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교 홈페이지의 의의
학교 홈페이지는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 공식 창구입니다.
정보는 권력이고, 도구이고, 소통이고, 인권이고, 민주주의입니다.
학교 홈페이지는, 정보를 얻고, 자치를 하고, 양질의 교육을 요구하고 제공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2. 학교 홈페이지의 핵심 구성 요소
홈페이지는 다수의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도구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정보는 양방향(interactivity)의 성격을 가집니다.
바로 소통(communication)의 기능을 말합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2가지의 요소를 말하자면, 하나는 보유한(입수하거나 생산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공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지한 정보 혹은 이용자가 제기한 의제에 관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3. 학교 홈페이지 운영에 필요한 노력
학교 홈페이지는 모든 학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는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우선은, 위에 이야기한 2가지의 요소, 즉 최신의 뉴스를 제공하느냐, 의견을 제시하고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느냐가 홈페이지 구축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다음으로는 실제 이용자(학교 구성원, 지역 주민 등)의 활용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용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보통의 홈페이지는 많은 노력(marketing)을 합니다.
방문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홍보)하고, 이용자의 사용 편의성(user interface)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정보의 질을 높이고,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합니다.
학교 홈페이지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자동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홍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용 편의성, 정보의 질, 소통 지원만 해주면 잘 운영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4. 학교 홈페이지 운영 실태
자, 이제 학교 홈페이지의 운영 실태를 한 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겠지만, 개인이 조사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이런 일은 사실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해야할 일이지요. 그분들이 이런 것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의 운영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파주 관내 18개 고등학교에 대해서 조사한 자료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주교육지원청 홈페이지 > 교육지원청 안내 > 학교현황에 들어가보면 공립고등학교 10개, 사립고등학교 8개의 목록이 있고, 각 학교명을 클릭하면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이 됩니다.(http://www.goepj.kr/main.php?menugrp=100805&master=schools&act=page)
18개 학교의 홈페이지를 분석하는데 있어서의 기준은,
① 학교 자치 지원
: 학부모회와 학생회(동아리 포함) 관련 메뉴(공지, 회의록, 활동 내용 등)의 존재 여부.
② 의견 수렴(교환) 게시판의 지원
: 학부모 게시판, 학생 게시판, 자유 게시판, 민원 게시판(지역 주민 민원 등)의 존재 여부와 활용도.
③ 상담실 기능
: 학업(성적), 진로(진학, 취업), 학교폭력, 기타 학교 생활에서의 고충 등을 공개 및 비공개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의 존재 여부.
④ 진로진학 정보
: 고등학교는 사회 진출의 전 단계이므로, 진학 혹은 취업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에 맞게 제공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보의 구성(대상 학교나 회사의 정보, 직업(진로적성) 정보, 수험정보, 근로기준법, 기타 다양한 정보)이 다양한지, 충분한 양을 제공하고 있는지,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⑤ 인터페이스(PC버전)
: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쉽게 메뉴가 구성되어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오게 깔끔하게 되어 있는지, 사진과 글의 배치, 글꼴(크기) 등을 고려합니다.
⑥ 콘텐츠
: 보통의 학교가 담아야할 기본적인 정보(학교 소개, 각종 규정, 교육 과정 안내, 학교운영위원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활동 내용, 급식, 예결산 등)와 기타 학교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독서, 특별활동, 체험학습, 동아리 등)이 얼마나 충실하게 탑재되어 있는지, 최신의 규정들이 제대로 업데이트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⑦ 개방성
: 게시판에 접근하는데 불필요한 과정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유 게시판(학부모, 학생 게시판 포함)이 공개되어 있는지, 목록까지만 공개인지, 완전 비공개인지를 봅니다. 고민 상담과 같은 개인적인 게시물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일반적인 의견 제시, 의견 교환, 민원 제기 등의 게시물은 공개함이 원칙입니다. 지나친 폐쇄성은 이용자의 이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⑧ 전체 활용도
: 방문 카운터가 없으므로, 직접적인 활용도는 체크할 수 없습니다. 공지 사항이나 게시글의 조회수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통계에 소요되는 시간이 부족하여 체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학교 구성원(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수에 비하여 활용도는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학생 천명 기준, 학부모 1인만 포함할 경우 2천명의 이용자라고 할 때, 공지사항의 조회수가 100명 안팎이라면, 실제 조회한 사람은 100명에 훨씬 못미칩니다.(중복 조회, 관리자 조회 등) 학교에 따라, 게시글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많이 조회되는 경우 5% 정도, 그보다 못한 경우 1% 미만인 경우도 있습니다.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위 표에서 “○=yes, ×=no, △=일부yes” 를 뜻하고, ★은 5개 만점에, 보통이 3개, 2개는 다소 부족, 4개는 좋음을 뜻합니다.(매우 부족, 매우 좋음은 없음)
5. 결과 분석
자료를 만들면서 처참했습니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공교육 기관의 홈페이지가 이정도로 부실할 줄은 몰랐습니다.
