6개 항목)
3)성령(1개 항목)
4)교회(1개 항목)
5)성도(3개 항목)
3.사도신경의 12개 항목(본문)
1)성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2)성자의 신분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3)성자의 출생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4)성자의 고난, 죽음, 장사됨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5)성자의 부활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6)성자의 승천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7)성자의 재림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8)성령
“성령을 믿사오며”
9)교회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10)성도의 사죄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11)성도의 부활
“몸이 다시 사는 것과”
12)성도의 영생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Ⅳ. 사도신경의 성경적 배경
1)성부에 관한 고백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사실을 믿는다는 고백은 창1:1, 사45:18, 욥4:17, 시편8:3, 막10:6, 요1:-3, 행14:15, 롬1:20, 골1:16, 등등 성경말씀 도처에 근거하고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앙의 핵심인 창조를 언급한 성경구절은 무려 102군데에 달하고 있다.
2)성자에 관한 고백
*성자의 신분인 독생자에 대한 구절은 요1:14,18, 3:16-18, 4:9 등에 언급하고 있다.
*성자의 출생을 나타내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처녀에게 나신다는 구절은 사7:14에서 예언되고 마1:18-20, 22-25에서 성취되었다.
*성자의 고난과 죽음과 장사됨은 예수의 공생애 가운데 마지막 주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마27장, 막15장, 눅23장, 요18-19에 언급하고 있다.
*성자의 부활은 네 복음서의 마지막 장인 마28장, 막16장, 눅24장, 요20장과 고전15장에 역사적, 또 신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성자의 승천은 예수의 지상생애의 마지막 사건으로써 막16:19-20, 눅24:50-53, 행1:9-11에 기록되어 있다.
*성자의 재림에 대하여는 그 표현이 다양한 바, 첫째는 영광 중에 오신다는 마24:30, 25:31, 둘째는 구름 타고 오신다는 마24:30, 행1:11, 셋째는 속히 오시겠다는 계22:7,12,20에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의 고백과 관련하여 재림의 사실만을 언급해야 하며, 그 시기(마24:36)에 관련한 어떤 기도도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3)성령에 대한 고백
성령은 구약에서는 창1:2에 ‘하나님의 신’으로, 사61:1에 ‘주 여호와의 신’으로, 시139:7-13에 ‘편재하신 분’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신약에서는 요14:17에 ‘진리의 영’으로, 요14:16,26에 ‘보혜사’로, 고전2:10,11에 ‘전지’하시고, 눅1:35에 ‘전능’하시며, 히9:14에 ‘영원’하신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분은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시고(창1:2), 예수를 잉태케 하시며(눅1:35), 귀신을 내쫓게 하시고(마12:28), 인간을 거듭나게 하시며(요3:3,8), 교회를 탄생케 하시는(행2:1-4) 사역을 담당하신다.
4)교회에 대한 고백
교회는 예수께서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우실 것을 선언(마16:18)하신 데에 기초하여,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행2:1-47)으로 시작된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전12:27, 엡1:23)이며, 그리스도는 그의 머리(엡5:23)이고, 성도는 그의 지체(고전12:12-30)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체간의 일치성과 교회간의 일반적 규범에 대해서는 엡4:4-6과 행2:42-47에 언급하고 있다.
5)성도에 관한 고백
*성도의 사죄에 대해서는 중보자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하나님으로부터 죄사함을 받는다(엡1:7)고 언급한다.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요일1:9)하면 주님께서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 되어 주시는 것(요1:29)이다.
*성도의 부활에 대해서는 요11:25, 6:40,54, 행24:15, 고전15:20-22, 고후4:14, 살전4:16 등에 ‘우리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분명한 언급이 되어 있다.
*성도의 영생은 요3:16에서 하나님이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목적으로, 롬6:22-23에서는 하나님의 은사로, 요일2:25에서는 그리스도의 약속으로 언급하고 있고, 계21:1-4, 22:1-5에서는 영생을 누리고 살아갈 천국의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Ⅴ. 사도신경의 어휘 및 구문과 문체 고찰
현재 개신 교회가 공적인 신앙고백서로 쓰고 있는 “사도신경”은 적잖은 국어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 어휘, 용법, 문법, 번역의 명백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고치지 못 하는 원인은 기독교 전통의 신조는 함부로 고칠 수 없다는 보수적 신앙에 있다. 그 정도가 자못 심각한 몇 가지 근거를 고찰해 본다.
