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칼국수>
메뉴는 오직 하나 칼국수, 거기다 채소 고명이 듬뿍 더해진 일품 요리다. 칼국수와 찰떡 궁합으로 파는, 그 흔한 만두도 없다. 주문은 몇 인분인지의 확인이고, 아예 입구에서 결제와 함께 이루어진다. 실내 어디에도 메뉴판이 따로 없다. 가격도 입구 계산 카운터 머리맡에 작은 글씨로 '칼국수 8,000원'이라고 써 놓은 것이 전부여서 사진 찍기도 애매하다. 모든 인력은 음식에 집중된다. 전문성 기대가 맛에서 배반 당하지 않는다.
1.식당얼개
상호 : 잉꼬칼국수
주소 : 구리시 체육관로171번길 11-4(교문동 226-30)
전화 : 031) 564-3354
주요음식 : 칼국수
2.먹은날 ; 2021.2.9.점심
먹은음식 : 칼국수 8,000원
3. 맛보기
주문에 더해 로봇의 서빙까지 추가되어 상차림까지의 인력 공정이 최소화된다. 식당 인력은 만드는 데, 손님은 먹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절약한 노력의 투입처인 음식은 과연 그럴 만하다 싶게 맛이 확실하다. 맛있고, 양도 많고, 깔끔하고, 개운하다. 어릴 때 먹던 감자칼국수 맛, 손맛 진한 그맛, 자연의 맛이다. 고급의 맛이 아닌 서민의 맛이어서 추억과 더 닿아 있는 맛이다.
간결한 상차림 속에 모든 것이 녹아 있다. 이 안에 담긴 음식 문화코드를 한번 읽어보자.
우선 수더분하면서도 푸짐한 야채 고명이 눈에 띈다. 시늉으로 뿌린 고명이 아니다. 고명은 시각적인 효과와 향기의 효과가 주된 역할이지만, 누가 손 대지 않은 새 음식이라는 사회적인 기능도 있다.
그런데 이 고명은 이 모든 역할 이상이다. 영양과 양을 다 잡으려 하는 것이다. 일명 '부추칼국수'인데, 부추 외에 파도 잔뜩이다. 쫑쫑 예쁘게 썬 파양념도 있지만, 길고 거칠게 썬 파도 있다. 다행한 것은 국물이 뜨거워 고명이 모두 국물에 적셔져 맛이 우러난다는 것이다. 고명도 먹기 좋고, 국물 맛도 상큼해진다.
단조로운 칼국수 맛을 풍성하게 해주고, 상큼하게 해줄 뿐 아니라 비타민 공급도 확실하게 해주는 주재료 기능을 하는 것이다. 시늉 고명이 아니라 확실한 식재료가 되는 파와 부추, 부추가 많으니 부추칼국수라 할 만하다. 듬뿍듬뿍 넣으려는 후덕한 아줌마 인심에 마음도 푸근하게 하는 효과는 덤이다.
면발이 굵은 면발 위에 얹힌 파와 부추 고명이 국물에 담겨 맛을 드러낸다. 썰기도 일정치 않은 고명에서 부엌 아줌마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텁텁한 아줌마 인심이 싫지 않다. 감자국물맛에 청량제 역할도 한다 . 너무 빨리 나오는 음식을 로봇 배달까지 하여 음식 공장같은 느낌이 나는데 고명을 보니 사람 손길이 느껴져 안심도 된다.
국물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자맛이다. 감자 입자가 녹아내린 콜로이드 국물 맛이 텁텁하다. 오래 전에 쌀이 부족하여 끼니 대용으로 먹던 시절의 국물맛이 딱 이랬었다. 그저 맑고 개운하기만 하면, 돌아서면 배고프고 속이 허했으니까. 국물이 진득해야 한끼 식사로 삼사 위를 위로할 수 있었으니까.
