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부모님에 대한 단상(斷想)
송 순 현
오늘처럼 하늘 결 보드랍고 파랗던 날, 참아버님 참어머님 곁에서 곱게 호흡하던 아름다운 미소를 기억합니다. 몽글몽글한 햇살 어머님 다리 뻗어 편안히 앉으시고 아버님 말씀자락에 무엇하나 떨어질까, 땡그르르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그리움이고 사랑이고 기쁨입니다.
기억하시지요? 어린 어미였을 때 힘들어 울다 잠드니 사이 찾아오셔서, 이 녀석 세상을 반듯하고 아름답게 펼쳐놓을 것이라 힘들다 말고 키우라 하셨지요. 키 멀뚱히 커서 그 어린 이는 참부모님 사랑하는 청년 되어 감사합니다. 가끔 양지바른 계단에 앉아서 그 꿈을 펼쳐 열어보곤 합니다.
둘이 부부인가? 물으실 때 작은 손거울이라도 꺼내어 제 얼굴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요? 잔뜩 긴장한 볼이 새빨갛게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 같았을 것입니다. 철없이 어린 토끼처럼 깡총거리는 마음으로 철퍼덕 참부모님 앞에 앉아 있다가 웬 부끄러움이, 산 위의 구름 끄집어 이만치 당겼습니다.
비 들이치고 문틈으로 별 하나둘 찾아들던, 낡은 옥탑방 사택에 새끼라고 끼고 누웠을 때 비로소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준 참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묵음으로 발음되지 않는 순간까지도 사랑이신 참부모님, 한겨울 붉은 동백꽃이 파란 화분에서 봉오리진 것을 바라보며 잊어서는 안 될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참부모님 존영이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제 심장도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헬기사고는 그 툭,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그 순간임을 알고 제 심장은 또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러고 첫날 참부모님께 꽃다발 들고 맨발 두 발 모아 섰는데 ‘잘 부탁한다’ 하시며 손을 잡고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또렷한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화 소식을 듣고 부지런하게 청소를 했습니다. 영계 가시기 전에 우리집도 한 번 들르실까, 거실도 욕실도 창문 틈까지 빡빡 문질렀습니다. 엎드려 베개에 눈 감고 누웠다 일어나면 퉁퉁 부은 눈은 까만 밤이 되어 아무도 몰랐습니다. 문 열어놓고 기다리다 보면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빛나는 자책은 별이 되어 반짝입니다.
피곤한 세상을 더듬다 목이 메이면 참부모님 기억을 따라갑니다. 어느새 참부모님으로 손 닿아 맘 닿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심정에 울음 뚝 그칩니다. 흘러가는 지하철에 혼자 앉아 저를 향한 엉킨 울음은 참부모님을 바라보다 참부모님을 기억하다 뚝 그칩니다. 비단 색실로 한 땀 한 땀 무늬를 떠서 놓으니 참부모님은 사랑이었습니다.
작은 콩알보다도 작아 누가 볼 새라 들킬새라 부끄러운데 말씀 주시어 사랑 주시어 이렇게 큰 남짓으로 컸습니다. 동강 난 마음 덩이를 하늘부모님의 사랑으로 묶어 주셨습니다.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라, 태양처럼 밝고 강물처럼 맑아라, 그렇게 살아라 축복해 주신 참부모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