1)사도신경이라는 신조이름
위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사도는 열두 제자를 의미한다. 성경에 근거한 그들의 신앙 고백 내용을 우리가 전수하여 읊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그 신조의 명칭마저 그대로 써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달리한다. 따라서 모든 성도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고백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제목을 “성도신경”이라 함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
2)그 외아들
우선 인칭 대명사 ‘그’는 “그의”로 해야 옳다. 이는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는 주기도문과는 달리 사도신경은 특정한 대상이 없이 선포형식으로 하는 신앙고백으로써, 하나님도 제3인칭으로서 첫째 고백의 내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외아들’은 그리스도의 독특한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특별히 쓰여진 어휘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이 신성에만 국한한다는 성경적 명시가 없는 상황에서(인성에 관련된 눅9:38의 ‘간질병 든 내 외아들’, 눅7:12의 ‘나인성 과부의 독자’, 눅8:42의 ‘야이로의 열두 살 먹은 외딸’) 굳이 더 아들딸을 두실 수 있음에도 하나만 나셨다는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것과, 일면 남아선호사상에 젖은 전근대적 용어가 될 수 있음도 신중히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보아, 비록 히11:17의 ‘아브라함이 드린 독생자 이삭’이라는 언급이 있다고 해도 “독생자”라는 표현이 그 중 타당할 것으로 본다.
3)잉태하사
이는 성령에 의해서 잉태되신 것이므로 능동태가 아닌 수동형의 “잉태되어”가 맞다. 오히려 성경은 이를 올바로 기록(마1:18, 1:20, 1:23)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마리아에게 나시고
여기서 필자가 제기하고픈 문제는 반드시 ‘마리아’의 이름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그저 쓰임 받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마리아 말고 다른 여자가 하나님께 들어 쓰였다고 해도 전혀 하자가 없는 사안이다. 천주교가 오늘날 저토록 이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도 이처럼 다 사람을 높이려는 발상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마리아’는 삭제해야 마땅하고, 부사격조사 ‘에게’는 유래를 뜻하는 “에게서”로 바꿔야 한다.
5)본디오 빌라도
위 자가 당시 로마제국에서 파견한 유대 총독으로서 폭정의 최고 책임자이긴 하나, 원칙적으로 삼위의 하나님 이외에 선하든 악하든 간에 사람의 이름을 신조에까지 기록하여 신앙을 고백하는 성도의 입에 올려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강조형 기호까지 사용해 표기한「본디오 빌라도」는 삭제해야 마땅하다.
6)죽으시고
이 또한 존대의 뜻이 담긴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용어도 가능한 한 아름답게 가꿔 가는 마당에 하물며 수시로 신앙을 고백하는 경문의 술어임에야 당연히 “돌아가심”으로 정정해야 한다.
7)장사한지
이것도 앞의 ‘잉태하사’처럼 예수가 ‘장사를 당하신 것’이기 때문에 수동형이 맞다. 당연히 “장사된 지”로 고쳐야 한다. 천주교와 성공회는 이를 개정했다.
8)살아나시며
이는 그 다음의 승천에 관한 항목과 연결되는 문맥상 “살아나셔서”의 보조적 연결어미로 바꾸는 것이 옳다.
9)저리로서
필자가 오래 전부터 가장 의문을 가졌던 어휘다. ‘저리’는 “저쪽”을 뜻하는 지시대명사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로서’로써 이는 “그곳으로부터 시작됨”이라는 의미의 조사다. 따라서 좀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거기로부터”라고 고쳐야 한다.
10)공회
‘산헤드린’이라고도 하는 ‘공회(公會)’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 대중의 모임’ 또는 ‘로마시대 유대사람의 의회(의장이 대제사장)’라는 뜻을 갖고 있다. 성경 속에서의 용례(마5:22,26,59, 10:17, 막13:9, 눅22:66, 요11:47, 행4:15)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사도신경에서 의도하는 “교회”라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교회’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관습상 “교회”로 함이 타당하다.
11)교통
‘교통(交通)’의 지시적 의미는 ‘서로 막힘이 없이 오고 가는 일’ 또는 ‘사람, 나라 사이의 의사의 통달 및 교제나 내왕’을 말한다. 이 또한 그 유사성이 인정되나 성경과 일치되지는 않는다. 성경 행2:42, 고전1:9, 갈2:9, 고후13:13, 빌1:5, 몬6장 등을 보아도 “교제”로 고침이 바람직하다.
12)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
이 부분은 하나님에 관한 진술이 아니라 성도에 관한 언급이다. 따라서 우리가 “죄를 사함 받는 것”으로 고쳐야 한다.