밀가루국물 감자국물 부추와 파 향기, 추억의 맛, 자연의 맛, 할머니의 맛이다.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맛이 딱 이러하렸다. 가난까지도 그리워진 시대에 가난과 자연의 추억을 파는 식당인 것이다. 다행히 이전해온 뒤에도 맛이 변하지 않아 여전히 사람들은 국물맛에 만족한다. 추억을 사려 하는 손님들이 줄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 식당은 그야말로 롱런할 것이다.
굵은 면발의 매력. 면발에 대한 기호는 완전 주관적인 것이다. 그것은 맛이라기보다 식감이다. 개인차도 있겠고, 음식 종류차도 있겠다. 음식에 따라 굵기를 달리 선택할 수도 있겠다.
중국 란저우 면국수가 생각난다. 손님들 앞에서 밀가루반죽을 서로 공처럼 주고 받으며 수없는 가닥을 만들어내던 요리사들, 기계로도 하지 못할 세밀한 면발, 그러면서도 탄성있는 면발을 그렇게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굵은 면발도 그 나름의 탄성과 맛이 있었다. 면발을 선택하는 것은 손님 기호에 맡기는 것이고, 맛의 우열 기준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양쪽 다다. 음식 맛으로 면발의 굵기를 감당해낸다면 어느쪽이든지 다 좋다. 여기는 굵은 면발을 선택했고, 면발 속까지 맛을 담아내어 쫄깃한 맛이 강점이 되었다.
김치는 정말 너무 맵다. 눈물이 쑥 빠지게 맵다. 다행히 나박김치가 맵지 않아 단조로운 칼국수 벗이 되어준다. 김치 매운 맛은 경고 없었으면 화가 나서 못먹을 뻔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 왜 이렇게 김치가 매워야 하지? 다행인 건 매운 김치도 맛있다는 거다. 매운 맛 속으로 엉터리 맛이 숨은 것은 아니고, 그 자체로도 투명하고 개운하게 맵다. 고추씨까지 일부러 매운 맛을 위해 넣는다는데, 이유는 뭘까? 칼국수는 아무래도 허한 음식이라 매운 김치로 속 쓰릴 염려가 더 앞서므로, 매운 김치 철학은 따로 들어보고 싶다. 추리 불가다. 칼국수의 밋밋한 인상에 강렬함을 더한 것은 확실한 성과다. 잊을 수 없을 테니까.
4. 먹은 후
2020.11월에 식당이 같은 교문동에서 이곳 새로 단장한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와서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계단에까지 어느 정도 손님이 늘어서 있다. 칼국수라는 단품 메뉴로 이만큼 성황인 집이 있을까.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베테랑 칼국수, 칼국수가 얼굴 음식이지만 만두 등 부수적인 메뉴가 있다. 공통점이라면 싸고 양이 많다는 것, 국물이 걸죽하다는 것 정도. 메뉴로만 본다면 이집이 더 전문화되어 있는 거다.
칼국수는 이전에는 집에서 많이 밀어 먹는 가정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집에서 먹기에는 너무 번거로운 음식이 되었다. 라면, 봉지죽 등등 칼국수 대용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도 너무 많다. 거기다 칼국수의 조리 공정을 감당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어차피 식당에 나와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 되었다.
서민음식의 사회화는 상업음식을 발달시킨다. 매식을 하는 인구가 많아져 손님 확보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달해가는 서민음식의 일반적인 특징은 싸고 양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은 집밥을 포기하고 식당으로 손님을 부르므로 식당으로서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것은 곧 한국음식의 경쟁력으로 수렴된다.
이 식당은 그 중요한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공신이다. 전주보다 더 경쟁력 있고 전문적인 식당이 이처럼 수도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전문적 음식의 전국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음식 한류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렇게 서민음식이 다양하고 많은 손님을 끌고 있는 식당이 많은 나라 또한 많지 않다. 고급음식 지향의 프랑스와는 대척점에서 식당 음식한류가 생성되고 있는 현장을 오늘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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