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용기를 얻으며”
(사도행전 28:11~16)
벌써 한 해가 다 가는 마지막 날이며 또한 마지막 주일입니다. 여러 가지 중첩되었던 일들로 착잡하였던 일들을 생각하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영원히 이제는 다시는 살아보지 못할 1989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저 모든 것을 이렇게 얽힌 오늘이라고 하는 점을 생각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 옛말이 적절한 표현이라 느껴집니다.
먼저 한 해 동안 변함없이 부족한 저와 가족을 위하여 또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고, 수고하여 주신 성도 여러분들께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세월동안 사실 여러분들의 사랑에 넘친 손길이 없었다면 저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형편이었음을 고백하며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금년엔, 제 아내가 병고에 시달린 지 6년 만에 여러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몇 자 적어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민 교회는 목사의 부인까지 황소처럼 뛰어도 언제나 늘 부족한데 저 혼자서 날개 떨어진 새처럼 뛰는 것이 뭐 온전했겠습니까? 그러나 여러분들께서는 사랑으로 참고 격려해 주고 이끌어주시어 제가 넘어지지 않고 살 수 있게 해 주시었음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는 부족하지만 하나님과 여러분께 또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있는 대로의 전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금년을 보내면서 다짐합니다.
또 이 날은 1989년이라고 하는 한해와 1990년이라고 하는 다가오는 한해가 서로 손을 마주잡고 우리 인생에서의 모든 역사를 인수인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인수인계할 때는 버릴 것은 버리고 물려줄 것은 정확하게 물려주어 완성시키도록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은 일생을 복음 전파를 위해 희생했던 사도 바울이 마지막에 체포되어 로마로 호송되어 가는 장면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율법주의자들에 의하여 고소당하여 옥살이를 하다가 로마 시민임으로 로마 황제의 심판을 받기 위하여 로마로 이송되는 길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항해 도중 심한 풍랑을 만나 겨우 목숨만 건지게 되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메리델라라고 하는 섬에 상륙하여 목숨을 건지고, 3개월을 머물렀습니다. 다시 레기온으로, 보디올, 마지막으로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간략하게 기착했던 곳들의 이름을 적으며 바울은 자신의 마지막 되는 붙잡힌 몸으로서의 행로를 적어 놓았습니다. 사도행전 27장에서 볼 수 있는 대로 생명을 잃을 뻔했던 위험하고 험난한 압송되어 가는 행로였습니다. 물론 배에 타고 있던 바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다가 문득 지금 바울이 타고 있는 배는 우리들이 험난한 인생길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하였습니다. 잠시 멈추어서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기도 하고, 어떤 때는 풍랑을 피하기 위하여 멈추는 곳들도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들이 도착해야 할 곳은 그 배가 마지막으로 닻을 내리는 그곳입니다.
이 시간 우리들이 잠시 살펴보아야 할 일은 이 험난한 배를 타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에 관한 문제입니다. 더 가까이 말씀을 드리자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사도 바울의 모습을 통하여 중요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배 안에는 세 부류의 항해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① 죄수들을 호송하기만 하면 임무가 끝나는 의무에만 매어있던 군인들, 매일같이 항해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열심히 배를 이끌고 있는 선원들입니다.
② 장사하기 위하여 물건을 적재하고 목적지에 닿고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벌 수 없을까? 계산하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③ 잠시 후에 살펴볼 바울과 같은 사람입니다.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든지 바울이 기술한대로 험한 풍랑 속에서 다 같은 고생길에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더 고생을 하고, 어떤 사람은 덜 고생을 하는 차이가 하나도 없는 똑같은 고생, 똑같은 목적이 똑같은 배를 타고 있는 이들입니다.
사실 오늘이 1989년 마지막 날이고, 내일이면 1990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루를 지나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달력의 한 장이 떨어지는 것뿐입니다. 해는 그대로 동쪽에 떠오르고, 바람은 불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등 자연의 현상, 또 우리가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라든가, 세계의 역사의 어떤 문제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하루의 바뀜 속에서 엄청난 변화와 각오가 잠겨 있습니다. 새로운 결심을 가지고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게 됩니다. 바로 모두가 사도 바울과 같은 자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본문 15절에 보면 그가 험난한 항해를 마치고 로마의 가까운 항구 압비오에 도착하였을 때 많은 친구들이 로마로부터 그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을 본 바울은 단지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믿음을 얻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험난한 항해를 끝마치고 상륙했을 때, 그리고 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 그간의 항해가 얼마나 어려웠다든지, 다시는 타지 않으라든지, 하는 자신의 고생과 관련된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든 마음들입니다. 그러나 그는 오직 감사와 용기를 얻었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오늘 1989년이라고 하는 항해를 마치고 우리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한해를 인계하면서 감사했던 일들을 회상하고 넘겨주어 우리에게 커다란 용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주 성탄 주간을 보내면서 우리 교회가 많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고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처음 시도되었던 주일학생들의 작은 음악대, 충분히 성장할 수 있으며 또한 지도할 수 있는 분도 하나님께서는 다 마련하여 주시었음을 보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 분이 구원과 확신과 결단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여전도회와 남전도회, 청장년회의 헌신적인 교회의 섬김,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여러 교우님들이 함께 하여 주시는 보탬 등등은 우리가 한해를 보내면서 그저 하나님께 감사한 일들 뿐 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특히 지난 25일에 있었던 ‘한홀회’라는 모임의 형제분들이 일 년 동안 모이면서 기도하여 주시던 열매는 더 없는 우리의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시 감사를 찾아서 항해를 준비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