13)몸이 다시 사는 것
‘사는 것’은 ‘생존’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활 후의 영생을 뜻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구절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처럼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14)구문에 관한 문제
성도가 신앙을 고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구는 “나는 믿는다”일 것이다. ‘신조’라는 뜻의 라틴어 ‘Credo’가 문자적으로 바로 이 뜻임을 보아도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사도신경의 첫 문장은 주어가 뒤로 물러서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고백문의 성격을 고려해 하나님을 앞에 세우는 겸손은 불필요하다고 볼 때, 신앙 고백문의 시작은 초기 사도신경(1894, 1897간)처럼 “나는”으로 시작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15)문체에 관한 문제
성경뿐만 아니라 사도신경도 이제 현시대와 유리된 문어체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내가...믿사오니...믿사오며...믿사옵나이다’나 ‘전능하사, 잉태하사, 받으사, 오르사, 오시리라’는 지나친 고어형 문장이다. 따라서 “나는...믿으며...믿습니다”와 “전능하신, 잉태하여, 받아, 오르셔서, 오십니다”의 쉬운 구어체로 개정해야 한다.
16)그 밖의 보완 문제
사도신경의 제목부터 여타 개정이 필요한 부분과 삭제해야 할 인명 이외에 추가하여 보완할 사항이 있다. 즉 아무 죄가 없는 주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 피 흘려 돌아가시므로 “나의 죄를 대속해 주셨다”는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는 없었던 죄인들이다. 그런 나를 값없이 살리신 십자가 보혈의 공로는 신자라면 반드시 고백해야 마땅한 구절로써 삽입을 주장한다.
Ⅵ.나오며 고백하는 말
신조는 신앙적 토대에서 나온 믿음의 고백이다. 그 고백을 이어가기 위해서 선조들이 흘린 땀의 대가는 실로 큰 것이었다. 하나의 신조가 나오기까지 복음을 지켜가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완성된 신조를 입에 올려가며 우리의 신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복음적인 개혁교회의 신조는 더욱 치열한 논쟁과 변증을 거쳐내야 했다. 진리를 향한 발걸음은 항상 그것이 지닌 가치만큼이나 무거운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신조의 역사는 성경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싸웠던 투쟁의 산물이다. 어떠한 형태의 신학사상이든지 그 반대편에서 방해하는 세력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인간들은 때로는 신앙적으로 필요도 없는 소모전까지 치르기도 하고, 그러다 꺾이면 타협하고 절충해서 기형적 신앙형태를 만들고 마는 우를 범하기도 했던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유인즉 필요한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친히 개입하시기 때문이다.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성경은 생명을 다루는 영서(靈書)이지 단순한 역사를 기술하는 서적이 아니다. 때문에 신조가 성경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의 강도에 따라 성령의 역사도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읽고 사는 것이다.
사도신경은 성경을 근거한 올곧은 신앙의 결과물이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천국백성의 순수한 사랑의 고백이다. 그 속에 담아낸 것은 천국을 묘사하는 표출이고, 그 안에 담긴 것은 천성이 그리워 토설한 결정체다. 그 신앙 역사의 중심에 신조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신조는 오늘도 우리의 신앙이 흐려질 때마다 하나님을 부르게 하고, 내 흐트러진 모습을 바로잡아 확인하는 교육적 매체로서 가치롭게 기능하는 신학의 역사물이다.
Ⅶ. 사도신경의 변천(한국교회 초기의 우리말 찬송가에 게재)
1.도신경(1894년, 언더우드역/찬양가)
나ㅣ 텬디 신 젼능신 신 셩부 밋으며 그 외아 우리 쥬 예수그리스도 밋으며 뎌ㅣ셩령으로 잉ㅣ샤 동정녀 마리아긔 나심을 밋으며 본듸오빌나도 손에 고난을 밧으샤 십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뭇치심을 밋으며 디옥에 리샤 사흔날에 죽은쟈 가온ㅣ셔 다시 살으심을 밋으며 하에 오샤 젼능신 신 셩부 우편에 좌뎡심을 밋으며 뎌리로셔 산 이와 죽은이 심판러 오실줄을 밋이다. 나ㅣ셩령을 밋으며 거륵고 공번된 회와 모든 셩인이 서로 통공을 밋으며 죄의 샤을 밋으며 육신이 다시 살믈 밋으며 영원이 살믈 밋이다. 아멘.
