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어찌 보면 기다림의 연속된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결혼해 집떠나간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회사에서 승진될 날을 기다립니다. 넓게는 나라경제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개인적으로는 기쁜 날을 기다리며, 심지어 식당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립니다.
인생은 곧 기다림이라는 것을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중요한 시간마다 우리에게 기다림을 선사하며 던지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오디션 프로그램도 기다림을 선사하며 말을 던집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늘 기다림 안에서 설레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신앙도 기다림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수천 년 메시아께서 오시기를 기다렸고, 신약의 하느님 백성들은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재림하실 날을 기다립니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기다림이 아닌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날에는 우리가 이 지상에서 과연 무엇을 기다리며 살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였는가 하는 것이 심판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예수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매년 이 시기를 통해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것을 기다리며 준비합니다.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님께서 바로 ‘내 안에 다시 태어나시어’ 나를 구원해 주십사고 청하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 학자 오리게네스는 “그리스도이신 주님이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탄생하셨지만 만일 내 마음에 태어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하고 질문합니다. 예수님께서 내 안에 태어나시지 않으면 성탄은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 됩니다.
아마 우리도 묻게 될 것입니다. 200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 예수님의 성탄이 지금의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예수님의 성탄이 기쁜 이유는 무엇인가?
갈수록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보니 이제는 거리에서 성탄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나마 겨우 성탄이 왔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래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집니다.
성당에서, 교회에서 지내는 성탄축제는 반복되는 하나의 행사일 뿐이고, 선물은 준비하기도 귀찮고, 받는 것도 별로 의미없습니다. 이 것이 성탄의 의미인가?생각됩니다. 성탄의 핵심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요한 1,14)는 ‘하느님의 육화’입니다. 그러면 굳이 왜? 하늘에 계신 분이 우리 곁으로 오시는가?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성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힘든 세상 한복판에서 우리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신다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이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드러났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날입니다. 물질적인 선물, 보이는 분위기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선물인 내 곁에 다가오시는 예수님 때문에 기쁜 사건입니다. 바로 그런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야하는 것입니다.
대림 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대림과 성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주 잘 말씀하고 있습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어떤 사람 안에 태어나시는가? 어떻게 해야 내 안에 예수님께서 다시 태어나실 수 있을까? 내 안에 예수님께서 다시 태어나게 하려면 내 안에 예수님 태어나실 풍토와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 이 기다림의 대림 시기에 우리는 버림과 떠남을 기억해야합니다. 버림은, 세속적인 가치에 집착함을 버리는 것입니다. 끝내는 그것들이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떠남은, 오시는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기 위해 거듭 우리 주변의 불필요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것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내 주위를 둘러싼 물질적인 것이든, 내 안을 가득 채운 내면적인 것이든) 세상 것에서의 ‘버림과 떠남’을 통해 그분으로 내 안과 내 주위를 채울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가슴에 구멍 하나씩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빈 구멍을 세상 것으로 메워 보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지식, 권력, 부귀, 영화, 온갖 흥미로운 일들과 세상 것들로 말입니다. 그러나 인생 종말엔 그 모두가 허망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운명처럼 만들어진 구멍은 하느님께서 당신으로 메울 수 있도록 만드셨기에, 하느님으로만 구멍을 메울 수 있다고 파스칼은 말합니다. 우리도 대림초를 바라보며 묵상해 봅니다. 대림초의 색을 보면 짙은 보라색에서 시작해서 한 주 한 주 성탄에 가까워질수록 색이 옅어져 흰색으로 갑니다. 우리의 마음이지 않을까? 지난 한 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상처받아 멍든 내 마음, 하느님께 충실하지 못한 죄로 인해 스스로 멍든 내 마음. 가슴의 구멍에는 상처로 물든 멍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치유해 주시려고 예수님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십니다. 그 분이 가까이 올수록 우리의 그 상처, 멍이 치유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독과 황량함을 채우러 오시는 주님께 나의 모든 것을 맡기는 참된 기다림의 대림시기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세상의 것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첫댓글 내 안에 태어나시어.
내가 만나 하느님.을 통해 신앙이 자라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강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