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걸 기대한 게 아닙니다. 퇴근하면 아내가 차려놓은 저녁밥 맛있게 먹고 야구 보는 것, 주말에는 가끔 외식도 하고 아이들 재워놓고 아내와 맥주도 한잔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던 결혼 생활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어도 아내의 격려와 아이들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힘이 날 거라고 생각했죠.” 결혼 생활을 하는 남자들이라면 보통 이런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남편들이 꿈꾸던 결혼 생활의 환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소한 습관이나 취향 문제로 시작한 말다툼이 출산이나 맞벌이 문제로 번지고 혼수나 양가 집안 문제로 비약되면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이 된다. ‘내가 속아서 결혼을 했나, 내가 이러려고 결혼을 했어?’ 후회가 된다. 혼자서도 재밌게 사는 싱글 친구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이혼한 뒤 새 여자 만나 더 잘 사는 친구를 보면 나만 바보 같다.
--- p.71~72
여가활동을 상호작용 정도에 따라 공유활동, 병행활동, 개별활동으로 나눈다. 부부가 함께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병행활동’도 좋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호작용만 이루어지는 병행활동보다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과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공유활동을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부부가 탁구나 배드민턴을 함께 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함께 걷거나 가볍게 등산을 하는 활동 등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 마사 힐(Martha Hill)은 부부의 공유시간이 5년 후 그들의 결혼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요인임을 발견했다. 그는 부부의 공유시간이 주당 1.7시간에서 4.9시간으로 증가하면 5년 이내에 이혼할 가능성이 반으로 준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부부의 공유활동과 결혼만족도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증명하는 데 실패한 연구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은 대단히 중요하다.
--- p.98~99
아내는 아직 화가 잔뜩 나 있는데 화해를 한답시고 “미안해” 한마디 툭 던지면 화가 금방 풀리겠는가? 미안하다고 했는데 기대한 반응이 없으면 “미안하다고 했잖아. 미안하다고 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하면서 고함을 지르면 장작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된다. 게다가 아내가 “미안? 뭘 잘못했는지 알기나 해? 뭘 잘못했는지 한번 얘기해봐” 추궁까지 하면 또다시 ‘뚜껑’이 열린다. 맛있는 것 먹으면서 술 한잔하면 풀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름 쿨하게 화해를 시도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싸늘할 때가 있다. 아내의 반응에 폭발해 더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해에 성공하려면 아내의 취향이나 기호를 잘 살펴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타이밍을 잘 맞추어 시도해야 한다.
--- p.118~119
아내가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외도를 추궁할 때는 솔직하게 시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뻔뻔함까지 더해져 혐오감만 커진다. 그리고 상대 여성과의 관계를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사람의 관계라는 게 두부 모 자르듯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녀 없이는 못 살 것 같지만 일시적인 기분일 뿐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설사 그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고 해도 몇 년이 지나면 똑같은 단조로움과 갈등, 불화가 반복된다. 상대 여성을 직접 만나 관계를 끝내겠다는 결심과 의지를 확고하게 전할 필요가 있다.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했으면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단 아내와 함께 만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일이 복잡하게 꼬일뿐더러 아내의 감정이 격해지고 상대도 돌발 행동을 하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127~128
‘이중구속’이란, 말로는 무엇을 하라고 해놓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말이나 몸짓이나 표정을 보이면 상대방은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됨을 뜻한다. 외식하러 나가서 먹고 싶은 것 말해보라고 해놓고선 아이가 스파게티를 먹자고 하면 “국수를 뭐 그리 비싼 돈을 내고 먹냐?”고 하는 아빠가 있다. 아이가 투덜거리면 “아냐, 너 먹고 싶은 것 먹어”라고 달랜다. 아이가 다시 햄버거를 먹자고 하면 이번에는 “패스트푸드라서 몸에 안 좋다”고 또 반대한다.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난감해한다. 그런데 이런 이중구속 메시지에 지속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서장애가 생길 수 있다.
--- p.247
재작년, 14년간 키우던 다롱이를 양평 연구소의 배롱나무 옆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며 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미리 작성해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사전장례의향서를 보여주었다. 딸아이와 아들은 당연히 불편해했고 어색해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것을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하면, 어떤 사람은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도 안 하고 죽게 내버려 두느냐고 흥분한다. 하지만 ‘임종기’의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하에 하지 말자는 얘기이다. 누군가 물에 빠졌다거나 갑작스런 사고로 호흡이 곤란할 때는 당연히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에게 숨 쉬는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환자나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경제적인 부담만 가중시킨다.
--- p.294~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