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로컬잡지 “툭”을 만드는 이들은 각자 출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든 책들을 함께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해 책꾸러미를 구성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모란의 수고>를 소개해드릴게요. 2년 연속 툭 편집장으로 애쓰고 있는 엄유주 님이 직접 쓰고 만든 책입니다. 결혼 00년차인 저도 책을 읽으며 저의 결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남편을 선택한 나에 대하여, 내가 선택한 남편에 대하여, 결혼에 이르게 된 결정적 장면과 불화에 대하여…책은 나를 생각하고 글쓰기에 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남편이 있는 삶을 선택한 분, 나에 대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툭”과 함께 구매하시면 더욱 좋고요. 추가로 책을 구매하셔도 좋겠습니다.
“남편이 있는 삶을 선택한 지 10년이 되던 해에, 저는 이 결혼이라는 웃을 툭툭털어서 글쓰기라는 웃걸이에 걸어보았습니다. 내 결혼의 전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쓰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함께 쓸 친구들을 모집했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내 이야기를 써나갔습니다. 풀어야 할 매듭이 있을 땐 힘을 빼는 게 우선이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어요. 내 이야기인데, 참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힘이 됐습니다. 있는 그대로 내 상황을 써서 주고 받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군요.
바람이 부는 날 수런수런 꽃들이 흔들리듯 서로 다른 향기가 퍼져 나왔고, 시든 꽃잎들은 외롭지 않게 떨어졌습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현재 같이 살고 있든 그렇지 않든, 특별한 이슈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어요.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그'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들을 만났습니다. 확실히, 함께 쓴다는 건 대화 이상의 깊은 경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같이 쓰는 친구들이 있다면 서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면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그때의 이야기들을 3년 만에 다시 정리하면서 그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낍니다. 결혼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며 사는 동안 이렇게, 생각과 감정은 계속 변할 겁니다. 그 변화가 부디 성장이길 바 라고요. 제가 결혼에 관한 글쓰기를 스스로 하고, 또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혼 대신 굳이 ‘남편이 있는 삶’을 선택 했다고 표현한 이유 또한 모든 것의 시작이 나로부터라는 걸 잊지 않으려는 겁니다. 자신을 탓하거나 상대를 탓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삶에 초대받았다면, 서로를 자기 삶에 초대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저는 글쓰기를 통해 그걸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동안 모란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