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배우는 농협의 생존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이내수
가뜩이나 농업․농촌여건도 어려운데, 농협은 신경분리라는 조직개편 후유증으로 더욱 힘들어 진다는 최근의 농민신문 소식이다.
가장 큰 어려움중의 하나는 금융업무를 독립법인인 주식회사로 갈라놓은 결과 직원들의 협동조합정신이 희박해져 간다는 내용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대표적 경제조직인 주식회사를 결성하고 운용하는 연결고리는 자본인데, 이 자본의 특성은 메마르고 냉혹하며 경제적 잣대로 나타나는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른다는 점이다.
메마르고 냉혹한 정도는 소설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의 메마른 눈물 수준을 넘어, 요즘은 형제간이나 부자간의 다툼이 법정을 향할 정도로, 혈연도 집어던지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자본여건이 불리한 경제주체들이 조직하는 협동조합의 특성은 그 조직의 연결고리로 자본보다는 사람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이해관계를 따르는 자본에는 생명이 없지만, 협동조합을 묶어주는 중심가치인 사람에는 피와 눈물이 흐르는 생명이 존재한다.
협동조합조직의 중심가치인 사람끼리의 관계를 확실하게 묶어주기 위해서는 서로 떨어지기 쉽지않은 끈끈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끈끈하다는 표현에서 특이한 식물종류인 끈끈이주걱의 생존방법이 떠오른다. 식물이 동물의 먹이감이 되는 일반 생태계에서, 끈끈이주걱은 끈끈한 액체를 매체로 곤충을 먹이감으로 하여 생존하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이 독특한 생존방법에서 오늘의 우리나라 농협이 살아가는 또다른 지혜를 얻을 수 는 없을까?
끈끈한 인간관계를 조직의 중심으로 해야하는 농협이, 끈끈함을 생존의 방법으로 채택하는 끈끈이주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는 하나만이 아닐 듯 하다.
오늘의 우리나라 농협이 협동조합이라는 큰 틀속에서 주식회사 모습의 지주회사를 품으면서 조직을 묶어주는 연결고리로의 한축을 차지하는 자본의 힘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주회사는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는 없다.
동물을 먹이감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끈끈이주걱 자신이 동물로 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금융지주가 운영상의 능률향상을 위해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협동조합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만일 끈끈이주걱이 하늘을 나는 곤충처럼, 네발로 기어가는 네발짐승처럼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위해 그 뿌리를 땅에서 분리시킬 때, 끈끈이주걱은 더 이상 벌레도 삼킬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얼마지나지 않아 말라서 생명을 다 할 수 밖에 없다.
협동조합에서의 인간관계의 기본은 물론 조합 지배 구조를 이루는 조합원간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조합 경영의 책임을 맡은 임직원과 조합원간의 관계에도 협동조합을 이룩하는 두터운 인간관계인 끈끈함은 연장되어야 할 것이며, 이때 관계구성의 핵심가치는 조합원의 편익이 되어야한다. 농협울타리 안에 있는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의 운영에서도 이 정신은 승계되어야하며 이 특성을 벗어나는 농협 울타리내의 조직은 생명을 생실하고 만다.
여러형태의 농협조직이 유통거래자 ․ 금융거래자 등의 이용자와 맺어가는 관계에까지 끈끈함의 정신이 이어질때 우리 농협은 견고한 조직위에서 활발한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조합원 ․ 임직원이 끈끈함으로 전후좌우의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바탕이 당사자의 얄팍한 이해관계를 쫓는 것이 아닌 농민조합원을 지향하는 정직함으로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