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한해 바쁘게 보내기만 했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나는 과거를 회상하면 몇가지 사건들이 떠오릅니다.
1985년 서울시 인문계 고입 커트라인인 141점으로 고등학교를 꼴등으로 입학했습니다. 무엇하나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본 것 없이 3년이 흘렀고, 대학을 탈락했습니다. 이때는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는 강한 충동을 느꼈고, 1988년 재수를 하면서 올림픽 개막식 하루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공부에 몰입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합격권 대학에 시험을 받는데 이상하게도 다시 탈락했습니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는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에 후기였던 선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나는 대학생활에서 2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나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떨려서 말을 못하는 등 부족한 나에게 화가 나서 늘 멋진 누군가를 동경하며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이때 사회복지학에서 만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서 한명밖에 없는 나를 소중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것입니다. 기억력이 나빠서 배운 것을 빨리 잊어버리는 고민이 있었는데, 멘토였던 교수님께서 '그것이 너의 장점이다' 하시며 상담분야의 길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내담자의 아픈 상처를 듣고 문제를 해결한 후 내담자의 부끄러운 과거를 본능적으로 잊어버리는 것은 이후 상담분야에서 최고의 장점이 되었습니다.
나는 대학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던 중 1996년 6월경 참부모님께서 2세들의 목회출발을 말씀하셨는데 그 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참부모님이 직접 선택하셨다는 사실에는 크게 감사했지만 가정을 이루고 있었기에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이때 양가 부모님은 '계속 직장 생활을 하는 것 보다는 참부모님께서 뜻이 있으셔서 선택하셨으니 목회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적극적으로 말씀을 따르라'고 조언해 주셨고, 배우자 역시 힘들지만 사모의 역할을 하겠다고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1996년7월28일 서울 중랑교구 면동교회 교회장으로 공직을 출발했고, 2000년 협회본부 2세국, 2004년 협회본부 가정국에서 근무하면서, 6천여명의 2세미혼자들과 2천여명의 2세축복가정들의 축복교육과 상담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2008년 참좋은가정연구소를 설립해서 가정교육운동을 시작했고, 2011년 재단에서 근무하면서 희망드림 월급끝전 기부사업, 2013년 협회 다문화정책지원국장, 2014년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창설을 거쳐, 2015년부터는 다문화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참사랑평화학교 교장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는 공직생활을 통해 부모이신 참부모님의 아픔을 알았습니다. 과거 각종 대회와 행사에서 간접적으로 보았던 참부모님은 영광의 부모였습니다. 하지만 쌍합십승일(2004년5월5일) 이후 축복2세들을 교차교체 축복매칭 해 주시는 과정에서 만난 참부모님과, 청평수련원에서 2006년11월7일부터 2007년2월11일까지 진행된 '천일국 축복가정 새출발 특별수련회'에서 전세계의 2세들 앞에 특강을 하면서 깨달은 참부모님은 깊은 아픔을 품고 있는 부모님이었습니다. 그후 하나님의 슬픔을 위로해 드리는 참부모님 앞에 걱정끼쳐 드리지 말고, 작은 효도라도 하자는 것이 삶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참사랑평화학교는 2013년8월 한학자 참어머님께서 당시 다문화자녀들 중에서 기초학력 저하와 反다문화정서에 의한 또래 따돌림, 학교부적응, 학업중단, 가출, 범죄등의 문제에 노출되는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아시고, 그들에 대한 염려와 사랑으로 대안을 마련하라는 특별지시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교육적 대안을 준비하면서, 한국가정연합본부와 관련단체들의 후원으로 2015년3월 고등학교 과정의 기숙형 대안학교로 개교하였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학생과 부모를 통해서 가슴 뿌듯한 사연들도 많았지만,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술과 담배, 폭력, 절도등의 사건으로 경찰서에 있는 학생을 교사신분을 밝히고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과거엔 피해자였는데 현재는 자신이 가해자로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사연들로 가슴 깊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사들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의 삶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학생들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대안마련을 모색했습니다. 이후 학생들이 각종 약을 줄이거나 끊는 모습에, 미워했던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대학 입학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잃었던 자녀를 되찾은 부모의 심정으로 기쁨을 느꼈습니다.
참사랑평화학교 초기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걸음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빨리 이런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을 반성했습니다. 이후론 학교의 다양한 체험수업을 언론과 홈페이지를 통해 보면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입학하고, 짧게는 1주일, 한달 그리고 1년의 계획을 세워서 도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기뻤지만 한편으론 부족한 교사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반성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상담해보면 엄마와 아빠의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Half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국제축복가정 자녀들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두나라의 강점을 가진 Double로 키운 전국에 있는 국제축복가정을 만났던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들은 무척 소중했습니다.
지난 4년간 참사랑평화학교에서 학생, 부모, 교사들과 함께 도전했던 '다문화청소년 대안교육 사례집'을 만들었습니다. 내용은 학교소개, 2018년 교육보고, 신앙교육, 진로교육, 상담, 부모교육, 대안교육, 평화교육여행(PET), 프로젝트, 활용자료의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학생들이 걸어온 발자취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내가 받은 사랑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많은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걸어갔던 모든 도전은 실패와 성공을 떠나서 하나하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후원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문화청소년들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반드시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2019년에도 중심을 딱 잡고, ‘실패 없는 도전’의 길을 힘차게 출발하길 소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2019년2월21일 황인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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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사랑과 진정으로 지도해 주시면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주신
황인춘교장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