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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닐 A팀 소속으로 발렌시아 B팀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른 후 발렌시아 A팀 훈련에 콜업되고 있는 이강인.
한 차원 높은 기술적 재능을 보여주며 축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이강인이지만 한편으론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과 지나친 부담감 속에 부침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 속에 조심스럽게 지켜보고자 하는 팬들의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강인의 성장세는 실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7년 8월 U20 COTIF컵에서 첫경기 템포와 파워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듯 했던 만 16세의 이강인은 이후 경기가 거듭될수록 실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더니 준결승과 AT마드리드와의 결승경기 무렵에는 완전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후베닐A 무대를 본격적으로 장악하기 시작했고,
2017년 10 ~ 11월 경 대한민국 U19 팀에 합류해 준주전 선수로서 한국 축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간 이강인은 이후 더욱 기세를 올려 후베닐A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했고, 12월 경 교체선수로서 발렌시아 B팀에서 데뷔전을 치뤘습니다. 2018년 1월 28일 드디어 발렌시아 B팀에서 첫 선발 데뷔전. 롱볼과 전방압박의 격렬한 난투 속에 신고식을 치뤘고, 다시 2월 17일 B팀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2월 18일 가진 후베닐 A팀 경기 UCAM Murcia전.
이강인은 이 경기에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이전까지 이강인의 플레이는 '패스를 받고 - 볼을 지키고 - 상대 선수를 제치고 - 킬패스 혹은 슈팅을 시도한다'라는 틀 속에서 본인 위주의 축구를 해왔다고 한다면, UCAM Murcia전에서는 '팀을 위해서', '팀 안에서' 기능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테크닉/패스/슈팅'이라는 볼 중심의 축구라는 틀을 깨고, '템포/경기운영/밸런스/전술움직임'이라는 더 큰 범주에서 잠재성을 발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원투터치
이번 경기 이강인에게서 나타난 첫 번째 특징은, '볼을 끄는 선수'라는 그간의 고정관념을 뒤엎고 기본적으로 원투터치 위주의 빠른 플레이템포를 가져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원터치패스
투터치패스
동료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역시나 빠른 템포의 투터치패스
# 경기운영
그간 이강인은 볼을 잡으면 본인이 상대 선수를 제치고 결정적인 패스나 슈팅을 시도하는 플레이에 다소 집착하는 듯한 플레이스타일을 보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뚜렷하게 보여줬습니다.
이전 같으면 안으로 접고 들어가거나 볼을 좀더 끌면서 주었을 상황이지만 측면으로 돌아뛰는 동료가 스피드를 살려 나갈 수 있도록 역시나 투터치만에 간결한 패스를 해줍니다.
팀의 빌드업이 부진하자 직접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정확한 롱패스로 방향전환을 해줍니다.
이번에도 무리하게 돌파해 들어가지 않고 반대쪽에 벌려있는 동료의 위치를 확인한 후 빠른 템포로 방향전환 패스를 해서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상대 수비진영을 오른쪽으로 몰아준 다음 반대방향으로 볼컨트롤해서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 사이에 위치한 동료에게 속도감있는 전진패스를 해줍니다. 덕분에 빠른 템포로 왼쪽 공격이 진행됩니다.
볼을 받아 굳이 무리하지 않고 투터치만에 백패스를 했고, 볼을 받은 동료에게 방향을 전환하라는 제스쳐를 동료에게 취합니다.
반대로 전환된 볼이 오른쪽 측면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 볼이 다시 왼쪽으로 빠르게 전환되서 왔을 때 이강인을 포함한 발렌시아 선수에게 공간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강인의 오프더볼 움직임도 흥미롭게 나타납니다.
# 오프더볼 움직임
그동안 이강인은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의 폭이 다소 제한적인 선수였습니다만 이 경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소였으면 측면에서 패스를 받으려는 선수에게 좁게 접근해서 볼을 받고 다음 플레이를 가져가려 했겠지만 보시다시피 동료 간에 패스가 이뤄질 때 제 3의 선수로서 전방공간을 향해 강하게 돌아 침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료 간의 패스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한 발 앞서 전방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약점인 스피드를 상쇄하기 위함인지 이강인은 경기 내내 볼의 흐름을 읽으면서 한 타이밍 먼저 침투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돌아 침투하는 이강인의 움직임을 의식한 상대 풀백이 볼을 가진 선수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입니다. 덕분에 발렌시아 선수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오픈 크로스를 시도하기 용이해졌습니다.
다른 장면입니다.
중앙에 위치한 이강인. 역시나 이전 같았으면 볼을 가진 동료에게 ①의 방향으로 좁게 접근해 볼을 받고 본인의 테크닉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공격을 진행했겠지만 이강인은 ②의 방향으로 상대의 벌어진 센터백 사이 공간을 향해 달려갑니다.
