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의식
📮 또 다른 사유 :
밤이 깊었다. 겨울의 끝자락에 얹힌 산골의 밤은 생각보다 빨랐다. 아랫목 따듯한 구들에 발을 넣고 팔베개를 하니 온세상이 솜처럼 포근함으로 다가 온다. 산돌뱅이는 기지개를 있는 힘껏 켜더니 이불을 가져다 자리를 펴고 그 위에 단정히 앉는다. 이럴 땐 꼭 수행을 오래한 고승처럼 단아해 보인다.
"IS가 또 인질을 처형했습니다. 우주가 성장하는데 인간의 카르마가 너무나 얽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네. 인간을 포함해 자연계의 매우 복잡해 보이는 현상들인 전쟁, 폭동, 화산폭발, 지진 등은 하나의 법칙 속에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네."
"단순하다니요? 개별의식으로 가득찬 인간들이 거미줄처럼 악의 끈을 도처에 치고 있는데요?"
"인간이 개체별로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거대한 법칙 속의 전체의식을 따르는 것일 뿐이지."
"전체의식이 에고로 가득찬 개별의식을 통제할 수 있나요?"
"개미는 개개별로 독립된 생명체지만 전체의 일부로서 살아 있는 기관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우리몸의 세포는 독립된 대사작용을 하는 조직이지만, 우리 몸 전체로서 조화롭게 움직이며, 각 세포는 하나의 독립된 의식체지만 또한 우리 몸을 이루는 '나'라는 '전체순수의식'을 이룬다네.
인간의 개별의식은, 세포가 몸을 이뤄 우리의 순수의식을 만들듯이 인간의 전체 군집의식을 이뤄내고, 우리는 개체로서 독립적으로 살아 가지만 실은 인간들 전체의식에 영향을 받지."
📮 거대법칙 속의 우주의식 :
놀라웠다. 이 영감탱이는 나의 사유를 훨씬 뛰어넘는 끝없는 비밀의 곳간을 열어 조금씩 먹이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세상의 다양한 행태란 결국 인류 전체의식의 표출이란 말씀 이네요?"
"당연하지. 또한 이런 총합된 의식이 우주의식을 이룬다네. 우주의식이란, 우주에 존재하는 영체로부터, 고등한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무생물에 이르기 까지 모든 의식의 총합이네. 따라서 우주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거대한 법칙을 갖는 시스템일세.
불교에서는 법신불(비로자나불)로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으로
탄트라에서는 파라마 쉬바로 나타나지."
"순수한 우주의식 속에 있는 인간의 개별의식은 왜 우주의식을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까?"
"우주의식은 하느님의 마음이나 근원 의식이라고 불리는데, 우리 순수의식과 파동을 공유 하지만 인간 개개인은 에고의 개체로서 우주의식을 인식하지 못한다네. 우주의식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개체성은 사라지며 우리들의 모든 의식적 행위는 전체의식인 거대한 법칙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네. (잠시 쉬더니) ... 그래서 우리의 슬픔, 분노, 사랑, 애욕의 모든 것은 우주와 공유하며 그것은 하나의 우주적 희극이지."
'젠장! 우리는 결국 근원의 노리개란 말인가!' 산돌뱅이는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근원과 우주의식은, 인간 사유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것일세. 만약 이를 이해하면 고타마나 예수 증산 등의 말씀에 일맥상통하지. 우리 안에 불성이 있고, 신성이 있다는 것이나 우주의식이 각각의 개체에 발현 해 있다는 말은 곧 우리의 순수의식이 우주의식과 연결돼 있는 것을 말함이네."
⏰ 산돌뱅이는 이 말을 마치곤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불을 끄고 누웠다. 까만 밤의 정적이 한 없는 고요함에 묻히게 한다. 나는 까만 고요함 속에 사라지고 명료한 의식만 별처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