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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글쓴이 본인 글
00
너와 나 사이를 인연이라는 말로 묶기에는
너무 깊이가 없다
처음 손가락이 닿던 때처럼
차츰 밤하늘을 가득 메우는
저 달과 같다고 하면 어떻겠니
01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 문장을 만날 때
듣는 음악은 오래도록 생각 나.
가슴께를 두드리는 음악에 옅은 멍자국이 든 자리에서
떠올릴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자꾸 번져나와.
잠을 청하려고 돌아누웠을 때 손목에 맥박소리를 자각하는 것과 유사해.
02
나날이 변모하는 세상 앞에서
한없이 고독한 이방인이 된 것 만 같아
그런 유약한 마음에 갈피를 잡으라고 문장들을 끼워넣고 있습니다
내일도 내가 알던 것들이 달라져 있겠죠
그러면 나는 또 알기 위해 애쓸테고
03
과하게 상상하는 버릇을 들입니다
의도치 않게 그 상상은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주로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어귀에서 상상력이 풍부해집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부정적인 상상이 급속도로 커지는 겁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도합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에 어느정도 마음 먹은 것이 있어 극복할 수 있다고
이후에 소모된 감정과 생각들은 다독여야 하겠지만 생각지도 않던 일에 당황하는 것보단 낫다 위안삼는 내가 있네요
04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노래 문장 인연 내가 있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달달 외운 책을 최근 한장 한장 넘기며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읽고 싶다는 마음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돌아보니 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추억은 추억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둘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퍽퍽한 삶에서 건포도처럼 올려진 추억은 멋진 것이리라
05
지금 내리는 비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어
발자국이 패인 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아침에 남겨진 흔적을 살피며
이방인이 되어 떠난 비를 그리워 할 채비를 하고 있어
06
서로가 가진 세계가 맞닿으면
겹쳐진 부분에서 또 다른 갈래로,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는 줄기가 흘러.
또 다른 세계에 가 닿아 깊어지고 넓어지는 게
사소하면서도 황홀한 이치 아니겠니
07
내가
별 조각을 네가 올 자리에 흩뿌리면서 네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이제사 모르지는 않겠지
:
고양이는 하루 종일 따뜻한 방에서 햇빛을 끌어 안고 있다가
글에 감정을 덜어내는 내 옆에 조용히 다가옵니다
나른한 눈을 하고 어깨나 무릎에 머리를 기대오면
한 줌의 빛이 고른 숨을 타고 내게 전해집니다
어쩌면 이 아이는 나와 함께 온기를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품고 있던 그 작은 온기를 내게 건네주는 노고에 눈물이 납니다.
나의 고양이는 매일 이런 수고를 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이 아이만큼 수고스러운 일을 하지 못합니다
내가 좋아? 라고 질문하던 것은 그만뒀습니다.
대신 웃습니다. 하하, 아하하, 바보처럼
고록고록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언젠가부터 웃음소리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로 인해 웃고 있다는 걸 부디 알아주길.
늘 나보다 큰 사랑을 건네고 건네서 다 갚을 수 없게끔 하길.
첫댓글 요근래 마음이 분분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우주연합님 글 보고 조금의 여백을 얻어가네요. 삶을 차지하는 부분들은 종류도 온도도 다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귀퉁이에 자리한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네요. 위안 얻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글을 어떻게 이리도 잘 쓰시는지.. 매번 감탄하네요. 감성이 남다르시구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