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문(告由文)
유(維) 세차(歲次) 병신년(丙申年) 단기(檀紀) 4350년 4월 초파일, 한반도의 중심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명・탈핵 실크로드 추진본부장 이원영은 하늘에나 땅에서나 오로지 생명이 존귀함을 새로이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중생 모두를 내가 건져주리라 하시면서 생명의 존엄을 하늘 북소리 울리면서 선언하신 석가모니 부처님과 5대양 6대주 유정 무정 모든 생령들을 보살피시는 천지신명 일월성신 앞에 엎드려 고하나이다.
천지신명 일월성신이시여, 오늘 저희는 ‘생명・탈핵’의 깃발을 들고 서울에서 바티칸까지 스물여섯 나라 11,000km를 걷는 도보 순례의 장정을 출발하려 하나이다.
인류는 오랜 역사를 살아오면서 성찰과 자각을 통해 공존 공생의 길을 모색해 왔으며 위대한 스승들의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차츰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 자비와 사랑을 통한 상생의 길을 조금씩 열어 왔나이다.
하지만 무자비한 인간들로 인해 지구촌에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증오하는 아수라의 현장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나이다. 강대국들의 대립과 군비 경쟁, 자본의 탐욕에 기인하는 전쟁, 자연 파괴, 착취, 차별과 학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굶주리고 난민이 되어 타고난 명을 온전히 살지 못하고 죽어가나이다. 특히 강대국이 보유한 핵폭탄과 가동・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지구촌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영원한 재앙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 ‘생명・탈핵 실크로드’ 순례단이 오늘 먼 길을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지구촌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받아 안고, 다양성 속에 상생과 상호 의존을 본질로 하는 생명계의 존재 방식에 무지했던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동시에 지구별의 생명체를 위협하는 인류의 잘못을 사해동포들에게 일깨워보자고 서원한 까닭입니다.
저희는 세계 여러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문제 해결의 지혜와 힘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비록 저희 행색이 누추하고 풍찬노숙을 할지라도 도정에서 만나고 싶은 여러 지도자와 모든 이들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이 따뜻하게 맞이하여 지혜를 나눌 수 있도록 감응하여 주소서.
아울러 2년이라는 긴 시간, 2019년 4월 21일 로마까지 3만 리 길을 걸어가는 동안 저희의 대의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무엇보다 ‘생명・탈핵’의 믿음 하나에 의지하여 길 없는 길을 걷고자 나선 저희 순례단의 한걸음 한걸음에 힘과 용기를 주시옵소서.
이와 같이 천지신명 일월성신 전에 고하였나이다. 상향(尙饗)
단군기원 사천삼백오십년 음력 사월 초파일
생명・탈핵 실크로드 추진본부장 이원영
이 고유문은 김민곤이 초를 잡고 법응 스님의 감수를 받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