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내 탓이오
인간의 눈은 전방(前方)만을 주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든 가치 판단이 앞을 향하여 있지, 결코 뒤를 볼 수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방만 볼 수 있는 눈으로 타인의 단점과 아쉬운 점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단점과 아쉬운 면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깨닫지 않는 한, 자신의 단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 한 동안 유행했던 표어 중에 “내 탓이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소지(素地)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지혜로운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때 유행했던 듣기 좋은 슬로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 많은 갈등과 분쟁의 현장들이 있고, 그 갈등의 현장 속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선교 100년을 넘어 200년을 향해 가고 있는 한국 교회는 지금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회마다 발생하는 다툼과 갈등 상황들 때문입니다. 요즘 싸움이 없는 교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교회가 싸움으로 갈라지는 것은 다반사이고, 교회가 세상 법정에 의지하여 싸움을 해결하려하는 어리석음을 거침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시대이든지 교회 안에 다툼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분쟁이 없는 교회를 찾아보기 힘든 때는 없었습니다.
최근에 아주 친한 친구 목사가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어느 장로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상대방에 대하여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고, 저도 그 친구의 말에 동조하며 함께 억울해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성령께서 제게 깨달음을 주시길, “목사는 교인들의 잘못하는 점만 볼 수 있지, 자신의 실수와 과오들은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 친구에게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갈등이나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에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문제의 근원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轉嫁)하게 되고, 자신은 의인이라고 착각하는 교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라고 말씀하심으로 이 세상에는 온전한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천명(闡明)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