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 3분
📮 대우주의 장엄한 교향곡 :
새벽녁, 무언가 조용히 움직이는 느낌에 눈을 뜨니 산돌뱅이가 일어나 조용히 앉아 운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도 일어나 앉아 내몸의 전체 세포에게 '옳고 바른 마음으로 임하고 행'하도록 염원을 집중했다. 이어서 온 몸의 감각이 사라지며 명료한 의식만이 초롱초롱 남았는데 얼마 후 산돌뱅이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곤 울타리를 훌쩍 뛰어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30분 쯤 돌아 온 산돌뱅이가 3월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옷을 훌렁 벗더니 우물을 떠서 온몸에 끼 얹는다.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간단한 아침이 차려졌다. 이 영감탱이는 손님은 안중에도 없는지 늘 자기가 먹던 것만 올렸다.
"잘하면 TV에 나오겠습니다."
"흠 ~ 할일이 그렇게 없나!"
"그렇게 안팎으로 수련하고 닦으시니 200살은 살겠습니다."
"120살 까지만 살라네."
"그렇게 고생하며 수련하다 돌아가시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빛으로 돌아가는데 뭐가 억울해!"
"빛으로요?"
"만물의 근원은 빛이고 우리가 죽으면 물질은 흙으로 환원하지만 의식은 빛의 근원과 합일한다네."
'이 영감탱이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냈나 뭔 빛?' ... 오늘은 죽음 너머로 한번 가볼까?
"빅뱅이론에 의하면 시초로부터 10의 -43초 까지는 한점의 초 에너지 빛만 존재하다가 10의 -32초부터는 엄청난 에너지의 빛 즉 광자끼리 충돌해 물질 입자인 전자와 반물질 입자인 양전자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빅뱅의 초 에너지 빛을 말하시는 겁니까?"
"빙고! 바로 그 초에너지의 광자를 말하네. 빅뱅의 3분을 알고 있지?"
"네. 빅뱅으로부터 3분 동안에 10조도 (10조K)에서 1억도 (1억K)로 온도가 내려가며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이 모두 만들어진 걸로 압니다."
"맞아. 우주의 기본재료인 수소핵이 3/4, 헬륨핵이 1/4, 그리고 소량의 리튬이 3분이란 시간에 모두 형성됐지. 여기까지는 신이 개입할 부분이 없었네. 그것은 오로지 온도에 의해 자동으로 형성되었지."
"그래서 고대에, '태초 우주에 장엄한 교향곡이 울려 퍼졌다'고 이미 누군가 말했는데, 그 교향곡이 실은 고작 3분 정도 울렸던 것이군요."
"문제는 3분 전에는 신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인데, 신이란 시초 빛의 씨알(근원)로서 스스로 초 에너지를 폭발시켜 빛을 확산해 극히 일부의 물질을 만들고 절대다수는 빛으로 존재케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
"물질우주의 생성과 작용을 탄트라의 의식분리 현상에서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근원이 스스로 자신을 여러 의식으로 분리해 창조와 파괴와 소멸이란 싸이클을 만들어 내는데 분리된 의식들이 바로 인격화된 신으로 나타납니다."
📮 흐린 우주의 개임(맑아짐) :
"그렇지. 차라리 그렇게 이해하는게 훨씬 쉽겠구먼. 고대인들이 현상계의 비밀을 설명하는데 단순화된 신화적 이야기로 만들어 전한건 대단한 지혜의 산물일세."
"초기 우주 생성 시는 우주에 장엄한 불꽃놀이가 펼쳐졌겠군요."
"그렇지. 광자끼리의 충돌로 전자와 양전자가 만들어지고 수억도의 초 고온에 의해 핵융합이 일어나 쿼크와 반쿼크의 결합으로 엄청난 에너지로 소멸되며 빛을 생성하는데 이 빛들이 무려 38만년이나 전자들에 의해 우주로 나가지 못하고 산란하지. 이때 우주를 흐렸다고 말하지?"
"네. 우주 온도가 38만년이나 지나야 3,000도로 낮아지며 전자들이 원자 핵에 붙들리며 비로소 빛이 온 우주로 나가면서 우주는 개며 맑아지죠. 우주 배경복사라는 말은 바로 이 빛들을 말하고요."
"이제 38만년이 지나면 수소와 헬륨이 근처의 원자들을 끌어들여 뭉치며 무거운 별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지. 바로 신들이 창조를 시작하는 시점이네."
"결국 '유신견(신이 존재한다는 견해)'을 인정하시는군요."
"우주란 시초 빛의 씨알로 부터 나왔고 씨알로 부터 파생한 온 우주의 소재는 바로 빛이라고 말할 수 있지. 물질이건 아니건 간에 말일세.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사유, 의식과 물질은 단지 빛의 결합일 뿐이네. 이 근본을 일러 '신'이라 칭하는게 얼마나 쉽고 명료한 설명인가?"
"그래서 영감님이 죽으면 빛으로 돌아 간다고 하신거군요. 빛으로 간다는건 신과 합일한다는 의미도 되구요."
"사실 인간은 무신론자가 될 수 없네. 유신견을 부인하는 자들은 오로지 우주의 현상계만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거지만 그 '사유'란 자체가 바로 신의 마음이란 말이네."
"영감님이 말하는 신이란 시초의 근원을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성서와 다른 곳에서 인격화시켜 말하는 창조신을 말하는 겁니까?"
"내가 말하는 신이란 시초의 빛의 씨알 (근원)과 인격화돼 나타난 창조신을 말하네. 자네가 탄트라를 인용해 말한 근원 의식의 분리가 바로 신이지. 어떤가. 신화와 물리학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지 않나?"
"각 민족과 나라에 전승된 신화가 사실은 고대에 전해진 지혜이며 가장 단순화된 창조 이야기임을 압니다. 영감님의 말씀을 모두 이해 합니다."
"만물의 이치를 단순화해 신화적 스토리로 이해하면 모든 만물의 작용을 섭리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지. 그래서 저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과 세상의 전쟁이나 지진이나 인간의 탐욕과 사랑과 미워함 등 모두를 하나의 관점으로 이끌 수 있다네."
햇볕이 창문을 통해 찬란히 빛나고 있다. 내가 외박을 했는데도 마눌이 전화 한 통 없다. 이젠 태양계 끝의 명왕성이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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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견 - 신이 존재한다는 견해로, 불교의 '유신견'과는 다른 것임.
불교의 '유신견'은, '오온이 자아'라고 믿는 것으로 이는 불자의 수행에 족쇄로 작용하는 10가지 중에 첫번째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