침투움직임의 빈도를 놓고 보면 이강인은 이날 공격형미드필더라기 보다 세컨탑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이강인이 동료 스트라이커 선수와 전방에 위치해 있고, 발렌시아의 수비형미드필더가 상대 오른쪽 측면을 향해 롱패스를 시도합니다. 이 때 이강인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볼이 상대 오른쪽 측면을 향하는 순간 이강인이 상황을 파악하고 전방으로 강하게 스프린트하는 모습입니다.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지 않았다면 전방에서 크로스 경합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옆에 있던 동료 스트라이커의 움직임과 비교해 보면 이강인이 침투에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롱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입니다.
볼이 잘 보이시지 않겠지만 지금 상황은 롱볼이 뜬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 이강인은 상대 수비형미드필더보다 자기진영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이후 상황을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롱볼이 뜨는 순간 이강인이 곧바로 돌아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대 수비형미드필더가 위치를 내려 간격을 좁히지 않고 그냥 관망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이강인이 세컨볼을 차지했습니다.
# 밸런스
이강인은 처음 왼쪽 미드필더로 뛸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중앙에서 공격형미드필더 혹은 세컨탑으로서 자유로이 활동했고, 포지션 체인지가 있거나 팀의 밸런스가 무너질 때마다 공격은 물론 수비상황에서도 팀의 밸런스를 지켜주는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습니다.
발렌시아의 중앙미드필더 두 명(①, ②)가 오른쪽 측면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상대의 수비진영이 공고하기 때문에 반대편으로 볼을 전환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이강인은 공격형미드필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볼이 왼쪽으로 진행됨에 따라 본인의 위치를 내려 자연스럽게 중앙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은 수비상황입니다.
발렌시아의 중앙미드필더인 ①번 선수가 볼을 가진 상대선수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합니다.
상대가 백패스를 했고, ①번 선수는 최전방까지 따라 나섭니다. 하지만 상대는 측면으로 볼을 돌리며 압박을 빠져나옵니다. 이강인은 중원이 비었다는 걸 알았고 내려가 ①번 선수의 포지션을 대신 채웁니다.
이강인이 중앙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내려온 모습이고 덕분에 2선과 3선의 수비블럭이 유지가 됩니다.
①선수가 다시 본인의 위치로 돌아오자 이강인 역시 다시 본인의 위치로 전진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본인이 전방압박을 시도합니다.
강하게 전방압박에 나섰고 상대가 황급히 접어 왼쪽 측면으로 패스합니다.
하지만 발렌시아의 압박전술에 걸려들었고,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빼앗깁니다. 이강인의 중원커버와 전방압박이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팀의 수비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고, 압박도 효과적으로 가해졌습니다.
다른 장면입니다.
이강인이 후방으로 내려와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적절히 간격을 두고 볼을 받아주려 하고 있습니다.
볼을 받아 빠른 템포로 전진패스를 했습니다. 다소 무리한 듯도 보였으나 발렌시아의 볼로 잘 소유가 되었습니다. 볼을 패스하고 난 후의 이강인의 움직임을 주목해 보시면 빠르게 전방으로 나아가 위치해 팀의 전술밸런스를 유지해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 가지 좋은 점은 볼의 소유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보일 때는 조심히 올라가던 이강인이 팀의 볼소유가 확실해지자 과감히 전방으로 올라간다는 겁니다. 상황을 잘 주시하며 밸런스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밸런스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이후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 보겠습니다.
이강인이 전방에 완전히 자리잡았고, 발렌시아의 공격은 오른쪽 측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효과적인 공격이 진행됐고, 크로스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발렌시아와 무르시아가 문전 앞에서 3:3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강인의 적절하고 적극적인 포지셔닝이 이후 전방에서 이렇게 수적으로 동등한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상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렌시아가 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크로스가 이강인의 발끝에 닿지 않고 지나갔지만 이강인이 좋은 공간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수비력
위에서도 한 차례 보여졌지만 이강인은 이날 상당히 터프한 전방압박을 펼쳤고, 수비가담도 영리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느슨하게 접근하다가 일순간 강하게 밀어붙힙니다.
상대 센터백을 측면에 몰았습니다. 여기서도 보시면 단순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몸의 방향을 바꾸면서 압박방향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전방압박이 아니라 정말로 볼을 빼앗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협력수비를 가는 척 해서 방향전환을 하게 유도하고 왼발로 낚아채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전북의 이재성이 잘하는 방식의 수비로 이강인도 능동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이 첫 번째 수비수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도 보겠습니다.
