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를 보면 그 산뜻한 디자인과 그에 담겨있는 다양한 의미로 인해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즐겁게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표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 승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사실이 있다면 믿어질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정보국(OSS)은 독일국민들의 전쟁의지를 꺽는 심리전의 하나로 특이한 비밀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의 개요는 이렇다. 독일 우표 2종을 스위스에서 위조해 찍어낸다. 하나는 진짜처럼 만들고, 다른 하나는 누가 보아도 위조품인지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든다. 진짜 같은 가짜 우표는 독일 우편당국이 속아넘어가 실제 배달하도록 편지 겉봉에 붙이고, 가짜임이 확연한 우표는 독일 당국이 눈치채지 못하게 편지봉투 안에 넣는다. 봉투 안에는 가짜 우표와 함께 연합군의 전황을 과장해서 알리는 내용의 신문 등 선전유인물도 동봉한다.
진짜 히틀러우표(좌)와 미국이 위조한 히틀러해골우표(우)
이 편지를 평범한 독일인의 가정으로 대량 발송한다. 독일인이 “어? 편지가 왔네”라며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면 작전 성공이다. 독일인이 놀라는 것은 독일군의 패색이 짙다는 선전유인물 때문이 아니다.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얼굴을 흉물스런 해골로 바꿔 그린 가짜 우표 때문이다. 이 히틀러 우표에는 원래 ‘Deutsches Reich’(독일제국이란 뜻)란 글자가 쓰여 있었으나 OSS는 이를 ‘Futsches Reich’(몰락한 제국)으로 바꿔놓았다. 독일인에게 “누가 감히 총통에게 이런 모욕을” 또는 “이런 편지가 배달되다니 우리나라도 이제 끝인가”하는 불안심리를 불어넣자는 취지다.
이 작전의 성패는 이 편지를 독일 우정당국의 정식 배달망에 실어보내는 데 있었다. 그래야 진정한 침투가 되는 것이고, 받는 사람이 진짜 편지인 줄 믿을 테니까. 그래서 OSS는 나름대로 정교한 작전을 짰다. 독일 외곽을 지나는 열차를 겨냥해 공중에서 폭격을 가한다. 폭격 맞은 열차가 멈춰설 때쯤 열차의 1.5m 상공에서 특수제작한 폭탄을 터뜨린다. 이 안에는 스위스에서 비밀 제작한 작전용 편지가 담긴 우편가방이 들어있다. 나중에 복구차 나온 독일군이 열차 주변에 널부러진 가방을 보고 정상적인 우편물 꾸러미로 오해해 우정당국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 우정당국의 눈을 속이려면 우표뿐만 아니라 편지겉봉에 찍은 소인이나 우편물 가방 형태까지 똑같이 만들어야 했다. OSS는 전직 독일 우체국 직원의 자문을 받아가며 독일우정의 행정 스타일을 연구해 그대로 모방했다. 1945년 2월 5일, 오스트리아 린츠로 가는 기차에 작전용 우편가방 8개가 투하되는 등 대략 5만통의 편지가 88개 가방에 실려 독일 땅에 침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준비를 위해 투입된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미미하여 미국 전쟁사상 가장 쓸데없는 작전으로 불려지는 오명을 안게되었다.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작전이었던 것.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우표한장도 전쟁수단으로 만들어버리는 인간의 집요함에는 놀랄뿐이지만 앞으로는 우표가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