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나가는 길목에서 / 정기모
올가을 하늘을 제대로 쳐다본 적 있었던가 싶습니다
가끔 슈퍼라도 가는 날이면 골목을 다 빠져나가도록
목을 뒤로하고 하늘에
눈길을 던져 보지만
마음이 바빠서 그런지
그래 이게 바로 가을 하늘이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가을걷이로 풋풋한 냄새가 옷깃에 내려앉고
뭉게구름이나 새털구름 사이로 청아하게 내려서던
가을의 빛이 세월이 더할수록 그립기만
합니다
억새들이 하얗게 나부끼는 강 언덕에서
깊은 사색으로 괜스레 찔끔거리기도 하던 세월은
어느 강기슭에서 홀로 맴돌까 싶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하면서도
자꾸만 약해지는 느낌은 무엇일까 싶거든요
올가을은 뒷산조차도 오르지 못함이 내내 서운하지만
방긋거리는 귀여운 천사의 웃음으로 대신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하면서 스스로
위로 합니다.
벌써 3 칠이 지나고
울음소리도 제법 힘이 오르고 먹는 것도 점점 양이 늘어나면서
나의 삶 중에 언제 저렇게 아이의 입에 젖을
물리고
허둥대면 키운 적 있었나 싶답니다
무릎 관절이 꺾이는 소리에
계절이 흐르고 또 다른 계절이 저기 문앞에 서성인다 싶습니다
그렇게 가고 또 돌아오고 하는 것이 세월인데
종일 허한 가슴은 데워지질 않습니다
잠시 먼 산자락이 걸린 풍경에
침침한 눈길이라도 씻어야겠습니다
가을이 간다고 그렇게 말하고 서 있는 골목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