2.도신경(1897년, 감리교/찬미가)
나 텬쥬-아바님 젼능 옵시고 텬디 옵심을 밋오며 도 우리 쥬 예수 크리스도긔옵셔 텬쥬의 외 아 이신줄 밋오며 예수긔옵셔 셩신으로 잉옵서셔 동정 녀 마리아의게 강옵심을 밋오며 예수긔옵셔 본듸오쓰 벨나도의 손에 고난을 밧으샤 십가에 못 박혀 죽와 쟝 제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 하에 오샤 젼능옵신 텬쥬-아바님 우편에 안자 계시다가 후에 그리로셔 강림 옵서셔 산사 죽은 사을 다 심판 옵실 줄 밋오며 나 셩신을 밋오며 셩공회 밋오며 셩도가 서로 교통을 밋오며 죄 샤옵심을 밋오며 몸이 다시 살아날 줄 밋오며 영ㅣ을 밋옵니다 아멘
3.도신경(1905년, 장로교/찬셩시)
젼능샤텬디를신하님아바지를내가밋오며그외아우리쥬예수그리스도를밋오니이는셩신으로잉ㅣ샤동졍녀마리아의게나시고본듸오빌나도의게고난을밧으샤십가에못박혀죽으시고뭇치시며음부에리셧더니사흘만에죽은자가온ㅣ셔다시살아나시며하에오르샤젼능신하님아바지우편에안져계시다가뎌리로셔산쟈와죽은쟈를심판러오시리라셩신을밋오며거륵공회와셩도가서로교통것과죄를샤여주시것과몸이다시사것과영원이사거슬밋이다 아멘
4.도신경(1908년, 장감성 합동/찬숑가)
젼능샤텬디를드신하님아바지를내가밋오며그외아우리쥬예수그리스도를밋오니이는셩신으로잉ㅣ샤동졍녀마리아의게나시고본듸오빌나도의게고난을밧으샤십가에못박혀죽으시고장지사흘만에죽은쟈가온ㅣ셔다시살아나시며하에오르샤젼능신하님아바지우편에안져계시다가뎌리로셔산쟈와죽은쟈를심판러오시리라셩신을밋오며거륵공회와셩도가서로교통는것과죄를샤여주시는것과몸이다시사것과영원이사거슬밋이다 아멘
5.사도신경(1933년, 개신교 합동/찬송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6.성도신경(2001년, 조하식 / 발표문)
나는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와 그의 독생자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주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사람으로 나시고,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 피 흘려 돌아가시므로 나의 죄를 대속해 주셨으며, 장사된 지 사흘만에 부활하신 몸으로 하늘에 오르셔서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거기로부터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
성령하나님을 믿으며, 거룩한 교회와 성도가 서로 교제하는 것과 회개하는 죄를 사함 받는 것과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습니다. 아멘.
Ⅷ. 참고자료
*나채운, 주기도, 사도신경, 축도, 장신대 출판부, 1995.
*이종성, 주기도문, 십계명, 사도신경, 대한기독교서회, 1984.
*필립 샤프, 신조학, 기독교문서선교회, 2000.
*기독교대백과사전, 기독교문사, 1980.
*이익섭 외, 국어문법론, 학연사, 1983.
Ⅸ. 비교자료
1.천주교 사도신경
전능(全能)하신 천주 성부(天主聖父), 천지(天地)의 창조주(創造主)를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主) 예수 그리스도, 성신(聖神)으로 동정녀(童貞女) 마리아께 잉태(孕胎)되어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 치하(治下)에서 고난(苦難)을 받으시고, 십자가(十字架)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고성소(古聖所)에 내리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復活)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全能)하신 천주 성부(天主聖父)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審判)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신(聖神)을 믿으며, 거룩하고 공변된 교회(敎會)와, 모든 성인(聖人)의 통공(通功)을 믿으며, 죄(罪)의 사(赦)함과 육신(肉身)의 부활(復活)을 믿으며, 영원(永遠)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
2.성공회 종도신경(宗徒信經)
나 천지를 내신 전능 천주 성부를 믿으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신을 인하여 강잉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심을 믿으며; 본디오 빌라도 때에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심을 믿으며; 음간에 내리사, 사흘 만에 죽은자 가운데로 좇아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천주 성부 우편에 좌정하심을 믿으며;
저리로 좇아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줄을 믿나이다. 나 성신을 믿으며; 거룩한 공회와 모든 성도의 상통함을 믿으며; 죄사함을 믿으며; 육신이 다시 삶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