전체적으로, 게시판 구축 상황이 부실하였으며, 그나마 구축된 게시판도 게시글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 운영정책을 공지하고 실행하는 학교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요 학교 규정을 제대로 올리지 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었으며, 그나마 올린 학교 중에서도, 최신 업데이트로 관리하는 학교는 극소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부실하여, 하나 하나 지적하기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칭찬할 부분은 거의 없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부분을 짚어보면,
금촌고와 봉일천고는 학생회 공지 게시판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봉일천고는 학생 의견 게시판도 활용하고 있었으나, 2012년 이후로는 글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 된 이후로 보입니다.(모바일 환경에서는 학교 홈페이지 활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모바일 반응형 웹(스마트폰으로 접근 시 모바일 환경에 맞춰서 로딩) 설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동패고, 광탄고, 파주고는 분야별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게시글은 없음)
경기세무고, 광탄고, 세경고, 파주고는 민원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세경고의 경우 입학관련 Q&A를 잘 운영하고 있었으며, 학교생활 관련 Q&A도 잘 운영되고 있었습니다.(2017년까지는 활발)
그러나 다른 학교는 활용도가 미약합니다.
컨텐츠 구성력은 상대적으로 교하고, 동패고, 문산제일고, 한빛고 등이 우수해 보입니다. 학교 생활 관련 다양한 정보(규정, 교육과정 운영, 학생 활동, 동아리 정보, 진로진학 정보 등)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견 수렴 게시판이 잘 갖추어진 곳은 동패고, 한빛고, 삼광고, 파주고 등인데, 삼광고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나머지 학교도 글이 하나도 없거나 한 두 개 뿐입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모바일 반응형 웹페이지를 구축하였는데, 봉일천고, 한빛고, 세경고, 한민고의 경우는 모바일에서도 PC버전 홈페이지가 열립니다.(반응형 웹 미구축)
종합하여, 홈페이지 구축 정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만든 학교는 동패고, 문산제일고, 한빛고, 파주고 등으로 보이며, 운영 실적으로 보면 세경고가 그나마 활용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경고 게시판에는, 건의, 질의, 개인의견 등 다양한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파주에서 유일한 곳입니다. 다른 학교는 게시판이 없거나, 있어도 글이 하나도 없거나, 몇 년에 한개 정도 있거나 합니다.)
6. 경기도교육청 학교홈페이지 운영 활성화 지원 조례
지난 2017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교육청 학교홈페이지 운영 활성화 지원 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아래에 파일로 첨부하였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학생과 학부모 및 지역 주민에 질 높은 교육서비스 및 원활한 소통과 정보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례입니다.
학교장은 학교 홈페이지가 교육정보 제공 및 소통의 창구가 되도록 적극 운영하고, 교육지원청과 교육청(교육감)은 이를 위해 지원방법을 마련하고, 적극 지원하는 책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를 게시하고, 효율적으로 관리(운영정책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7. 결론
① 사용자 편의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메뉴가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별 4개짜리 인터페이스는 되어야 합니다.
② 학교의 제규정(교칙, 생활인권규정, 학운위규정, 기타 각종 위원회 규정 등)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서 모두 올립시다. 가끔 어떤 규정은, 담당 교사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만드는 경우가 흔합니다. 홈페이지에 최신 버전을 올려 놓으면 유실될 우려가 없습니다.
③ 진로진학 정보는 다른 학교의 것을 살펴보고, 좋은 것은 공유하길 바랍니다.
④ 학생 의견, 학부모 의견, 교원 의견, 민원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운영정책을 만들어 관리합시다. 각 게시판의 관리자는 각 자치회 대표가 하면 됩니다.
⑤ 개방성을 기본으로 하고, 일부 상담 게시판 정도만 비공개로 합시다. 학교 구성원이 로그인하여 글을 작성하게 하되, 읽기 권한은 작성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⑥ 가정통신문의 경우 알림 앱을 많이 사용하는데, 가급적 홈페이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홈페이지는 알림 기능(push)이 없습니다. 따라서 알림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애플리케이션化 시키거나 위젯과 연동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부분은 단위 학교에서는 개발이 어려운 부분이므로, 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기획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⑦ 가정통신문이 아니더라도 최신 정보, 행정 사항 등의 중요 정보가 탑재되고, 의견 수렴, 의견 교환(논의) 등이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지면, 활용도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⑧ 특히 소통(대화)이 필요한 경우, 상대방에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교장, 교감, 담임, 학부모회장, 운영위원, 학생회장 등에 대해, 학부모 혹은 지역주민이 대화를 필요로 할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름(혹은 직책)을 클릭하여 전화걸기, 메시지보내기 등은 일반 홈페이지나 앱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능입니다. 이러한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들은 해당이 안됩니다.
정보화 사회의 기초중의 기초인 홈페이지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운영하지 못하는 학교가, 운영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며, 정보가 어떤 힘을 가지는지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온라인에서의 소통(사이버 폭력에 대한 교육, SNS 올바른 사용법, 대화/댓글/토론에서의 예절 등), 개인 정보(사생활, 초상권 등)의 보호, 지적 재산권(공유, 참조, 링크, 다운로드)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내용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안되지요. 그러니까 문제인 것입니다.
토론할 줄 모르는 아이들, 학부모들, 교사들이라서, 게시판에서 갈등이 생길 것이 두려워 게시판을 없애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까? 교육기관의 대응으로 올바른 것입니까?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오늘의 결론.
학교 홈페이지 좀 싹 뜯어 고치자. 정말 창피하다.
단위 학교는 개방성에 대한 노력을 하고, 교육청은 기술적으로 지원하라.
그리고 파주에서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홈페이지 개선 사업도 넣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