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한트케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희곡 '관객모독'으로 전통적 연극형식을 파괴하는 과감한 언어실험을 보여줌으로써 명성을 얻었고,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습니다. "소망없는 불행"은 산문으로써 작가가 30살일때 51세 엄마의 자살을 계기로 죽음과 삶을 자신의 독특한 글쓰기 과정에 담아 어머니의 일생을 쫒아가는 형식으로 객관성을 잃지않고 냉철하게 쓰여졌습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생기발랄 하고 의욕적인 처녀시절을 지나고, 세계대전을 격으면서 엄마로 아내로 주어진 삶을 불행하고, 공포로 가득찬 희망을 잃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삶이 담담하게 쓰여집니다.
그래서 아들도 커서 독립하고 괴롭히던 남편도 요양원에 들어가 혼자 남게 된 시점에서 '문학은 그녀에게 자신에 대해 생각하도록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녀도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제 그녀는 적어도 한번쯤 자신에 대해 생각했고, 때때로 시장을 오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을 허용 했으며,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무어라 하든 별로 개의치 않았다' 라고 아들이 쓰고 있습니다.
절대 빈곤의 삶을 살았던 우리 부모세대의 삶과 많은 부분 겹쳐졌고 하지만 결국 개인의 성숙과 이성적 깨달음으로 내 삶을 보았을때 목적을 잃어가는 자신, 소망이 없어진 자신, 자기의 언어를 만들지 못한 엄마의 삶은 신경쇠약으로 고통받다가 자살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의 삶에도 여러 신경증적인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소 할 수 있을까요?
소망있는 인생으로 목적을 잃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삶은, 어떨게 만들 수 있을까요?
흔들리지 않는 나의 인생을 살려면 작가의 엄마처럼 더 늦기전에 내자신의 언어를 만들고, 그언어로 표현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엄마이기 이전에 내 삶을 살아야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독서는 조화롭고 균형잡힌 삶을 살게 해 주는 나침판입니다.
첫댓글 아~~~~ 소망없는 불행.... 제목만 들어도 심연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한트케라는 작가 자신이 워낙 자기자신에 치열하게 매달리고 글쓰는 편이어서 좀 낮설지만 그매력에 빠지면 나올 수 없는 엄청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독일계 특유의 치열하면서 냉철한 이성이 돋보이는 작가입니다. 단편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인간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가 필요할때 강추합니다...
심연을 떨어지는 것의 의미는 바닥을 딛고 올라오기 위함이지요. 끝없는 나락에서 바닥에 걸리는 느낌은 묘한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젠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