중원에서 발렌시아와 무르시아의 50:50 볼경합 상황입니다. 이강인이 그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볼이 무르시아 소유가 되어 노마크 상태인 ①번 수비형미드필더에게 향할 것 같자 이강인이 빠르게 수비전환에 임합니다.
이강인이 빠르게 수비로 전환한 덕분에 상대의 공격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상대 수비형미드필더가 급박한 상황에 빠지면서 유일했던 패스루트로 볼을 투입했지만 발렌시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들었습니다.
적극적이었던 수비가담의 깊이도 보시겠습니다.
발렌시아가 공격을 나가다가 짤린 상황입니다. 중원 공간이 헐거워진 상태고 공수간격이 벌어져 있습니다. 무르시아가 수적으로도 우세해 보입니다.
이강인이 이번에도 빠르게 수비로 전환해 수적으로 유리한 반대편으로 나가지 못하게 압박방향을 정해 나가고, 그렇게 한쪽 측면으로 몰아지자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스프린트로 강하게 압박합니다. 아쉽게도 상대가 이강인을 제쳐냈습니다.
하지만 이강인은 포기하지 않고 재차 접근해서 기어이 볼을 빼앗아 냅니다. 그리고 상대의 압박에 대응해 볼을 지켜냅니다.
다른 장면입니다.
이번에도 이강인이 수비전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볼을 몰고 나오는 상대선수를 추격했고, 다시 측면으로 몰아넣어 동료들과 볼을 빼앗아 내는 데 성공합니다.
# 그리고 후반전
후반 시작하면서 이강인은 제로톱으로 포지션을 바꿔서 뛰었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치고 이강인도 썩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전반전 만큼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후반 중반 실점을 허용하면서 1:1 상황이 되었고, 후반 종반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옮겨 내려앉은 상대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끊임없이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습니다.
제로톱의 이강인.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포지션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면서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인상입니다.
후반전 오프사이드로 무산됐지만 절묘한 스루패스를 한 차례 선보였고,
날카로운 왼발킥을 보여줬습니다.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강인의 킥이 정확히 동료의 머리를 향했고, 그의 헤딩이 반대편 골대를 맞고 틔어 나왔지만 발렌시아 선수들이 집중력있게 골대 안으로 밀어넣으면서 2:1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 경험부족
그럼에도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고 피지컬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어린 선수입니다.
왼쪽으로 상대의 시선을 끌고 오른쪽 패스할 생각이었지만 상대 수비형미드필더의 압박속도가 빨랐고, 이강인의 의도를 눈치챘습니다.
그래도 다시 세컨볼을 잡아 스루패스를 시도했습니다.
한 차례 볼소유를 길게 가져갔던 장면입니다. 이번에도 같은 상대 선수에게 볼을 빼앗길 뻔 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선수에게 당했습니다. 역시 이강인의 볼컨트롤 방향을 잡아냈고 힘으로 제압당했습니다.
# 이강인의 성장상황과 태도
이강인은 불과 6개월 동안 더 높은 레벨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강인함을 갖추고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이제 전술을 수행하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발렌시아 성인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역할을 해내기 위한 학습과 적응단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이강인이 자신의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술과 경기운영적인 면에서 더 나아지려 하고 있고 공격은 물론 수비적인 국면에서도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활동량과 폭을 넓히는 단계라 아직 체력은 부족합니다. 발렌시아 B팀에서 세군다리그를 소화하며 더 강하고 노련한 선수들을 상대로 이강인 역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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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습니다 고퀄 ㄷㄷㄷ. 이강인 기대하는선수인데 꼭 잘됬으면
좋은글 잘봤습니다
강인이 오프더볼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졌네요 원래는 공을 받으러가는 움직임이 많았던 반면 이제는 뒷공간 침투도 많이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전방압박과 수비가담도 많이 좋아졌음
정성글 굿! 아시안게임 감독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습니다만, 나이가 어리다고 안 뽑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진짜 엄청 정성이 담긴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차근차근히 잘 준비되어서 성장하길!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
분석글 잘 봤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확실히 A팀 훈련갔다와서 스타일이 조금 바뀐거 같네요
대단한분석글입니다!잘봣어요 강인이 빅팬으로써 감사합니다 ㅋ
굿
좋은 글입니다. 잘봤습니다. 각각의 장면에 대한 설명이 정말 잘되어있네요.
이강인 퍼스트터치가 미쳤네요 진짜
이제 프로준비를 시작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면서 와 진짜 잘하고 있구나 느끼면서 감동 ㅠㅠ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크자진짜
지금까지 본 이강인은 구자철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가 되네요
안목과 정성이 들어간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