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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불교(犯而不校)
남이 내게 잘못해도 주고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누가 나를 나쁘게 말했어도 그 상황을 참으며 바로 잡으려 덤비지 않는다는 말이다.
犯 : 범할 범(犭/2)
而 : 말 이를 이(而/0)
不 : 아닐 불(一/3)
校 : 고칠 교(木/6)
출전 : 논어(論語) 태백(泰伯) 第五章
이 성어는 논어(論語) 태백(泰伯) 5장에서 증자(曾子)가 한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曾子曰 : 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 實若虛, 犯而不校。昔者吾友, 嘗從事於斯矣。
증자 말했다. “능함으로 능하지 않음에게 묻고, 많음으로 부족함에게 묻고, 있으면서 없는 것 같고, 실하면서 빈 것 같고, 범해도 바로잡지 않는다. 옛날에 나의 벗이 늘 이런 것에 종사했어.”
(泰伯 5)
누군가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와도 따지거나 다투지 않을 수 있을까? 범이불교(犯而不校)에서 교(校)는 ‘비교하고 계산하다’는 의미로서 이리저리 따져보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시비곡직(是非曲直)의 분별심을 갖지 않고 초월한 모습을 견지하며, 묵묵히 자신의 올곧음을 묵수(墨守)할 수 있다는 것은 웬만큼 수양이 되지 않고서야 보여주기 힘든 선비의 자세이다.
사실 이 논어 문구는 증자가 공문 제자였던 안회를 칭하는 장면으로 풀이되곤 한다. 안회는 같은 제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스승이었던 공자에게도 데미안과 같은 존재였다.
안회는 20대에 이미 머리가 백발이었고, 스물 아홉의 짧은 나이에 지금의 결핵에 해당하는 병을 앓다가 생을 마감한 수제자(秀弟子)로 알려져 있다.
공자는 겉으로 보기에 아둔한 모습의 안회를 측은하게 여긴 때도 있었지만, 결국 그의 초지일관된 배움과 실천의 자세를 지켜본 후, 그의 훌륭함에 자신조차 반성의 찰라를 가진 적도 있었다고 전한다.
조금 더 원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안회와 같은 사람의 성품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건 잘 하면서도 서투른 자에게 배우려는 겸손의 태도,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보다 못한 이에게 묻고 배우려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 가지고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어 있는 듯한 여유로운 행동은 실상 공문제자 중에서 안회를 왜 수제자로 지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아무리 재주(才)가 능한 자라 하더라도 덕(德) 있는 자를 당해낼 수는 없다. 재주 많은 사람은 자신만을 이롭게 할 수 있지만, 덕을 품은 사람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는 공자의 말씀은 아마도 이를 대변해 주는 명제일 것이다.
그런데 안회는 재덕(才德)을 겸비한 제자였다. 그의 학식과 덕망이 사멸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이러한 겸손과 낮춤의 태도에 기인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먼 옛날 같이 동문수학했던 안회를 그리워하며, 그러한 친구 같은 선배를 회상하는 증자의 모습에서 역시 우리는 훌륭한 벗의 기운을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옛날의 나의 벗은 누구인가? 주자의 논어집주는 그 벗이 바로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회이라고 설명한다.
그럴까? 안회는 BC. 521년생이다. 증자는 BC. 506년생이다. 나이 차이가 15세이다. 벗이라 하기에는 나이차가 너무 많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안회는 불행히도 단명해 증자와 안회가 같이 늙어가는 처지도 아니었는데 증자가 감히 그를 벗이라 할 수 있나?
옛날 나의 벗은 안회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늙은 증자가 젊었을 때 공자 문하에서 배울 때의 동학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공스승이 생존했을 당시의 아름다웠던 학풍과 많은 제자들이 진심으로 추구하던 바를 후학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범이불교(犯而不校)
이 성어는 논어(論語) 태백(泰伯) 5장에서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가 한 말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증자가 말했다.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물으며, 지식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하며, 있어도 없는 듯이 하고 충실하면서도 공허한 것같이 하며, 침범을 당하여도 따지지 않기를 예전에 나의 친구가 그렇게 하였다.
曾子曰 : 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 實若虛, 犯而不校。昔者吾友, 嘗從事於斯矣。
[논어집주]
① 주자
校는 計校也라 友는 馬氏 以爲顔淵이 是也라 顔子之心은 惟知義理之無窮이오 不見物我之有間이라 故로 能如此시니라
교(校)는 (복수하기 위해) 꾀를 내는 것이라. 벗은 마융(馬融)이 안연이라고 하는 것이 옳음이라. 안자의 마음은 오직 의리의 무궁함만 알았고, 물건과 나의 틈이 있음은 보지 않았으므로 능히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
② 謝氏
不知有餘在己요 不足在人이며 不必得爲在己요 失爲在人이니 非幾於無我者면 不能也니라
자신에게 남음이 있고 남에게는 부족함이 있음을 알지 못했으며, 반드시 얻음은 내 몸에 있고, 잃음은 남에게 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니, 거의 나를 없게 하는 것이 아니면(무아지경에 있는 자가 아니면) 능치 못하니라.
