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기에도 모자랄 그 힘으로,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분노한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은 그는,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서로를 돌봐주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자에게 빵을 나누지 않았다. 쓰러지면 그걸로 끝이었다.
지상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든,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든, 소설을 쓰던 사람이든, 이곳에서 예술은 필요가 없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인간들에게 있어 예술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이곳의 회색 인간들에겐 땅을 팔 수 있는 회색 몸뚱이만이 가진 전부였고, 남들도 다 그래야만 했다.
한데, 그 여인은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아 굶어 죽어가던 그 여인이, 또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회색 인간」중에서
노인이 현실에서의 육체를 버리고, 가상 세계로 이주하게 되면 생물학적 유지비가 사라지게 된다.
또한, 건강상의 문제로 몸이 불편하던 노인들도, 가상 세계에서는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온 가족의 뇌 스캔을 통하여 구현한 완벽한 가족 아바타가 함께하기에, 노인들에게는 실제 현실과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나았다. 함께 살지 못하던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었으니까.
---「디지털 고려장」중에서
이승의 사망률이 너무 낮아진 것 아닙니까? 그 때문에 지금 저승에 심각한 인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한마디로 이승의 저출산 문제와 같습니다. 저승 인구가 너무 부족하다 이 말입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수명이 낮아서 30, 40대만 되어도 곧잘 저승으로 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뭐, 평균수명이 70살? 80살?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물론, 한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늘어났던 건 인정합니다. 좋은 시절이었지요.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저승은 부흥은커녕,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이 말입니다! 게다가 사망하는 사람들도 다 늙어서 오니, 이건 뭐 부양해야 할 짐만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와봤자 편히 대접만 받다가 소멸하는 늙은 사람들 말고, 젊은 노동 인구가 필요합니다!
---「사망 공동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