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졸업 / 명영덕
2011년 가을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대학원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일간신문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 50대 중반이 막 지나 60고개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며칠을 두고 고민 고민 하다가 그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고 또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고 지원하려고 하니 시험은 보지 않지만 요구하는 서류가 많았다.
모집요강에 대학교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 보유한 자격증 사본, 자기소개서 등을 우편으로 마감일자까지 제출하면 서류심사를 통해 합격자에 한해 면접을 봐야한다고 되어 있었다. 나는 서류를 다 갖추어 우편으로 발송하고 1차 서류 합격자 발표 일을 기다렸다. 그때의 마음은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대학원 학업을 가벼이 생각하였고 또 불합격하면 안다니면 되지! 하고 안이하게 마음먹었다.
다행히 서류심사에 합격해 면접일자를 통보받았고, 면접 일에 면접관인 교수님 두 분과 면접을 보는데, 여러 가지 이것저것 물으시다가 그중 한분이 면접인원이 최종합격자보다 많고 나를 합격시키면 다른 사람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하시면서 집에 돌아가 기다리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직감으로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하고 몹시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결과 보나마나 불합격이라고 선언해 놓았다.
그런데 막상 최종합격자 발표일이 무척 궁금하였고, 발표당일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합격자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것이 공부를 계속하라는 운명이 아닌가?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막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보니 50명 합격자 중에 나보다 3살 많은 인생선배가 한분 계셔서 안도를 하였고 그분이 3번 만에 합격하였다고 하여 한 번에 합격한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같은 과 원우들은 딸, 아들 같은 연배부터 30대, 40대, 50대 다양한 연령이었고 결국 나는 나이로 서열 2위가 되었다.
학업 하는 동안에 가급적 세미나 등 오프라인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였고, 원우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면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원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내 마음은 훨씬 젊어졌다.
학업을 계속하다보니 입학하기 전에 대학원 학업을 너무 가벼이 생각한 것을 후회하곤 하였다. 전반적으로 온라인위주의 교육인줄 알았는데 Study 그룹 모임, 각종세미나, 중간 중간 토론, 리포트제출, 프로젝트 발표회 등, 내가 입학 전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졸업후의 수십 년만의 학업이고 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일부 원우들의 도움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다행히 회사업무가 한가해 많은 시간을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이든 사람이 젊은 원우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팀 프로젝트 시에는 내가 더 많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흘러 2년 반이 후딱 지나고, 2014년 8월 27일 졸업식에 입학동기 50명중에 단 13명만이 졸업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내가 끼게 되었고, 성적우수상은 받지 못하였지만 전 과목 A학점으로 졸업하게 되었다.
내 위로 한분이 논문 때문에 졸업을 다음 학기로 미루는 바람에 우리학과에서 내가 최고령졸업자가 되었다. 그런데 졸업식 날 전체 학과에서 73세인 여자 원우가 최고령자로 계셔서 나를 놀라게 했고 내가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며, 앞으로 남은 시간 허투루 보내지 않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무엇인가에 정진하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가끔 되 뇌이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고 또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는 말을 또 한 번 실현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이런 계기가 몇 번 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보람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