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3일(일)>
제1구간 가실성당 08:30 출발 ~ 제2구간 창평지 17:40 도착(숲속호수마을 1박)
<2016년 10월 24일(월)>
제3구간 창평지 06:30 출발 ~ 제5구간 한티마을 사람 18:20 도착
도보순례자 : 문우요한. 이냐시오. 프란치스코. 야고보. 알로이시오(이상 케노시스)
수산나. 아네스. 세실리아 (총 8명)
<첫째 날> 1구간~2구간
만 하루가 지나 '한티가는길' 순례를 마치며 후기를 남기기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네모난 모니터 속에서는 이틀 동안 지나 온 45.6km의 여정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차르르
돌아가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신새벽에 산과 함께 몰래 내려와 온 호수에 피어 오르는 창평지의 물안개.
쌀바위를 오르며 맞이하는 시월의 건강한 아침 햇살.
체력이 고갈되었지만 그러나 잔잔한 침묵 속에서 한티무명순교 묘역마다 드리는 저희들의
보잘것 없는 기도.
그리고 어두운 대형십자가 아래에서 이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리는 주님의 기도와
뜨거운 포옹.
무릇
길이란 것은 그랬다.
시작은 끝을 찾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리라.
그럼 함께 1박2일의 순례 여정을 함께 떠나볼까요?
좌로부터 이냐시오.문우요한.알로이시오.야고보.프란치스코입니다.
저희들은 한티성지 케노시스 봉사팀입니다.
한티성지 여러 봉사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한티가는길을 걷는 기쁨을 갖습니다.
며칠 전부터 한티마을사람 카페에 도보순례를 떠난다고 올려 놓았는데 자매 3분이 함께 순례하자며
카페를 통하여 알려주셨습니다.
좌측부터 세실리아 자매님이며 전날 서울(광명)에서 내려오신 분이십니다.
가운데는 아네스 자매님이시며 오른쪽 루시아 자매님과 왜관본당이며 특히 루시아 자매님은
한티성지 봉사자이시기도 합니다.
함께 인사를 나누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각자 바라는 개인기도와 주모경을 바침으로써
8명의 순례객은 출발을 알림니다.
1박 2일 내내 우리를 한티까지 인도해줄 이정표와 시그널과 눈맞춤하고 가실성당 뒷문을 빠져 나와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찾는 45.6km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성경말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요한 13,36)에서 인용되었으리라 짐작되는 한티가는길의
주제인 '그대 어디로 가는가?'를 이젠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 아침이 몸과 마음을 깨워줍니다. 마을을 지나 임도로 들어섭니다.
묵주알을 굴리며
첫 스탬프 찍는 곳 전망테크
저멀리 낙동강을 건너 성주지역까지도 조망됩니다.
길이란 그런가 봅니다.
한 사람이 가고 두 사람이 가고
또 산짐승이 밟고 간 길을 따라서 다시 우리들이 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 위에서 사랑을 만나고 희망을 만나고
어떨땐 굽어진 산 모퉁이를 돌다보면 느닷없이 절망과 맞딱뜨리기도 합니다.
그 길 위에서 마주친 것 모두들이 인생이 되었고 삶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린 신앙선조들이 목숨을 내놓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눈을 피해 다녔던 그 길을 걷고있습니다.
오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겨자씨와 같은 신앙의 자양분으로 자라나길 희망합니다.
지루하지 않은 정도로 적당히 굽어진 길을 지나고
내리막 길도 조심스레 지나니
이처럼 비단길처럼 고른 낙엽 쌓인 길도 걷는 기쁨도 누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그 길이 구태어 숲속 오솔길만 않겠지요.
철도길을 지나 차들이 씽씽 지나가는 위험한 길도 지나서
그리고 공장 기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번잡한 길
또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피하고 싶은 기차길 자동차길 공장을 지나니
아름다운 소나무가 버티고 있는 도암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신나무골성지 가기전 성모상 앞에 둘러섰습니다.(12:00)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이곳에서 둘러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돌아보는길 제1구간이 끝났군요.