▶️ 犯(범할 범)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해(害)치다의 뜻을 가진 병부절(卩; 무릎마디, 무릎을 꿇은 모양)部로 이루어졌다. 개가 사람을 해치다의 뜻이 전(轉)하여 널리 해쳐 범하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犯(범)은 어떠한 그릇된 일에 버물려 들어가거나 침노함의 뜻으로 ①범(犯)하다, 침범(侵犯)하다 ②저촉(抵觸)하다 ③(법을)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④치다, 공격(攻擊)하다 ⑤이기다, 무시(無視)하다 ⑥거스르다 ⑦어긋나다 ⑧속이다, 거짓말하다 ⑨거치다, 뛰어넘다 ⑩만나다 ⑪일으키다, 빚어내다 ⑫범인(犯人), 죄인(罪人) ⑬범죄(犯罪), 죄(罪)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침노할 침(侵)이다. 용례로는 죄를 저지름을 범죄(犯罪),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함을 범법(犯法), 죄를 범한 자를 범인(犯人), 범죄 행위를 함을 범행(犯行), 강간이나 간통 따위 간음죄를 범함을 범간(犯姦), 잘못을 저지름을 범과(犯過), 법적으로 못 하게 하는 것을 범함을 범금(犯禁), 명령이나 법령을 어김을 범령(犯令), 제 신분과 처지를 돌아보지 않고 웃어른에게 버릇 없는 짓을 함을 범분(犯分), 맡아 있는 남의 것을 승낙 없이 마음대로 써버림을 범용(犯用), 들어가지 못하게 된 곳을 범하여 들어감을 범입(犯入), 제한된 범위를 지나서 행동함을 범한(犯限), 남의 영역이나 지역을 침노함을 범역(犯域), 남들이 언짢게 여기는 일에 간섭하거나 끌리어 들어감을 범염(犯染), 남의 권리나 재산이나 영토 따위를 침노하여 범함을 침범(侵犯), 가벼운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을 경범(輕犯), 형법 상 범죄 행위를 실행한 사람을 주범(主犯), 형벌이나 징벌에 처할 만한 행동 또는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을 사범(事犯), 몇 사람이 공모하여 공동으로 행한 범죄를 공범(共犯),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막음을 방범(防犯), 두 번째 죄를 범하는 일 또는 그 사람을 재범(再犯), 한 번 죄를 지어 처벌된 사람이 또다시 죄를 범하는 일을 누범(累犯), 간섭하여 남의 권리를 침범함을 간범(干犯), 고의로 저지른 죄를 고범(故犯), 살인과 같은 흉악한 범인을 흉범(凶犯),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감히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사불범정(邪不犯正), 뭇사람의 분노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중노난범(衆怒難犯), 마음이 아주 깨끗하고 청렴하여 조금도 남의 것을 범하지 아니한다는 말을 추호불범(秋毫不犯)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校(학교 교)는 형성문자로 挍(교)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交(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交(교)는 교차(交叉)하다, 죄다, 校(교)는 죄인(罪人)의 손발에 끼우는 나무로 된 질곡(桎梏), 진을 친 곳에 설치한 나무나 대나무의 울타리, 진을 친 곳에 있는 지휘관(指揮官), 장교를 나타낸다. 또 交(교)는 爻(효), 敎(교), 學(학) 따위와 관계가 깊은 글자로서, 뒤섞인 것을 이것저것 비교하는 데서 較(교), 校(교)는 비교하다, 재다, 생각하다의 뜻으로 되었다. 그래서 校(학교 교)는 ①학교(學校) ②장교(將校) ③부대(部隊), 군영(軍營) ④울타리, 바자울(바자로 만든 울타리) ⑤차꼬(죄수를 가두어 둘 때 쓰던 형구), 형구(刑具)의 총칭(總稱) ⑥다리 ⑦헤아리다, 따져보다 ⑧(수를)세다 ⑨가르치다, 교습(敎習)하다 ⑩본받다, 모방(模倣)하다 ⑪비교(比較)하다, 견주어 보다 ⑫조사(調査)하다, 심사(審査)하다 ⑬교정(校正)하다, 바로잡다 ⑭갚다, 보복(報復)하다 ⑮빠르다, 신속(迅速)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학교 상(庠)이다. 용례로는 학교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통솔 감독하는 학교의 장을 교장(校長), 학교에서 학생에게 입히는 복장을 교복(校服), 학교의 이념을 간명하게 표현한 표어를 교훈(校訓), 학교의 마당을 교정(校庭), 학교를 상징하는 깃발을 교기(校旗), 학교의 수업 시간의 단위를 교시(校時), 학교에서 쓰는 모든 기구를 교구(校具), 대조하여 잘못된 글자를 바로잡음을 교정(校正), 교정을 하여 잘못이 없는 책을 교본(校本), 책의 바르고 틀림을 검열함을 교서(校書), 같은 학교에서 배우는 벗을 교우(校友),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을 학교(學校), 학교에 출석함을 등교(登校), 자기가 졸업한 학교를 모교(母校), 학교가 수업을 한동안 쉼 또는 그런 일을 휴교(休校), 학교를 엶 곧 새로 세운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함을 개교(開校), 공부를 끝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옴을 하교(下校), 학교를 폐지함 또는 그 학교를 폐교(廢校), 본교로부터 따로 나누어 시설한 학교를 분교(分校), 조선시대의 지방 교육 기관을 향교(鄕校), 조사 또는 대조를 하여 잘못을 바로잡음을 감교(勘校), 참고하여 조사함을 고교(考校), 남이 내게 잘못해도 주고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누가 나를 나쁘게 말했어도 그 상황을 참으며 바로 잡으려 덤비지 않는다는 말을 범이불교(犯而不校), 할 일과 맡길 일이 따로 있기에 상사가 모든 일을 직접 챙겨서는 안된다는 말을 불필친교(不必親校)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