신나무골성지에 도착하였습니다.(13:10)
제1구간은 국도와 고속도로 철도 공단지역 등 여러 장애물이 있어 길을 내기가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멋진 길이 태어나리라곤 상상조차나 하였겠습니까?
개인적으로도 지난 봄 한티관장신부님이신 오또신부님과 칠곡군청 관계공무원과 함께 몇차례 한티가는길
코스답사를 따라다닌적이 있었습니다.
신부님과 군청공무원분의 열정에 저는 그냥 숨만 헉헉거리며 뒤따라 다닌다고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수차례 발로 직접 뛰어 다닌 결과 이렇게 멋진 길을 낼 수 있었겠지요.
최적의 순례길을 디자인하신 분!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신나무골이 대구천주교 요람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성무를 보신 김보록신부님
찰칵~~
제6처 베로니까,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또 찰칵~~
멀리 광명에서 오신 자매님은 덕분에 신나무골성지 순례 도장도 확인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모상이 있는 곳에서 버너로 라면을 끓여먹고 신나무골성지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대구본당터도
구경한다고 2시간이나 까먹었습니다.
최소한 1시간이라도 벌어보자고 서로를 다독이지만 식사후라서 그런지 발걸음이 오전같지 않습니다.
2시가 넘어서 제2구간에 들어섭니다.
산길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다들 조금씩 피로가 쌓이는 모양입니다. 저멀리 스템프 찍는 곳이 보이니
환호성을 지릅니다.
모두들 쉬고 있는데 광명에서 오신 세실리아 자매님은 쉼터 주위에 쓰레기를 줍습니다.
걷는 내내 묵주기도하는 고운 손이 이젠 아름다운 손으로 변합니다.
덩달아 마음까지 배불러 옵니다.
가을날 들꽃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고요.
앙징맞은 징검다리도 폴짝 폴짝 건너고
이쁜 꽃과 눈맞춤하면 잠시나마 피곤이 녹아들고
양떼목장을 몇 백미터 앞두고 내리막 길이 끝날 즈음에 돼지 목간통이 있습니다.
양떼목장에 들어서니 초입에서 요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인사를 합니다.
가을날이라 해가 일찍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숲속호수마을 민박집에서 전화가 옵니다. 해가 짧으니 늦지 않게 도착하시라며 걱정을 하여주십니다.
가실에서 부터 계속 뒤처져 오던 용감한(?) 케노시스팀들
늦거나 말거나 느릿 느릿 제 할 일 할것 다하고 뒤에서 밍거적 밍거적 따라옵니다.
2구간 끝지점인 창평지에 도착합니다.(17:40)
처음부터 끝까지 문우요한 형은 시간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어둠이 내려 앉는 시간에 민박집에 도착하니(18:00)
호수마을 사장님께서 숯불훈제 삼겹살을 준비해 주셨고 사모님께서 텃밭에서 손수 가꾼 채소와 맛있는
된장찌개로 저희들을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늦은시간까지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피곤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또 내일은 어떤 길이 나타날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창평호수에 짙은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첫댓글 아름다운 길 다시 가고 싶은 길
봉사자분들과 동행하여 도보 순례 여정 동안 영광과 감사 드렸습니다.
설명과 사진으로 다시 보니 지금도 순례 중인 듯함니다
주님께 감사드리며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순례 길입니다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편 기대합니다.~~^^
세실리아 자매님!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열정에 감탄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흐트럼없이 걷는 모습에 또 감탄했습니다.
함께 도보순례를 하여 참 기뻤습니다.
늘 평화와 함께...*^___^*
은총이 뚝뚝.. 후기 감사히 읽었습니다. 후편도 기대하겠습니다.
바오로 형제님의 '한티가는길'의 열정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한티가는길을 찾아 헤메던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네요..
후기를 읽어니 마치 제가 함께 걷는듯...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언제 차 한 잔 하시죠?ㅋㅋㅋ
이렇게 좋은 순례길을 만들어 주신 칠곡군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